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울문화재단 Jun 16. 2016

한국 문학사에새로운 지평을 연 문제적 작가들

탄생 100주년 ‘박두진’, ‘김학철’, ‘최태응’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6년은의미가 깊은 해입니다. ‘문제적 작가’들이 대거 탄생했기때문이죠. 시인 박두진, 소설가 김학철, 소설가 최태응은 일제 말기와 해방 직후 분단 등 시대의 소용돌이를 통과하며 한국 문학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 주요작품 : 시집《해》(1949), 《박두진시선》(1956), 수필집《시인의고향》(1958), 《거미와 성좌》(1962), 《인간밀림》(1963), 수필집《언덕에 이는 바람》(1973)

· 주요수상 : 아세아자유문학상(1956), 삼일문화상(1970), 예술원상(1976), 인촌상(1988), 지용문학상(1989)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사망


시인 박두진은 열아홉이 되던 해에 조선인이 모여 우리말로 기도하는 모습에 감동하여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산과 새, 해와 돌을 통해 끊임없이 생명과 자연을 담아냈습니다. 1940년 <향현>, <묘지송>등 5편이 정지용의 추천을 받으며 문단에 올랐고, 1946년에 3인 시집 《청록집》을 출간하며 조지훈, 박목월과 함께 청록파 시인으로 이름을 알립니다.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살라먹고 /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박두진‘해’ 中)



박두진의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해>는일제 말기 암울한 세계를 벗어나 8.15 광복의 환희와 기쁨이 담겨있는, 그의 문학성이 남김없이 발휘된 작품입니다. 

박두진은시류에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일제강점기, 해방공간, 독재정권 등 역사의 격변을 거치며 잘못된 사상과 역사에대해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함이 없었는데요. “시(時)가 자유를 포기해선 안 된다”는 그의 신념은 위대한 유산이 되어 우리 곁에 남아있습니다. 생애 30여 권의 시집과 평론, 수필, 시평등을 통해 우리 문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그는 한국문학에 ‘서정시’의기틀을 마련한 선각자이자 존경 받는 어른이었습니다. 



· 주요작품 : 《해란강아 말하라》(1954), 《격정시대》(1986), 《20세기 신화》(1996), 소설집《새집드는날》(1953), 전기문학《항전별곡》(1986), 《최후의분대장》(1995), 산문집《우렁이 속 같은 세상》(2001)

·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나 중국 연변에서 사망


소설가 김학철은 우리 현대문학사에서 가장 뒤늦게 발견한 기념비적 인물입니다. 젊은 시절 항일독립투쟁에 앞장섰고, 후에는 연변에서 소설가로 활동하며민족성 짙은 작품을 써냈습니다. 1930년 중국 만주지역에서 항일 무장독립운동을 펼친 ‘조선의용대’로 활동한 김학철은 1941년일본군에 최후까지 저항하다 체포된 ‘최후의 분대장’이었습니다. 수감 생활 중 다리가 썩어 절단수술을 받아 척각(외다리) 작가라고도 불립니다.


감옥에서 문학의 길로 들어서게 된 김학철은 광복 후 서울로 돌아와 소설을 쓰기 시작합니다. 강건한 문체로 삶의 진정성이 담긴 날카로운 작품을 발표했는데요. 대표작으로손꼽히는 <해란강아말하라>는 일제 수탈을 피해 만주로 이주한 조선 농민의 애환을 다루고 있으며, <격정시대>는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을 했던 그의 삶을 다룬자전소설입니다.

김학철은 해방 후 북한에서 노동신문기자로 활동했으나, 북의 현실에 환멸을 느껴 1950년에 중국으로 망명해 작가활동을이어 갔습니다. 그의 문학활동은 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문단에소개되었는데, 독립 투쟁을 하며 남북한, 만주, 일본 등 동아시아를 누비며 길어낸 생생한 작품세계에 ‘한국을 대표하는‘디아스포라(Diaspora, 이주자의 삶과 정체성을그린 문학) 작가’라는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김학철은 마지막까지 장렬한 전사의 모습을 잃지 않았습니다. “사회의부담을 덜기 위해, 가족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더는 연연하지 않고 깨끗이 떠나간다”는 유서를 쓰고 21일간의 단식 끝에 세상을 떠난 것이죠. 치열하고 의연한 민족작가 김학철. 총과 펜으로 민중을 억압하는 부당한권력에 평생을 맞서며 한평생 민족을 위해 헌신한 작가입니다. 



· 주요작품 : 《바보 용칠이》, 《봄》(1939), 《항구》(1940), 《산사람들》(1941), 《작가》(1942), 《까치집 소동》(1951), 《슬픈 생존자》(1957)

· 황해도 은율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사망


순수한인간의 마음을 사랑한 소설가 최태응은 1939년 <바보용칠이>로 등단했습니다.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작품은 순박하면서도 나약해 보이는 용칠이를 통해 인간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진실성과 순수성을 드러낸 수작입니다.<바보 용칠이>는 나도향의 <벙어리삼룡이>, 계용묵의 <백치 아다다>로 이어지는 일종의 ‘바보문학’의계보를 잇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무언가 부족해 보이는 인간을 통해 오히려 정상인의 타락과결핍을 풍자해 감동을 자아냅니다. 

최태응이그리고 있는 소박하고 순수한 작품세계와 달리 일제 말기 식민지 시대는 지독한 핍박과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1942년 최태응은 고향으로 내려가 교편을 잡았고, 8.15 광복 후 월남을 선택합니다. 민주일보 정치부장, 민중일보 편집부장 등을 지내며 언론인으로 활동했고, 6·25전쟁 중에는 종군작가로 참전했다가 부상을 입기도 합니다. 


최태응은화가 이중섭과 영감을 주고받던 진정한 벗이기도 했습니다. 지독한 가난으로 고통받던 이중섭이 <자화상>(1955)를 그려 최태응에게 남긴 사건은 유명한데요. 은박지에 그린 그림 등 자칫 사장될 뻔한 이중섭의 작품 여러 점을 보관하고 있다가 세상에 발표할 만큼 각별한우정을 나누었다고 합니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의 기쁨, 전쟁의 상처와 분단의슬픔 등을 각기 다른 언어로 그려낸 박두진, 김학철, 최태응. 비록 그들은 세상을 떠났지만, 현대사의 생생한 공기와 숨결을 되살린작품들은 우리 문학의 새로운 역사로 기록될 것입니다. 


*참고 및 출처 : 두산백과, 대산문화재단

작가의 이전글 통인시장 원조할머니 기름떡볶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