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쑥쑥 자라는 이야기 숲
여름 방학을 맞아 어린이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친절한 극장이 문을 열었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최초 어린이 창작극 프로젝트인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의 ‘예술로 상상극장’이다. 작년 새롭게 출발한 ‘예술로 상상극장’은 관악구에서 주관하는 ‘관악혁신교육지구’ 사업에 선정되어 초등학생 관객 2천 명을 동원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올해는 8월 8일(화)부터 20일(일)까지 일상의 친숙한 사물을 활용한 소리 감각극, 마임 음악극, 등 다채로운 장르의 어린이극 네 편이 아이들을 맞이했다. 특히, 이번 무대는 공모에 선발된 4개 예술가 단체가 국내 신체극 선도자인 임도완 예술감독을 멘토로 하여 작품 개발, 제작 워크숍을 통해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공연은 5~13세 어린이 관객과 배우가 함께 만들어가는 형식으로 재미가 배가 되었다. 지난 8월 11일 흥미로운 이야기 숲으로 변한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를 찾았다. 이날 신기한 깃털로 꾸민 무대와 참여 어린이의 즐거운 모습을 소개한다.
이날 공연을 보러 온 어린 관객들은 신비하게 꾸민 이야기 숲으로 초대되었다. “여러분, 이야기 숲에는 어떤 소리가 날까요?” 객석에 들어서기 전 아이들은 방울뱀 소리, 새소리, 바람 소리, 늑대 울음소리를 떠올리며 온몸의 감각을 쫑긋 세웠다. 빨간색과 파란색 깃털 입장권을 뽑아 든 친구들이 사뿐한 걸음으로 가상의 숲에 들어섰다. 아이들이 무대 가장자리에 둥그렇게 설치한 텐트 객석에 모여 앉자 “시르릉”, “비쭉”, “할라뽕” 하고 우는 별난 새와 벌이는 활 꾼의 모험담이 시작되었다.
나는 천하제일 활 꾼! 무엇이든 쏘아 맞힐 수 있지.
저기 언덕 너머에 사과 하나가 있는구먼. 휙! 명중이다!
어린이들은 배우의 작은 움직임과 소리도 놓칠세라 집중했다. 활 쏘는 재주밖에 없던 활 꾼은 온종일 놀면서 동네 아낙네의 물동이를 쏘아 깨트리는 등 갖은 말썽을 일삼았다. 호통치는 아버지를 피해 활 꾼이 텐트로 뛰어든 순간 비밀 아지트가 무대로 변했다. 이 돌발 상황이 즐겁기만 한 아이들은 “쉿 쉿 쉿” 활 꾼을 숨겨주는가 하면, “여기요~” 이르면서 저도 모르게 연극 속으로 쑥 들어왔다.
집을 나가거라.
정승 집 사위가 되기 전에는 들어오지 말아라
아버지의 심한 꾸지람에 활 꾼 아들은 길을 떠났다.
그는 어느 날 숲에서 “시르릉, 시르릉……”
희한한 울음소리를 내는 새를 마주쳤다. 배가 고팠던 그는 시르릉 새를 잡아먹었는데, 걸을 때마다 시르릉 소리가 그를 따라다녔다. 활 꾼은 어깨에 붙은 새의 깃털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때 배우가 몸에 깃털을 대면 신이 난 아이들이 “시르릉” 새소리를 합창했다. 계속 길을 가던 활 꾼은 숲속에서 비쭉 새와 할라뽕 새도 쏘아 맞혔다. 그는 이렇게 얻은 깃털 세 개를 활대에 묶고 예쁜 색시를 찾으러 걸음을 재촉했다.
우여곡절 끝에 정승 집에 도착한 활 꾼은 아씨의 시중을 들게 된다. 이번에는 텐트가 꽃놀이 가마가 되었다. 흔히 보는 물건의 기막힌 용도를 발견한 어린이 관객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혹시 집으로 돌아간 아이들이 이 새로운 놀이를 시도하지 않았을까? 극 중 일상의 도구가 내는 소리도 연극의 효과적인 장치로 작용해 어린이들은 이야기 속으로 점점 더 몰입해갔다.
이번에는 관객이 배우가 될 차례가 왔다. 무대 중앙에 나온 한 어린이가 예쁜 꽃이 되자, 지켜보는 아이들은 더욱 신바람이 났다. 활 꾼은 꾀를 내어 아씨가 어린이 꽃을 구경하는 사이 아씨 옷에 몰래 깃털을 꽂았다. 다음 이야기는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것이다.
이날 무대는 세 배우가 뿜어내는 유쾌한 에너지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이번 작품을 만든 ‘무동’은 2006년에 설립한 연극 단체이다. 단원 엄문용, 김예지와 새로 참여한 임영준은 시르릉비쭉할라뽕과 같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창작극 제작에 힘을 쏟고 있다.
여름 방학 동안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에서는 ‘시르릉비쭉할라뽕’ 외 세 편의 창작극이 어린이 관객을 사로잡았다. 8월 8일부터 10일까지 열린 ‘황금빛 언덕의 모험’(이혜진, 김현진)은 아이들이 극 중 모험가로 참여해 부엌의 사물을 의인화한 소리 친구를 구하러 가는 내용이다. ‘시르릉비쭉할라뽕’이 끝난 뒤 8월 15일부터 17일까지 시간을 잡아 놓는 마법 이야기 ‘푸른빗자루극장(윤푸빗)’이 1인 마임 음악극으로 이어졌다. 여름에는 뭐니 뭐니 해도 무서운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8월 18일부터 20일에는 오싹하고도 코믹한 옛날이야기, ‘아~ 글쎄, 진짜!?(고민정, 성경철)’가 무대에 올랐다.
‘2017 예술로 상상극장’ 은 연말까지 인기 작품을 중심으로 총 24차례 서울시의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아동센터 등 어린이가 있는 곳으로 찾아갈 예정이다. 올해부터는 어린이 창작극 프로젝트에 ‘아시아나항공’이 후원 기업으로 참여하여 다양한 형태의 어린이극 개발과 공연 참여 기회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어린이의 마음속에는 숲이 말을 걸고, 날개 없이 하늘을 날고, 물건이 움직이고, 소리가 갇힌 마법의 나라가 있다. 어른들이 심심하고 지루한 까닭은 이제 어릴 적 모험을 꿈꾸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상하며 크는 어린이는 분명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다. 신나게 놀고, 마음껏 상상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기회와 즐거움이 곧 ‘예술로 상상극장’이 어린이에게 주고 싶은 선물일 것이다.
< 2017 예술로 상상극장 >
▶공연 작품
- 이혜진, 김현진 <황금빛 언덕의 모험> 8월 8일(화)~10일(목)
- 엄문용, 김예지, 임영준 <시르릉비쭉할라뽕> 8월 11일(금)~13일(일)
- 윤푸빗 <푸른빗자루 극장> 8월 15일(화)~17일(목)
- 성경철, 고민정 <아, 글쎄~ 진짜!?> 8월 18일(금)~20일(일)
▶공연 시간: 각 공연일 오전 11시, 오후 2시
▶공연 장소: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1층
▶관람 대상: 5세~13세 어린이와 가족(7월 28일부터 서울문화재단 사이트 선착순 접수자 60명)
▶공연 문의: 서울문화재단 www.sfac.or.kr / 02-871-7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