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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문화재단 Sep 18. 2015

일상을 바꾸는 예술 바람

2015 도시 게릴라 프로젝트 in 구로

 

출근길 유달리 발걸음이 빠른 동네가 있습니다. 1960년대 대표적 블루칼라 지역으로 불리던 구로공단입니다. 지난 2004년 이후 '구로디지털단지' 또는 'G밸리'라는 세련된 이름의 IT 첨단산업 단지로 탈바꿈했는데요. 구로로 들어가는 길목, 지하철 역사와 부근 노점에는 고단했던 세월의 흔적이 아직 배어 있었어요. 이곳에 머문 일상은 그리 변하지 않은 거지요. "사느라 바쁘니 그렇지 뭐!" 정말 어쩔 수 없을까요?




지난 9월 9일 저녁 7시, 오래된 구로에 변화를 알리는 특별한 축제가 열렸습니다. "와~ 산뜻한걸?" 행사 무대였던 구로디지털단지 지하철역에서부터 즐거운 조짐이 보입니다. 출입구 계단 쪽 벽면에 이 지역의 발전을 상징하는 벽화가 새로 그려지고, 역 부근 노점상의 외관도 깔끔하게 바뀌었어요. 이번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주관한 서울문화재단과 후원기업인 한성자동차, 그리고 구로 지역 주민들이 함께 예술 바람을 일으킨 곳. 그 활기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구로의 표정을 바꾸는 공공미술프로젝트


일상에 예술이 깃든다는 건 뭐랄까요? 무표정한 얼굴에 웃음기가 도는 것? 구로의 관문이 도시 게릴라 프로젝트를 만나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번 공공미술프로젝트는 신당창작아케이드 입주예술가들과 함께 작업이 진행되었어요. 구로디지털단지역 6번 출구 일대의 천장, 교각에 걸친 대형 벽화 작업이 이루어졌지요. 그림은 지하철 교각을 중심으로 봉제 산업을 상징하는 실타래에서 색색의 선이 뻗어 나와 지하철 출구 쪽으로 향합니다. 선은 벽을 만나자 디지털 회로로 변하고 벽면 가득 커다란 꽃을 피웠습니다. 벽화의 이미지에서 구로의 어제와 오늘을 보는 듯한데요. 한 폭의 거대한 인상도가 앞으로 이 지역의 명물이 될 듯합니다.



주변 노점에도 변화가 생겼어요. 도시 게릴라 프로젝트를 통해 어수선했던 가게들을 통일감 있게 하늘색 천막으로 산뜻하게 교체하고 'GOODY6 거리가게' 간판을 달았습니다. 후원 기업인 한성자동차의 드림그림 장학생이 노점 정비를 도와 사업의 의미를 더했습니다.




<도시 게릴라 프로젝트 in 구로> 오프닝 축제


<도시 게릴라 프로젝트 in 구로> 오프닝 행사가 열렸던 구구데이(9월 9일) 모습입니다. 새로 단장한 구로디지털단지역 부근이 시끌벅적했어요. 봉제기법을 주제로 한 구로공단 패션쇼와 지역 CEO 합창단의 노래 공연 등 흥겨운 소동에 퇴근길 행인들과 구로동 주민이 하나 둘 모여들었죠. 신당창작아케이드 입주예술가들이 참여한 예술야시장에는 다양한 놀이 이벤트와 아트마켓으로 축제의 분위기가 달아올랐어요. 이날 이벤트에 참가해 받은 경품 쿠폰 덕분에 주변 노점도 모처럼 대목을 만났습니다.



           

2015 <도시 게릴라 프로젝트 in 구로> 오프닝 축제

일 시 : 2015년 9월 9일(수) 19시~22시
장 소 : 구로디지털단지역 6번 출구 일대 
주 최 : (재)서울문화재단                         
협 력 : 서울시, 구로구, 서울메트로          
후 원 : 한성자동차                                 
오프닝 주관 : 구로문화공단, G하모니 CEO합창단


 




'쇼 미 더(Show me the) 봉제'와 '가리베가스'

'자자[명자+영자] 컬렉션'의 '쇼 미 더(Show me the) 봉제'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예쁜 나비 소녀가......" 이 특별한 패션쇼의 디자이너들도 노래처럼 꽃다운 시절이 있었겠죠? 푸른 옷차림의 모델이 레드카펫 위를 누볐습니다. 푸른색은 구로공단 노동자의 작업복을 상징합니다. 미싱이 돌아가는 듯 빠른 템포의 가요로 분위기가 바뀌면서 런웨이에 긴장감이 돌았어요. 2부의 빨간색 의상에는 노동자들의 뜨거운 마음을 담았습니다. 빨간 원피스를 입고 등장한 모델들은 바로 두 미싱사 엄마의 딸이었어요. 3부에서는 흰색 의상으로 현재 구로디지털단지의 근로자를 표현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건 옷을 처음 만들어 본 감회가 어땠을까요? '나는 조금 다른 옷을 만들어야지'라는 꿈을 오래도록 간직해왔던 그들이 '자자[명자+영자] 컬렉션'을 이루기까지 30여 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이번 퍼포먼스를 통해 구로공단에 얽힌 삶의 애환이 무겁지 않으면서도 진솔하게 느껴지더군요.



구로 여성들의 파워에 이어 구로 남성 CEO들이 실력을 발휘하는 순서가 이어졌습니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CEO합창단 'G하모니'의 축하 공연이었어요. 잠시 일을 놓고, 나비넥타이와 중절모, 빨간 베스트로 멋 부린 30여 명의 단원들이 구로 예찬가를 불렀습니다. '가리베가스' 가리봉과 라스베이거스를 합성한 노래였어요. 관객들로부터 유명한 아이돌 가수 못지않은 박수를 받았죠.




 


신당창작아케이드 예술야시장


멋진 오프닝 공연과 함께 구로디지털단지역 축제 마당 한 켠에 예술야시장이 섰습니다. 가판대에는 카드지갑, 액세서리, 가방, 찻잔 등 신당창작아케이드 입주예술가의 공예작품들이 선보였습니다. '같은 그림 찾기', '망치로 못 박기' 등 축제의 여흥 거리도 다양했어요. 직접 몸을 움직여 노는 단순한 놀이가 생각보다 재미있던 걸요. "이 맛이야!" 게임 이벤트 경품 쿠폰으로 시원한 슬러시 한잔을 받아 든 시민의 모습이 즐거워 보였습니다.





생활이 예술이 되는 상상! 구로가 도시 게릴라와 만나 꿈을 실현했어요. 무엇보다 지역과 기업, 공공기관이 함께 보여준 가능성에 든든해집니다. 다음에는 도시게릴라 프로젝트가 서울 어느 곳을 찾아갈까요? 행복한 기대를 누려 보세요.



* 도시 게릴라 프로젝트란?

도시 게릴라 프로젝트는 "서울을 즐기는 뻔(FUN)한 방법, 재미있는 서울"을 슬로건으로 시민과 문화로 소통하고, 예술로 즐거움을 나누는 공공문화예술사업입니다.

문의 서울문화재단 www.sfac.or.kr / 02-2232-8833



글·사진 변경랑 서울문화재단 '문화가인' 블로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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