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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문화재단 Apr 29. 2016

동양의 몬드리안을 꿈꿔요.

우리도 작가 봄 학기‘한지 조각보 만들기’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글 없는 책이 진입해 이슈가 됐던 적이 있다. 컬러링 북 열풍을 몰고 온, 밑그림만 있는 책에 색을 입혀 나만의 그림을 완성하는 시리즈물 얘기다. 어릴 때 낙서를 해 부모님께 혼나거나 ‘색칠공부’ 책에 있는 만화 캐릭터를 신나게 색칠했던 기억을 가진 이들도 많다. 성인이 돼서도 자신을 표현할 또 하나의 도구로 그림을 선택해 뒤늦게 미술 수업을 받는 이도 있다. 이 모든 일은 ‘사람은 누구나 예술적 감각이 있다’는 증거 같다. 발품만 좀 팔면 (혹은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무료로 미술 강의도 듣고 내가 만든 작품까지 전시할 기회를 누릴 수 있다. 특히 자녀에게 미술 체험 학습을 시키고 싶은데 방과 후 수업 외에 뭔가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찾고 있는 부모님이 있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어 보시길 바란다. 




함께 하면 어렵지 않아요! ‘누구나 예술가’


지난 4월 첫 주 토요일, 시민청 지하 2층 워크숍 룸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한두 명씩 보인다. 초등 고학년 대상으로 진행되는 ‘우리도 작가_봄학기’ 수업에 참여하려는 학생들이다. 모둠별로 책상과 의자가 배치된 방으로 들어서니 전 주 토요일에 이들이 직접 만든 색색의 한지가 한 편에서 마르고 있다. ‘한지 조각보’ 워크숍은 1차시에 전통 한지를 손수 제작하고 2차시에 그 한지로 공동 조각보 작품을 만드는 수업이다. 같은 내용으로 두 차례 진행됐다. 이번 회 차에는 4명씩 3그룹의 아이들이 주 강사의 진행과 모둠별 한 명씩 배치된 보조 강사의 지도로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강사의 인사와 함께 시작된 강의는 스크린을 통해 작품 제작 배경 이해를 위한 한지, 오방색, 몬드리안, 콜라주에 대한 간략한 언급 후 오늘의 제작 과정 설명으로 이어졌다. 핵심은 동서양적 미술을 모두 이용해 모둠별로 하나의 공동작품을 만드는 데 있었다. 이후 학생들은 지난 차시에 뽑은 조장과 보조 강사의 리드로 서로의 이견을 조율하며 조각보 디자인을 구상해 스케치를 시작했다. 사진과 함께 각 차시별 주요 활동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느


▲ 1차시 한지 제작 과정
▲ 2차시 한지 제작 과정


체험, 한지 조각보 만들기 현장


밑그림 스케치가 끝나고 한지를 뜯어 붙이고 있는 각 모듬의 작품을 보니 모두 특색이 있었다. 한 조는 오방색의 방위에 맞춰 중앙에 색한지를 배치하고 네 귀퉁이에 용과 새 등을 그려 넣어 동양적인 취향이 묻어났고 다른 한 조는 마름모를 중심에 배치하고 빨노파 원색을 이용해 몬드리안의 구성이 연상됐으며, 나머지 한 조는 기하학적 구도에 각자의 이름 머리글자를 영어와 한글 자모로 새겨 넣어 동서양의 조화를 이뤄 보였다. 조각보의 중심에는 모둠의 성격이, 각 귀퉁이에는 개인별 특색이 드러나면서도 한쪽이 튀지 않고 섞여 있어 공동 창작의 목적에 맞는 작품이 약 90분에 걸쳐 완성됐다. 한지 조각보 만들기에 같이 참여한 자매가 있어 그 중 언니(엄가현, 초등 5학년)에게 소감을 물어봤다.


Q. 어떻게 알고 신청했나요?

A.(활짝 웃으며)엄마가 신청해 줬어요. 워낙에 미술을 좋아해서요. 이전에도 박물관이나 시민청에서 하는 수업에 참여했었어요. 

(옆에 어머니가 계셔서 같은 질문을 드렸다.)

A. 인터넷 카페나 엄마들 모임에서 서로 정보 공유를 하기도 하고 직접 검색을 해서 알아내기도 합니다. 


Q. 한지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점이 있나요?

A. 한지를 만들 때 닥종이를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어머니 왈, ‘닥종이 인형도 알고 있지 않았어?’란 물음에 이번에 알았다는 어린이.)


Q. 공동 작업을 해보니 어떤가요, 어렵지 않았나요?

A. (옆에 있던 동생을 가리키며)동생이랑 같이 하고 다른 조원도 꿈다락 교실에서 만났던 아이들이라 괜찮았어요.

(하지만 다른 모듬에서는 다수결로 결정된 디자인이 자신의 의견과 달라 마음이 상해서 훌쩍이는 학생도 있었다. 의견을 맞춰가며 서로의 다름을 배울 수 있는 점이 공동작업의 교육효과이기도 하다. 돌아보니 울던 학생은 선생님과 대화 후 마음이 어느 정도 풀린 듯 했다. 이런 식으로 아이들은 조금씩 단단해 지는 게 아닌지.)


Q. 2주 과정이 끝나고 나니 기분이 어때요? 만들 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A. (손가락 끝을 비벼가며) 한지를 만들고 붙일 때 손이 끈끈해 져서 감촉이 이상했는데 다 만들고 나니 좋아요.


Q. 가현양이 만든 작품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줄 수 있나요?)

A. 조각보 중에서 제가 맡은 부분에 그린 꽃은 무궁화를 나타낸 거예요.


Q. 다음에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으면 하고 싶나요?

A. (인터뷰 시작보다 밝은 모습으로 웃으며) 네. 그리고 4월 중순에 저희 작품 전시되면 보러 올 거예요.


엄마의 신청으로 오게 되었다는 한 남학생은 처음에는 하기 싫었지만 지금은 또 다른 작품을 만들고 싶다며 조각보 제작 후 남은 엽서 크기의 한지를 색깔별로 모아 가져갔다. 또 다른 여학생은 같은 모둠의 조원이 노란색 한지가 없다고 하자 자신이 만든 한지 중 노란색을 나눠줬다. 완성된 조각보 작품도 훌륭했지만 개성이 다른 아이들이 교육 후 조각보처럼 서로 이어진 모습이 더 멋진 작품처럼 여겨졌다.


▲ 엄가현, 엄서현 자매(각각 초등 5, 2학년)와 이들이 속한 모둠의 조각보 작품



시민청에 전시도 해요! ‘우리도 작가’


완성된 한지 조각보 작품들은 건조와 설치 작업을 거쳐 4월 중순쯤 시민청 1층에 전시될 계획이다. 이전 프로그램을 통해 완성된 작품도 이미 시민청 곳곳에 전시돼 있다. ‘방학숙제 하는 날’이라는 주제로 민화를 재해석한 작품도, 레고를 이용해 각자가 생각하는 도시를 만든 작품도 있다. 이제 그 대열에 한지 조각보 작품, 또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나 여러분 아이들의 작품이 나란히 합류하게 될 것이다. 성인 대상 예술 프로그램 역시 있으니 해당 사항 없다고 서운해 하지 마시길 바란다. 당신도 작가가 되어 작품을 전시할 수 있다.


▲ 시민청 내 전시 작품들


4월 2일을 마지막으로 ‘우리도 작가_봄학기’가 끝나 아쉬워하는 분에게는 이어지는 행사와 교육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가깝게는 어린이날 현장체험인 ‘다육식물 만들기’로 당일 시민청에서 바로 접수 후 제작할 수 있다. 다음으로 시민기획단과 함께 계획하고 있는 소통축제가 7월에, 우리도 작가 가을학기가 ‘(가칭)그림자 놀이’라는 주제 아래에 8월 말경 예정되어 있다. 모든 교육이 무료이고 선착순 등록이니 수시로 시민청 사이트에서 최신 정보를 확인하는 손가락 품(?)을 들여 보자.



* 관련 정보

- 시민청 www.seoulcitizenshall.kr

- 교육 단체: 아티플 Artiple (arti_ple@naver.com) / 한국미술교육콘텐츠연구소 (사진 1~3 제공)화누리카


글·사진 박수진서울문화재단 시민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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