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와의 면담 : 첫 번째.

일* 클로버 그로잉 책상: 현재를 포기하게 만드는 미래

by 열매 맺는 기쁨

나는 아난다 박미옥 선생님 비롯 동반 수련자들과 함께 하루 3개의 물건을 비우고 3개의 기쁨을 찾는 공간 살림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중 내 삶의 군더더기를 비우지 못하는 이유를 찾아 집안의 쓰레기들과 면담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이다.


포털 사이트 NAVER의 최저가 캡처 사진

가격: 네이버 최저가 147,440원

스펙: EO등급 친환경 목재 사용, 레드 색상, 에지 부분 범퍼로 안전성 높임, 1~3단계로 높이 조절 가능(280mm~720mm)





개인면담 개물(物) 면담 ; 쓰레기의 변론


흥! 나는 쓰레기가 아니로소이다. 튼튼하고 안전하게 만들어졌다며 주인 내외와 어린 주인의 사랑을 받던 내가 방에서 쫓겨난 것은 나를 밟고 서 있던 주인댁 둘째 꼬물이가 쿵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진 날이었소. 그때 꼬물이는 두 팔과 다리로 나를 감아 타고 올라와서 맞은편 거울을 쳐다보며 짝짜꿍 손바닥을 치고 엉덩이 춤을 추고 있던 참이었소.


평소에도 이 집 꼬물이가 자꾸 올라가 위험하다며, 나를 향해 자주 눈을 흘기던 바깥양반이 결국엔 그날 씩씩대며 상판에서 내 다리 4개를 분리해 내더니, 차갑고 어두운 창고, 아니 아니, 대피공간으로 나를 끌고 가지 않겠소? 거기는 말만 대피공간이지 뭔 잡동사니로 가득 차 있어서 안으로 들어오려면 몸을 비틀어 손바닥만 한 곳을 비집고 들어와야 한다오.


무튼, 이제껏 따땃한 방에서 오손도손 지내다, 그리로 쫓겨나서 나 자신이 가련해서 견딜 수가 없었소.


나는 말이오. 정말 최선을 다했소. 어린 주인이 내 면상에 생크림이며, 소스 뭍은 샐러드며, 비린 생선뼈며 빵가루를 흘려댈 때도 '아이고야 우리 예쁜 주인님 손은 여물기 전 고사리손이라 그렇소'하며 방긋 웃어 주었소.


그뿐 아니라오. 어린 주인님이 갖가지 색연필과 사인펜으로 내 면상을 그어댈 때도 '허허' 헛기침만 했을 뿐 사나운 말 하나 하지 않았소.



내 이런 말까진 안 하려고 했으나, 안주인은 흘린 밥알이나 겨우 훔쳐댔지, 내 면상을 제대로 닦아 주지도 않았소.

그 양반이 잠투정을 하는 아이는 포대기로 업고 른 아이는 밥 먹이면서 본인은 국에 만 밥을 겨우 몇 숟갈 입에 가져다 넣는 것을 매일 보았으니 나도 놓고 불평하진 않았소. 사실 젊은 안주인이 참 애처로웠다오.



한 번은 어렵게 시간을 내서 나를 매직 폼이라는 허연 것으로 닦아서 옥구슬 마냥 반질반질하게 만들어주긴 했으나, 날이 기울기도 전에 어린 주인이 또 내 면상을 종이 삼아 마구 그려대니, 안주인이 다시 나를 닦을 마음이 났겠소?! 나는 그것마저 어린 주인 섬기는 것의 숙명이네 하고 넘어갔소.


그런데 어찌 내게 이러시오

아이고야 아이고오, 내 억울한 심정을 누가 알아주려나.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소.



거기, 내 말 좀 들어보시오. 이제 둘째 꼬물이가 더 크면 내 위에 올라가 방정맞은 춤을 추다가 떨어지는 일도 없을 것이고, 나는 넓고 튼튼하니 이 집 자매 둘이 앉아서 정답게 그림도 그리고 놀음도 하고, 주전부리도 할 수 있을 것이오.


각진 곳 없이 동그스름하고 환한 보름달처럼 넙데데하여 곱고 고은 나를 버리면 아파트 현관 비번 누르기도 전에 발병 날것이니, 다시 한번 생각해 보구려.

안방 드레스룸 안쪽으로 들어가면 있는 대피공간에 보관중인 일* 클로버 그로잉 책상의 모습. 안에 잡동사니들이 많아서 대피할 공간이 없다. 비움이 시급하다.


1. 의견


우리 집 첫째가 저 책상에서 전래동화를 많이 읽어서 그런 것일까?


꽤 세련된 생김새와 달리 말씨가 예스러운 게 예사롭지 않다. 저것이 꽤 타당한 예를 들어가며 인정에 호소는 모습을 보니 버릴까 하던 내 마음도 흔들린다.


나 어릴 때 책상 없이 땅바닥에 엎드려서 그림 그리고 책 읽던 버릇 때문에 책상이 생겨서도 거기 앉아 사부작 거리는 게 힘들었다. 젊은 내가 왼쪽 무릎이 아픈 것도 오랜 세월 좌식 생활한 탓인 것 같았다.


그래서 딸아이만큼은 바른 자세로 생활해서 관절과 뼈 건강도 지켰으면 해서 어린이용 책상을 마련했던 것이다.



이것은 내 삶의 군더더기인가 아니가?

이것을 덜어내면 나는 진실한 나와 마주할 수 있을까?


나는 이것의 가능성을 보아버렸다.

현재는 사용되지 않으나, 요긴하게 사용되리라는 가능성


모든 시간, 무생물, 생물, 공간에는 모두 잠재능력이 있다. 지금과는 다른, 또는 다를, 심지어 달랐을 가능성 말이다.


금 이 물건의 가능성은 내가 나의 현재, 그러니까 깨끗하게 정리된 대피공간, 말 그대로 위험한 상황에서 생명의 보전을 위해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을 살지 못하게 다.


내가 가능성 때문에 현재를 포기하는 또 다른 순간은 얼마나 많을까? 얼마만큼의 실현 가능한 가능성이어야지 현재를 포기해도 되는 걸까?


선택이 집중과 헌신을 요구한다면, 나는 지금 무엇에 눈 맞추고 무릎 꿇어야 하는 걸까?



나는 아직 이 가능성을 놓지 못하겠다. 대피 공간에 이것 하나쯤은 놓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나와 타협하고만 싶다.



2. 물건과 관련된 나의 욕구

아이의 안전과 건강을 지킴

예측되는 나쁜 결과를 통제함



3. 물건과 관련된 나의 감정

믿음직스러움

만족스러움



4. 비우지 않는 구체적인 이유

가볍지 않고 묵직해서 안전사고 예방 가능

아이들의 키에 맞춰서 높이 조절이 가능

현재 집이 좁아 놓을 곳이 없으나 훗날 거실 그네를 비운다면 그 자리에 가능

거실에 같은 기능을 하는 식탁 겸 책상이 있으나 풀이나 찰흙 등을 사용하는 공작 활동을 하기에는 좁음

상판과 다리가 분리되니 필요시에만 연결해서 사용 가능하고 보관이 용이함



아이들이 좀 더 자란 후 거실에 공동으로 사용할 나무로 된 큰 식탁 겸 책상을 마련할 때까지는 비우는 것 보류다.

결론; 너는 쓰레기가 아니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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