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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저김 Dec 28. 2022

연애 버라이어티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 이유

1. 긴 서사를 좋아하지 않는다.  

2. 그 서사가 심지어 주 단위로 끊어서 업데이트되면, 그 기다림을 견디지 못한다.

3. 성인 ADHD가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산만해서 저런 긴 호흡에 집중하지도 못한다.(그래서 영화도 일부러 영화관에 가서 보려고 한다. TV나 모바일 기기로 보면, 100% 끊고 딴짓이다. 영화관처럼 날 딴짓 못하게 통제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위 3가지 이유는 내가 드라마를 즐겨보지 않는 이유에도 해당된다.

회차별로 특정 에피소드가 마무리되는 형식이 많았던 일본 드라마를 그래서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다.

최근에는 우영우(4회까지만 재미있게 봄)도 중간까지는 볼만했었던 것 같고..


시작했으면, 최대한 빨리 끝을 보려고 하는 성격이다 보니

심지어 ‘레고’ 같은 것 역시 박스에서 개봉을 했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무조건 그날 끝내야 한다.


그래서, 그것이 예능이라 할지라도

매주 이어지는 스토리를 기다리는 것은 질색이다.


그리고, “특히”

연애 리얼 버라이어티를 싫어하는 이유는…

정말 말 그대로 ‘굳이’ 공감하고 싶지 않은 감정이 넘쳐나는 장르라는 점과

흔히 말하는 ‘악마의 편집’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발현되기 쉬운 구조라는 점 때문이다.


연애를 시작할 때의 설렘을 나 역시 당연히 싫어하지는 않는다.

다만, 서로의 감정을 살피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그 미묘한 신경전을 지켜보는 것조차 스트레스가 된다.

영화 속 잔인한 장면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그저 CG와 특수효과, 카메라 각도 등으로 포장된 결과물임을 알기 때문에

확실히 허구라는 점에서 딱히 그런 장면들 보는 것을 힘들어하지는 않는데,

“리얼”이라는 이름이 주는 폭력성 때문인지

자극적으로 편집되고, 마치 (물론, 그 순간만큼은 진짜 감정일 수 있겠지만) 몰입한 배우들의 연기가 그냥 연기가 아니라, 진짜라고 강요하는 느낌 자체가 불편하다.


또한, 설정도 불편하다.

돌싱들을 모아놓고,

헤어진 연인들을 모아놓고,

인플루언서로 뜨고 싶은 젊고 예쁘고 멋있는 남녀를 모아놓고,

(본 게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뭔가 제약사항을 걸어두고, 특정 공간 안에서 함께 꽤 장시간 함께 지내게 만들고 제작진이 임의로 만들어 놓은 룰을 지키게 만든다.


이 모든 것들이 억지스럽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리얼 연애 버라이어티를 좋아하는 주변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보면서,

내가 꽤 일반적이지 않은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리얼 연애 버라이어티만큼 일부러 피하는 장르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써놓고 보니, 요즘 우후죽순 늘어나는 장르만 피하고 있네 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어쩌겠나… 보기 싫은 걸…


울랄라세션과 버스커버스커가 나온 슈퍼스타K와

악뮤가 나온 K팝스타, 이렇게 2개 시즌은 저들에 대한 팬심으로 봤지만

연애 버라이어티처럼 오디션 프로그램 역시 ‘악마의 편집’이라는 워딩을 탄생시킨 장본인인 만큼

누군가에 열광하고, 누군가에 비난하기 쉬운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너무 불편하다.


꿈을 이루기 위한 그들을 정말 사람 취급하지 않고,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너무 싫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에게 서슴지 않고 내뱉는 날카로운 말들 역시 거슬린다.

이럴 때마다 못 볼 것이라도 본 것처럼 경멸하는 듯한 표정은 항상 함께 한다.

그들이 해당 분야에서 성공했다는 이유만으로 내뱉는 말들은 폭력 그 자체다.


심사위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그 자리에 가기까지 그들 역시 노력을 했을 테고,

그들 역시 그런 비난과 비판이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또한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저렇게 말해주는 것 역시 애정이 있어야 가능하다고도 한다.



그런데, 꼭 오디션이 아니어도

사회생활을 하고, 학교생활을 하는 모두에게 세상은 쉽지 않다.

각자 어떤 모진 말을 들어가며 살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 어떤 누구에게도 쉬운 세상은 없다고 생각한다.(뉴스에 나오는 몇몇을 보면.. 어딘가 있을 수도 있긴 하겠지만…)

그리고 그 누구도 누군가의 노력에 대해 거침없이 비난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PD가 저런 그림을 원하니깐, (그런 PD는 사라졌으면 좋겠다)

저래야 시청률이 오르니깐, (저런 걸로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으면 좋겠다)

그들 역시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사는 중일 테니깐… 이해는 해보고 싶지만,

역시 난 저런 프로그램들은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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