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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 Jul 06. 2024

질투는 나의 적일까 힘일까


 나는 어렸을 때, 유독 질투가 많은 아이였다. 나에게는 1살 차이 나는 친척 언니와 5살 차이 나는 사촌 언니가 있는데 어린 시절 순전히 나의 질투 때문에 이들과 싸우는 일이 종종 있었다.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못된 심보로 나는 언니들이 가진 물건에 늘 탐을 내곤 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엄마나 이모가 나와 언니들에게 다이어리나 필통을 사줬을 때, 그게 모양부터 색까지 완전히 똑같지 않은 이상 나는 언니들이 가진 게 더 갖고 싶다며 울면서 땡깡을 피웠다. 심지어 마음씨 착한 언니들이 나와 물건을 바꿔주고 나면, 나는 거기서 만족할 줄을 몰랐다.


내 손 안에 들어오자마자 물건들은 그게 다이어리가 됐건 필통이 됐건 아까 전 언니들 손에 있던 때와 다르게 보잘 것 없어보이고, 언니들 손에 들어간 '원래 나의 것이었던 물건'은 아까 그토록 못나보였던 것과 다르게 몹시 탐이 났으니 말이다. 어린 나는 기껏 언니들이 바꿔준 필통과 다이어리를 내밀며 다시 바꾸자는 뻔뻔함과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이곤 했다.


 다행히도 자라나면서 나의 질투심은 서서히 사라지는 듯 했다. 10대 시절에도 물론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일이야 있었지만, 그것 때문에 누군가와 다투거나 혼자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적어도 없었다.


런데 30살이 넘은 지금에서야, 어린시절의 못된 질투심이 요새 나를 다시 괴롭히곤 한다.  나는 비록 월급은 적지만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고, 마찬가지로 월급은 적지만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남자를 만나 결혼도 했으며 아직까지는 어딘가 크게 아픈 곳도 없다. 그런데 나는 요새 타인의 행복에 배가 아플 때가 많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듯이, 가깝게는 나보다 좋은 직장에 취업한 친구, 경제적으로 윤택한 배우자와 결혼을 하게  된 주변 지인, 자신의 분야에서 성취를 해낸 친구들과 멀게는 예쁘고 돈 잘버는 연예인, 몇백억씩 하는 펜트하우스를 한 연예인들에게까지 질투심을 느낀다.



이러한 질투가 문제가 되는 건, 바로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질투나 부러움을 느끼면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모두 잘 알고 있듯이 이 스트레스 호르몬은 혈압을 상승시키고 면역계를 약하게 만든다. 질염에 걸려도 원인은 스트레스, 면역력 약화이고 소화불량에 걸려도 원인은 스트레스, 근육통에 시달려도 원인은 신경과민이라고 들을 때가 많으니 만병의 근원이 괜히 스트레스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닐 것이다



정말 질투는 이렇게 보면 나의 강력한 '적'인 셈이다.




그런데 감정은 내 마음대로 될 수가 없는 일이어서, 질투를 느끼지 않으려 해도 그건 쉽지 않다. 그러고 시지 않은데 친구에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온전히 축하해주지 못하고 한편으론 질투 하고 말 때 느끼는 수치심과 죄책감은 또 얼마나 큰가.

 

 이 질투라는 감정이 못된 이유 중 하나는 질투를 느끼는 스스로에게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다시 그 감정들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곤 한다. 그래서 나는 예전에 고등학교 시절 학원에 다닐 때 존경했던 국어 선생님이 스트레스와 관련해서 해주었던 말을 종종 떠올리곤 한다.  


 너네 정어리를 운반할 때 말이야. 천적을 풀어놓는 거 알고 있니? 정어리를 운반할 때 이동거리가 기니까 운반되는 동안 생선들이 금세 죽는데 말이야. 천적인 메기를 하나 풀어놓으면, 생존을 위해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서 오히려 이 때문에 메기들이 산다고 하더라. 그러니까 너네도 공부 때문에 지금 엄청 스트레스 받겠지만 적당한 스트레스는 약이 될 수도 있어.





십 몇년전의 이야기이지만, 계속 머릿속에 남아있는 이유는 스트레스를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에 선생님의 그 말이 꽤나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 것이다. 글을 쓰기 위해 자세히 찾아보니

  '메기 효과'로 불리는 이것은 막강한 경쟁자가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때 불리우는 현상이라고 한다.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곤 하는 이 '질투심'을 예뻐해줄 수는 없겠지만, 강력한 나의 '적'을 나의 '힘'으로 바꾸는 것도 나의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보다 비싼 차, 좋은 집을 갖고 있는 사람과 나보다 아름다운 외모와 몸매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질투하는 게 아니라 본인만의 노력으로 자신의 능력을 키워내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계발하는 사람들을 보며 좋은 자극을 받는 것 말이다.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질투를 느끼는 건 꼭 나쁜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적어도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친구를 보며 영어공부를 조금씩이라도 하게 된다던지, 열심히 글을 쓰는 친구를 보며 결국 나도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것 처럼 말이다.


바라는 게 있다면, 한편으론 부러움과 질투심을 느끼면서도 친구의 행복을 축하해주는 따뜻한 마음 또한 언제까지나 같이 생겨나기를. 그렇다면 스스로에 대한 미움과 혐오 또한 줄어들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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