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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문화재단 Jul 04. 2017

제 18회 서울변방연극제 '25시-극장전'

[연극人_웹진] 예술 고유의 영역과 언어를 찾아서


1999년 2월 아리랑소극장에서 시작한 서울변방연극제가 어느덧 올해 18회째를 맞는다. 자유로운 창작정신과 실험정신을 표방하는 이 연극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한 가지를 꼽자면 아마도 ‘변방’이라는 글자 자체이지 않을까 싶다. 변방의 사전적 의미는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가장자리 지역’이다. 중심에서 벗어난 가장자리란 말은 무엇과 무엇 사이 경계선을 연상하게도 하고 또한 안정을 지양하는 상태 그 자체를 암시하는 듯도 하다. 이 연극제가 변방을 표방하는 이유는 변방이라는 상징적 공간에 섰을 때만이 얻을 수 있는,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과 태도가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주로 대학로에서 창작활동을 해오다 변방연극제를 경험한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분명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뭔가 특별한 창작의 경험을 이 축제에서 맛봤다는 이야기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모색하는 공간, 사색과 실험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서울변방연극제의 기본취지는 비슷한 가치를 표방하는 수많은 연극축제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명제로서 당당히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서울변방연극제는 세 번째 예술감독을 맞이한 가운데 조금은 더 특별하게 꾸며질 예정이다. 이 연극제는 공공지원금에 의존하지 않고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축제를 진행했던 17회 축제 이후 2년 간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후 운영위원회 내부 회의를 거쳐 이경성 연출가가 예술감독으로 선임됐다.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30대 연출가인 만큼 축제 예술감독을 맡는 데 고민이 컸을 터. 2년에 한 번 진행하는 비엔날레 형식의 축제로 변경하고 2017년, 2019년, 2021년 총 3회의 축제를 책임지는 것으로 정리됐다. 이경성 예술감독은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과 변방의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계속 이어가되 예술 고유의 영역과 언어를 좀 더 정치하게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너무 정치적이기만 한 예술과 너무 예술적이기만 한 예술 모두를 경계하겠다는 다짐이다.



다시 가장자리에 서다


“데뷔를 변방연극제로 했고,
그 전에도 이 축제에
참가했던 아티스트들과 같이
작업하면서 제가 가고 싶은
연극의 방향을 찾은
부분도 있어요. 
서울변방연극제는
한 예술가가 살아가는 데
좋은 플랫폼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축제 예술감독님이
참여 예술가와 대화를
통해 작품의 맥락을 봐주셨던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계속 다른 사람들도
이런 기회를 누리도록
돕고 싶은 마음에 고민 끝에
예술감독직을
수락하게 됐어요.”

- 이경성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올해 서울변방연극제 주제는 ‘25시-극장전’이다. 지난 겨울 민주주의를 향한 시민들의 뜨거운 열망을 담는 용광로 역할을 했던 광화문 광장이 이번 연극제의 첫 출발점이 된다. 이경성 예술감독이 2014년 16회 서울변방연극제때 선보인 <25시-나으 시대에 고함>의 릴레이 1인 퍼포먼스 형식을 응용한 이 작품을 통해 신임 감독 취임 이후 달라진 축제 색깔과 고민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5시 극장전’은 오는 26일 오후 1시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시작된다. 1평 공간에서 1시간 동안 1명의 예술가가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다음주자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총 24명이 24시간을 이어서 채운다. 이후 다음날 마지막 1시간은 24인이 그 장소에 모두 모여 20m씩 떨어져 동시다발적으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서로 20m 이상 떨어져야 1인으로 간주된다는 현행법을 준수하면서 1인 시위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셈이다. 

일련의 퍼포먼스를 통해 24개 ‘1인 극장들’의 개별적 시간들이 사실은 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가상의 시간인 25시에, 확대된 버전의 극장을 잠시 동안이나마 가시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독자성과 연대성 사이, 극장과 광장 사이 어디쯤을 모색하고자 하는 예술가들의 고민을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대학로 일대로 흩어져 12일 동안 축제를 진행하고 마지막 13일차에는 광장에서 가두행진을 진행하며 같은 맥락의 고민을 이어갈 예정이다.

참고로 지난 17회 축제 때 공공지원금 없이 시민들의 모금만으로 축제를 꾸리는 실험을 감행했던 서울변방연극제는 올해는 지원금과 크라우드펀딩 방식을 동시에 추진한다. 독립예술축제인만큼 올해도 사정이 넉넉지는 않다. 축제 개폐막식을 위한 모금은 오는 23일까지 텀블벅(https://tumblbug.com/smtfestival2017)에서 계속된다.



새로운 연극성을 모색하는 10편의 공연들


“전임 예술감독이 후임한테
넘겨주면 후임은 좋은 건
계승하고 또 차별성도
부각하려고들 하잖아요.
축제 기간 동안
여러 작품들을 초청해서
진행하는 기존 형식을
유지하되, 3회 차가
될 때에는 서울 외에 장소
또한 모색해보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극장을 여기저기 대관한다는
게 사실 예술가들에게도
희생을 감수하게 하는 면이
있는데 언젠가는 그 외의
방법을 모색하려고 해요.”

- 이경성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연극의 외연은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다는 서울변방연극제 특유의 기조에 맞게 올해 축제에도 연극 외에 미술과 무용 등 다양한 예술영역에서 활동해온 예술가들이 초청됐다. 초청의 기준은 ‘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미학적 실천이 어떻게 긴장감을 가지고 같이 가는지를 계속해서 고민하는 단체들’이다. 

먼저 축제가 제작하는 작품으로는 극단 종이로 만든 배의 <권력에 맞서 진실을 외쳐라-어둠 너머의 목소리>가 선정됐다. <죽음과 소녀>로 유명한 칠레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이 쓴 이 작품은 이번에 한국에서 초연된다. 아리엘 도르프만이 5대륙 35개국의 인권운동가들을 인터뷰한 케리 케네디의 책 <진실을 외쳐라-세상을 바꿔가는 인권운동가들>을 희곡화한 것으로, 도르프만 특유의 깊이 있는 사회의식과 연극적 통찰력이 이번에도 번뜩이리라 기대를 모은다.

공식초청작으로는 ‘여기는 당연히 극장’ 구자혜 연출의 <킬링 타임>, 보드게임 ‘부루마블’을 현실적으로 패러디한 작업인 丙소사이어티의 <노동집약적 유희 2017>, 몸을 통해 사회적 이슈(재난)를 사유하는 과정을 렉처 퍼포먼스로 선보이는 안무가 장현준의 작품 <몸으로 거론한다는 것>, 연출가 신재(권은영)와 0set이 장애인의 시각에서 극장공간을 탐색해본 작품 <연극의 3요소>가 있다. 또 인도, 베트남, 중국, 터키 출신의 한국 거주자와의 워크숍을 통해 그들의 포괄적인 개인사를 보여주며 이방인에 대한 정의를 재질문하고자 하는 창작집단 푸른수염 안정민의 <이방인의 만찬>, 오랜 공백기를 끝내고 현대인의 지친 몸을 색다른 시각으로 탐구하는 강화정 연출의 <자유롭게 그러나 고독하게>, 극단 두와 동이향 연출이 현대인의 무기력한 몸을 함께 탐색해가는 작품 <슬픈 짐승-답장>이 공식초청작으로 소개된다.

<노동집약적 유희 2017>



새로운 연극성을 모색하는 10편의 공연들


해외초청작은 총 2편으로, 일본과 독일 작품이 이름을 올렸다. 먼저 일본 단체 Q가 만드는 <케미코후모와(Pointless Tale of Kemiko>는 ‘포스트’ 토시키 오카다라고 불리우는 극작가 이치하라 사토코가 사토코 이치하라의 원작을 바탕으로 희곡화했다. 여성의 시각에서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일본인들의 부조리한 일상을 묘사해낸 이 작품은 올해 제61회 키시다 쿠니오 연극상 최종후보에 오르기도 한 작품이다. 또 독일에서 시민들과 작업해온 연출가 카이 투흐만이 진행하는 워크숍도 눈길을 끈다. 카이 후트만은 시민 7명과 함께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은 후 ‘민주주의의 와 나, 기억’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워크숍 다큐 극장-휴먼 액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밖에 기획자 이정은이 진행하는 부대행사 ‘아티스트 키친’을 통해 예술가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요리하며 관객들과 다양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마련되고, 극장을 클럽으로 만들어 진행되는 ‘클럽데이’, 축제 드라마터그 전강희가 진행하는 학술포럼행사 등이 준비된다.


사진 _ 서울변방연극제 사무국 제공


일정_ 6월 26일~7월 8일
장소_ 인디아트홀 공, CKL 스테이지, 30스튜디오, 혜화동1번지, 여행자극장, 노들장애인야학, 광화문일대 외
문의_ 070-7918-7342, http://blog.naver.com/mtfestival, www.mtfestival.org



김나볏 공연칼럼니스트
신문방송학과 연극이론을 공부했으며, 공연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페이스북 facebook.com/nabye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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