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공동체 글 쓰는 언니들 미션
예전에, 내가 나 혼자 힘으로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은 줄 알았을 때에는, 계절을 맞이하고 보내는 것이 내 노력으로 된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우주의 돌봄과 사랑을 깨닫고 보니, 계절을 나는 것은 내가 아니었다. 계절이 은혜를 머금고 나를 통과하는 것이었다. 내 힘이나 노력으로 생이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신비가 나를 나는 것이었다.
이번 해에도 어김없이 나를 찾아준 이 신실하신 봄님을 나는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나를 통과하는 봄님이 마음껏 흐드러질 수 있도록 나는 피어날 준비를 해야겠다. 겨우내 아껴두었던 솜털로 덮인 내 꿈들을 엄마가 아기 손가락 펴듯 하나씩 꺼내야겠다. 차가운 바람에 단단하고 억새 진 내 몸을 흔들어 깨워서 봄님이 허락하는 만큼 유연하게 자라 올라야겠다. 하늘 향한 소망이 엉뚱하고 어처구니없다고 말하는 나 자신에게, '봄님이 다시 너를 찾으셨구나' 하고 부드러운 말로 말로 달래야겠다.
나는 예전에 봄님을 오해했다. 봄님이 의뭉스럽고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그 안에 한껏 생명을 향한 욕망을 감추고 짐짓 점잖을 떤다고 생각했다. 사실, 험하고 어려울 것이 뻔한 한 해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게 두려워 탐욕스러운 봄 때문이라 말하며 내 마음 다스리려고 했던 것이었다. 모두가 봄님은 찬양하는 것이 나는 싫었다. 사랑을 독차지하는 봄님이 부러웠다. 봄 님은 환하게 빛나는데 나는 그러지 않은 것 같아 질투가 났었다.
봄님은 그저 봄님일 뿐인데, 내 마음의 나쁜 것을 봄님 탓이라 하였다. 나는 그렇게라도 근사한 사람이 되려고 했었다. 나쁜 것과 좋은 것은 다른 것이라 편 가르기 하던 버릇 때문이다.
늦었을까, 이제라도 봄 님에게 사과의 말을 전한다. 봄님 이미 아시고, 그런 것 상관 않으시고,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내게 오시는 것이겠지만...
봄님, 내게 오세요. 나를 통과하세요. 봄님 나에게 오셔서 깨어나시고 피어나세요. 봄님, 솜털 같은 내 꿈을 당신께 맡겨요. 당신께서 허락하는 만큼 유연하게 뻗고 자라겠어요. 봄님, 내게 화안히 안겨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