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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 맺는 기쁨 May 28. 2021

글을 보내다

나에게 쓰는 편지


그래, 숨을 쉬는 것 보니 너는 지금 살아 있구나.
너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살아 있다고 나는 여기에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언젠가는 죽을 테지만.

숨을 내뱉는 것이 너를 잠잠하게 해 주었구나.
내뱉어진 숨에 너의 과거도 함께 뱉어지는 듯하다.

너의 온몸을 돌아 나온 숨들은 보이지 않게 작게 나뉘어 반쯤 시든 꽃이 되고 별빛을 흔드는 바람도 되고 냄새나는 사나운 짐승도 될 것이다. 그리고 온 우주를 돌고 돌아 다시 이곳을 채우리라. 이 숨들도 원래는 수많은 과거의 어떤 순간이었던 것처럼.

아아 아름다워라! 모든 것이 또 다른 모든 것이 되는구나.

가만, 너는 두렵구나. 죽음이 두렵구나.
돌고도는 이 생명의 순환이 두려운 게로구나.
그런 게로구나.

얘야,
죽은 몸은 썩을 것이고  
너의 영혼은 신에게 돌아가리라
너는 그곳에 영원한 안식이 있다고 들었다.
죽음 이후의 삶이 시작된다고 말이다.
그러니 끝은 없는 게야. 시작만 있을 뿐이지.
하지만 이 순간을 살지 못하는데 죽음 이후의 삶 또한 뻔한 것이 아니겠느냐.

얘야,
나는 살아야겠다. 지금 살아야겠다.

머리 끝에서부터 시작된 신경 자극이 냅스를 통해 온몸을 휘감듯 나는 나를 전부 다 차지하리라.
그리고 말하리라. 지금 사는 이 삶처럼 죽음 이후도 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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