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사람을 죽여서 감옥에 가면 면회는 갈 수 있어도, 네 장례식에 가기는 싫어. 어떻게든 살자."
내가 죽고 싶다는 얘기를 하면 그렇게 말해주던 20년 지기 가장 친한 친구가 있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같은 교복을 입고 중학교에 등교하는 우리의 모습을 상상했고,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하루 빨리 스무살이 오기를 고대하며 제일 먼저 무엇을 하고 싶은지 편지를 주고받았었다. 그렇기에 어른이 되어서는 당연하게도 호호할머니가 되어 같이 떠드는 우리의 모습을 어느 날 맞이하게 될 줄 알았다. 만약 그 전에 죽게 된다면 장례식에서 가족 다음으로 서로의 죽음을 슬퍼하고 애도할 거라고 말이다.
어느 날, 그 메시지를 받기 전까지는 말이다.
"결혼식 날 네 축사 받지 못할 것 같아. 몇년 전 계속 네가 했던 말이 걸려왔었는데 요새 그게 다시 생각 나. 이제와서 미안하지만 나한테 그렇게 말한 친구에게 축사를 받을 수는 도저히 없을 것 같아."
그 순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친구는 지금 나에게 이별을 고하고 있구나.
친구가 가장 축복받고 축복받아야 하는 순간에, 나는 초대받지 못했구나.
손이 떨리고, 심장이 뛰고, 눈물이 흘렀다. 나는 마치 오래된 연인에게 버림받은 사람이기라도 한 것 마냥 나와의 관계와 인연을 한순간에 놓아버린 친구가 원망스럽고 미웠다. 왜 우리의 관계를 포기하고 만 것인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있는지 따져묻고 싶었다.
나의 커다란 잘못과 친구가 그 말을 꺼내기까지 느껴야했을 괴로움과 불편함을 헤아리기 보다는
꼬인 매듭을 풀지도 못하고 잘려버린 인연의 긴 실 앞에서 허무함과 허망함을 느꼈다.
몇날 며칠을 밤마다 울었다.
그건 내가 삶에서 처음 겪는 이별통이었고, 그래서 더 아팠다.
조부모님과 일찍이 연을 끊은 부모님 때문에 가까운 사람과의 죽음을 겪어본 적도 없고, 지금의 남편과 첫 연애를 해서 결혼을 한 나에게 가장 친한 친구와의 첫이별은 생전 처음 겪는 낯선 고통이었다.
몇번이고 꿈에 그 친구가 나왔고, 우습게도 그 모든 꿈은 화해였다.
무의식이 마치 날 비웃는 것 같았다. 네가 진짜 원하는 건 다시 친구와 연락해서 잘 지내보는 게 아니냐고.
그러나 꿈에서 깨고 나면, 그 친구와 나 사이를 이어주던 강한 유대가 이제는 너덜너덜하게 찢겨 바닥에 뒹구는 것을 보며 그저 그 친구에 대한 그리움으로 사무칠 뿐이다.
죽기 전까지 앞으로 그 친구가 내 꿈에
얼마나 더 나오게 될지 나는 가늠도 잡히지 않는다.
여전히 죽고 싶을 정도로 힘이 들 때에면 제일 먼저 그 친구가 떠오르고,
다시는 볼 수 없음에 목이 맨다.
너와 함께 보냈던 그 모든 추억과 시절, 내 오랜 친구였던 너를 가슴에 묻으며
나는 앞으로 얼마나 더 긴 애도의 시간을 가져야만 하는 걸까.
인생에서 평생 가져갈 줄 알았던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고,
살아가면서 앞으로 얼마나 더 내게 있어 빛나는 보석과도 같은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잃게 될지
문득 아득해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