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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문화재단 Nov 17. 2015

매일을 행복으로 채우는 방법

<2015 좋아서-예술동아리 페스티벌>

같은 취미를 가진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재밌는 축제를 꾸몄습니다. 2015 <좋아서-예술동아리> 페스티벌에서 다양한 재주를 가진 이들이 행복을 만들어가는 시간을 함께 만나볼까요.                                                

▲ 2015 <좋아서-예술동아리> 페스티벌48개 동아리 소개와 홍보부스 @시민청 갤러리



그저 ‘좋아서’ 모인 문화예술 동아리가 만든 축제 2015 <좋아서-예술동아리> 페스티벌이 지난 10월 13일 화요일부터 31일 토요일까지 시민청,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은평문화예술회관, 노원문화예술회관, 강동아트센터, 국립한글박물관에서 다채롭게 진행되었습니다.


그 중 시민청 시민플라자에는 이번 <좋아서-예술동아리> 페스티벌에 참가한 동아리 소개하는 내용이 전시되었습니다. ‘좋아서’ 예술동아리에 선정된 48개 아마추어 시민동아리는 지난봄부터 참여 워크숍을 진행했고, 48개의 팀이 다시 15개 연합팀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음악부터 춤, 노래, 뮤지컬, 그림  각 팀 재능이  다양합니다.  


                                  

▲ 시민청 시민플라자에 비치된 <좋아서-예술동아리> 페스티벌 안내문 및 전시물


해금, 장구 등 전통악기부터 오카리나, 팬 플루트 등 서양관악기, 우쿨렐레, 기타 등 현악기는 물론 각종 타악기를 연주하는 음악동아리 소개를 보니 왠지 아름다운 선율이 벌써 들리는 듯합니다. 한국 전통춤, 벨리댄스, 훌라, 살사, 라인댄스 등 다양한 춤을 섭렵한 동아리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연극과 음악극을 직접 만드는 뮤지컬 및 연극 동아리는 사진만 봐도 패기가 넘칩니다.


이번 2015 <좋아서-예술동아리> 페스티벌은 시민들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가는 행사라 더욱 의미가 있고 애정이 듬뿍 담겨 있는데요. 각 연합팀은 프로그램을 직접 구성하는 것부터 공연과 전시까지 모두 직접 진행 했습니다 이들의 준비 과정과 활동을 기록하고 홍보하는 시민기획단도 있는데요. 서로 다른 재주를 가진 이들이 만나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쌓인 기억과 일구어낸 결과물은 무엇보다 값질 듯합니다.



▲ <좋아서-예술동아리> 브로슈어 / 동아리 연합팀 ‘우리는 하나’ 소개 화면

그중 다문화 맘들로 구성된 ‘우리는 하나’라는 연합동아리 공연을 찾았습니다. 10월 18일 일요일 시민청 바스락홀에 이 날의 주인공들이 올랐습니다. 연합동아리 ‘우리는 하나’팀은 필리핀 전통춤 동아리와 딩동댕 기타 동아리, 한국 전통무용 동아리가 뭉쳐 구성한 연합팀인데요. 이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객석에 자리했습니다. 무대의 주인공들을 ‘엄마, 이모’라고 부르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중년 관객들은 큰 박수와 환호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 전통무용 동아리 ‘진달래’ 팀의 부채춤과 소고춤


우선 첫 무대는 한국 전통무용 동아리 진달래 팀이 열었습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무대에 올라 ‘입춤’을 선보였습니다. 나비가 팔랑이듯 옷자락이 살랑이며 단아하고 정갈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이어서 필리핀 전통춤인 ‘티니링/팅클링(tingkling)’을 선보였는데요. 대나무를 가지고 고무줄 놀이를 하듯 통통 뛰어가며 경쾌한 몸놀림을 보여줍니다. 연이어 집안의 평안과 화목을 비는 내용의 민요에 맞춰 춤추는 ‘성주풀이’도 펼쳐졌습니다. 남과 북이 함께 만나는 자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곡 ‘반갑습니다’가 딩동댕 기타 동아리의 연주와 함께 흘러나오네요. 이 외에도 부채춤과 소고춤, 반주로 깔린 ‘풍년이 왔네’와 ‘군밤타령’ 등이 공연됐는데, 우리 장단과 춤이 참 다채롭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 기타동아리 ‘딩동댕’의 ‘반갑습니다’ 공연 모습

이번 공연에 출연한 동아리 회원들은 여러 나라에서 온 다문화 어머니들입니다. 타국에 터전을 잡고 가정을 꾸리며 사는 것이 만만치 않으나 이렇게 취미 활동으로 만나 즐거움을 만끽하고 서로의 고충도 나누고 도우며 하나의 공동체가 되었다고 합니다. 동아리를 조직한 이후에는 종종 시정 행사나 복지관 등에 예술봉사를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 기타동아리 ‘딩동댕’의 ‘길가에 앉아서’ ‘첨밀밀’ 외 공연 모습


다음으로 일곱 명의 기타 연주자와 동아리 선생님이 무대에 나섰습니다. 통기타 연주가 잘 어울리는 곡 ‘길가에 앉아서’가 흘러나옵니다. 오랜만에 듣는 추억의 노래라 여러 기억을 더듬게 해주었지요. 1년 동안 기초를 배우고 공연 전에 집중 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1년간의 노력으로 완성된 노래와 연주는 이들을 하나로 만들었고, 감동적인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기타 연주와 함께 영화 ‘첨밀밀’의 주제곡을 중국어로 선보인 어머님도 있었습니다. 노래 실력이 워낙 뛰어나서 마치 음반을 듣고 있는 착각이 들 만큼 완벽한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선곡의 기타 연주와 노래로 귀가 호강했습니다. 갑작스런 요청에도 불구하고 기타 동아리 선생님은 강산에의 ‘라구요’를 연주하며 노래에 얽힌 실향민의 얘기를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 연합동아리 ‘우리는 하나’ - 검무, 향초, 노들강변 공연 모습



소품인 칼을 들고 추는 검무는 힘찬 기운과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춤이었습니다. 한 가지도 아니고 무려 네 종류의 춤을 준비한 내공이 대단합니다. 각 곡마다 다른 이미지와 느낌을 주는 것은 물론 손끝에서 전해지는 기운이 전문 무용수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 필리핀 전통춤 동아리 공연 모습

필리핀 전통춤인 ‘호라’도 이어졌습니다. 꽃관과 허리띠를 두르고 싱그럽게 웃으며 춤을 추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춤으로 자국의 문화를 전해준 필리핀 어머니들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어 더 좋았습니다.


마지막 무대는 북의 울림을 통해 세상을 깨우는 ‘난타’였습니다. 학교에서 배우기도 하는 난타는 이제 대중에게도 친숙한 공연이지요. 신나는 음악에 맞춰 북을 두드리니 객석까지 들썩거렸습니다. 함께 몸을 흔들고 환호하며 이 날 공연을 기분 좋게 마무리지었습니다.


출연자 전원이 나와 인사를 하니, 객석에서 엄마의 모습을 보던 아이들이 꽃다발을 들고 뛰어나왔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응원해준 것을 기뻐하며 꽃다발을 받아드는 어머니들의 얼굴에 번지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연합동아리 ‘우리는 하나’ - 난타 공연 모습




오늘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금화(다문화맘 인사랑나눔회) 님을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Q. 동아리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요?


저희는 결혼이민자로 한국에 온 다문화 엄마들이에요. 요즘 각 동마다 다문화센터나 외국인 노동자센터가 있잖아요. 일주일에 한두 번씩 모이는데, 해금, 기타, 필리핀 댄스 등 여러 가지 동아리가 있어요. 함께 하는 엄마들 구성도 다양해요. 좋은 선생님들이 오셔서 재밌게 수업을 이끌어주세요. 

처음엔 액세서리 만드는 수업에 참여했는데, 무용 선생님을 우연히 알게 되서 전통무용을 취미로 시작하게 됐지요. 사실 고향인 중국에서 춤을 춰보기도 해서 관심이 있었어요. 그러던 중 마음이 맞는 엄마들을 만나서 “우리 동아리를 만들어서 봉사활동을 하면 어떨까”해서 본격적으로 모임을 만들었어요. 지금은 주로 구청 행사나 복지관, 다문화센터 등에서 공연을 하고 있지요.



                                    

▲ 한국무용 동아리 ‘진달래’의 이금화 님 모습


Q. 동아리 활동을 하니 어떤 점이 좋은가요? 


무용을 하면서 집안일로 인한 스트레스도 날리고 새로운 걸 배우니 기분이 너무 좋아요. 무엇보다 사람들과 교류를 원활하게 할 수 있게 되었고요. 구청 행사나 복지관에 가서 공연하면 어르신들이 우리가락과 우리춤이라며 너무 좋아하세요. 공연 끝나고 와서 손잡아 주시고. 그럴 때 고향에 있는 엄마 생각도 나고요.

서로 문화가 달라 소통이 안 되니까 아무래도 많은 한국 엄마들이 관계 맺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어요. 서로 간의 예의만 지키려 하고, 마음을 여는 건 부족해요. 그래서 저희도 나름대로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춤이나 연주 등 동아리 활동을 중심으로, 사람들과 소통이 되니까 너무 좋은 거예요. 공연을 보신 관객들 중 저희를 찾아와 ‘전통무용을 같이 배우고 싶다’ 하셔서 함께 하게 된 한국 엄마들도 있어요. 집집마다 아이를 키우니까 한국 엄마들과 어울리다 보면 육아나 교육정보도 나누게 되고요.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있어요.

▲ 한국무용 동아리 ‘진달래’의 이금화 님 모습




Q. 가족들 반응은 어떤가요? 


아이들은 엄마가 취미로 무용 배우고 공연하는 거 보면 참 좋아해요. 친구들한테 ‘우리 엄마는 춤추러 다닌다’하고 자랑하기도 해요. 예전에는 그냥 집에만 있고, 다른 활동도 안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항상 ‘엄마는 취미가 뭐야?’라고 물었는데, 이제는 ‘엄마 꿈이 춤추는 거였어? 꿈을 이뤘어?’ 이렇게 얘기하곤 하죠. 



Q. 이번 <좋아서-예술동아리> 페스티벌에 참가해보니 어떤지? 


이번 기회는 서울문화재단이 다문화동아리도 후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하게 됐는데 선발되어서 기뻐요. 이전에는 시청이나 구청, 다문화축제, 복지관 같은 곳에서 한두 가지 곡으로만 공연을 했는데, 올해는 저희 동아리가 전면적으로 공연하게 돼서 좋은 경험이 되었어요. 사실 문화 차이가 있고 언어가 잘 안 통하는 것도 있어서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장비 사용은 어떻게 할지 전혀 몰랐어요. 그런 저희를 동아리 선생님들과 관계자분들께서 많이 도와주셨죠. 관계자분들이 무대 세팅, 조명, 음향 등을 지원해주시고, 동아리 선생님들이 의상 대여랑 악기 운송 등 꼼꼼히 챙겨주셨어요. 그분들 덕분에 오늘 공연을 잘할 수 있게 되었어요. 정말 감사드려요. 올해는 서툴렀지만, 내년에는 더 잘하고 싶어요.





▲ 연합동아리 ‘우리는 하나’



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일상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갖고 활동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는 건 큰 기쁨입니다. 이처럼 취미가 삶을 바꾸기도 하니 이것이 바로 취미의 힘 아닐까요.

거창한 이유를 대지 않아도 ‘그냥, 좋으니까!’라는 한마디에 예술로 뭉친 자리, 2015 <좋아서-예술동아리> 페스티벌에서 삶의 매 순간을 빛나는 모습으로 채우는 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아도, 그저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세상이 행복해진다는 것을 보여준 이들을 보며 내년 <좋아서-예술동아리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글·사진 권선영서울문화재단 '문화가인' 블로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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