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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문화재단 Nov 03. 2015

괜찮아요, 당신은 정상이니까

누구나 예술가 <당신과 이야기하는 내면주치의 - 파랑병원>

프로이트가 말했죠, 우리는 모두 약간의 신경증을 가지고 있다고. 때때로 느껴지는 불안감이나 어떤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강박증, 나도 모르게 화부터 내버리는 감정조절장애. 어떤   때에는 일상적으로 행동하다가도 어떤 때에는 '내가 왜 이러지?' 싶을 정도로 낯선 나를 발견하곤 합니다. 그럴 때면 정말 나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 된 것처럼 착각마저 느껴지죠.


<누구나 예술가> 가을학기 직장인 대상 프로그램 ‘당신과 이야기하는 내면주치의 - 파랑병원’은 바로 그런 당신에게 "삐-빅, 당신은 정상입니다!"라고 말해줍니다. 사람 때문에 아파하고 일 때문에 괴로워하는 게 정상이냐고요? 그래요,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어떤 문제로 괴로워하고 있든 당신은 정상이랍니다.



"저는 안드로메다 은하의 파랑캡슐에서 온 파랑토끼라고 해요. 우주를 여행하다 지구에 불시착하게 됐는데, 지구인들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아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답니다. 그래서 지구인들을 위해 파랑병원을 개설했어요." 파란토끼의 경쾌한 자기소개와 함께 파랑병원 놀이가 시작됩니다. 몸을 쓰지 않아 딱딱하게 굳어 있는 지구인들을 위해 처음으로 개시한 활동은 바로 춤추기! 앞으로, 뒤로, 옆으로, 점프! 화려한 춤은 아니었지만, 몸이 뻣뻣한 사람도 충분히 따라 할 수 있는 쉽고 편한 춤이었어요.


▲ 열심히 춤을 추는 파랑병원의 무면허 의사(!)와 참가자들. 보고 있는 저도 따라서 춤추고 싶었답니다.


신나게 춤을 따라 춘 뒤에는 '나에게 필요한 단어'를 몸으로 형상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직’, ‘사랑’, ‘성취’, ‘낭만’, ‘탐구’, ‘성실’, ‘열정’, ‘자신감’, ‘배려’ 이렇게 9가지 단어가 있었는데요. 이를 형상화한 독특한 몸동작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열정'이라는 단어의 경우는 발레 동작처럼 다리를 앞뒤로 쭉 뻗는 동작이었는데 이를 가장 훌륭하게 수행한 참가자에게는 모두가 박수를 쳐주었어요.


▲ 몸으로 자기에게 필요한 단어를 만들어 보기! 저는...'사랑'이 필요한 것 같아요!


간단한 워밍업이 끝난 뒤 몇 가지 상담지침을 배웠습니다. 첫째, 자신에 대한 옳고 그름의 판단을 내려놓는다. 둘째, 세상엔 다양한 욕망과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는데 이 모든 게 정상이다. 셋째, 들어준다는 것은 질문하는 것이다. 넷째, 우리 안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기자.


설명이 끝난 뒤, 토끼들과 함께 참가자들은 상담실로 이동했어요. 어라, 의사는 어디 있냐고요? 이런, 바로 앞에 두고 그런 말씀하시면 섭섭하죠. 여러분이 바로 파랑병원의 의사인 걸요!


▲ 파랑토끼가 내면의 주치의인 여러분을 위해 간략한 상담지침을 소개하고 있네요.
▲ 그런 뒤에는 상담실로 이동하여 상담을 시작합니다. 바로 여러분이 주치의가 되어서 말이죠.


파랑병원에서는 내담자가 곧 상담자가 되고, 상담자가 곧 내담자가 됩니다. 먼저 짝을 이루어 의자에 앉아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딱히 고민이 생각나지 않거나 말하고 싶지 않다면 자랑거리를 이야기해도 좋다고 하네요.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고민거리는 물론이거니와 자랑거리도 털어놓을 만한 사람이 없어요." 처음에는 다소 어색해하던 참가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흥미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핸드폰을 바꾸고 싶다는 고민부터 육아와 이직에 관련된 고민까지, 다양하면서도 비슷비슷한 고민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옵니다. 같은 직장인끼리 만나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하고 생각하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상처받은 마음이 조금은 치료되지 않을까요?


▲ 서로가 서로에게 의사가 되어 상담을 해주는 모습. 이야기를 들어주고 요즘 어떠냐고 물어봐 주는 것이 바로 파랑병원의 치료법이죠.


서로에 대한 상담이 끝난 뒤, 처치실에서는 자화상 그리기를 통해 자신의 심리상태를 표현해보았습니다. 자신의 기분과 감정상태를 반영해 자화상을 그린 뒤, 자기에게 하고 싶은 말을 메모해 두면 이를 캘리그래피 작가님이 멋지게 써주셨어요. 개성 넘치는 그림들과 "쫄지 마!"처럼 각자의 심정을 반영하는 문장들. 처치실을 쭉 돌아다니며 참가자분들의 문장을 보고 있으려니 왠지 마음 한구석이 뿌듯해집니다.


▲ 자화상을 통해 나 자신을 알아봅니다. 지금 내 감정을 반영하는 내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요.


"정말 중요한 의사는 바로 나 자신이에요. 나 자신의 내면을 치료해줄 수 있는 사람은 스스로밖에 없답니다."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며 파랑토끼가 참가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조언을 던집니다. “당신은  아무것도 잘못되지 않았어요. 당신은 정상!” 파랑병원의 파랑토끼가(歌)가 시민청 이벤트홀에 울려 퍼지며 프로그램이 끝이 납니다.


자신이 그린 자화상은 파랑병원 놀이가 끝나는 10월 말, 이벤트홀 근처 벽면에 전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당신의 내면은 당신이 치료합니다'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직장인들에게 예술치유를 제공하는 <누구나 예술가 - 당신과 이야기하는 내면주치의 파랑병원>. 언뜻 보면 어릴 적 소꿉장난 같은 병원놀이처럼 보이지만, 그 과정에는 무시할 수 없는 치유 효과가 숨어 있습니다. 혹시 자기 자신이 비정상이라고 생각하거나 직장 생활을 하며 고통을 겪고 계신가요? 파랑병원에서 한 번 상담을 받아보는 건 어떠세요?




글·사진 이준건 서울문화재단 '문화가인' 블로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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