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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뮨 Nov 23. 2018

아이들 예방 접종, 왜 이렇게 많을까?

백신(Vaccine, 예방 접종)과 면역계 


    백신은 면역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몸은 한번 균에 노출되면 보통 같은 균에 다시 감염되지 않는다. 이런 특성은 오래전부터 인지되어 왔고 면역의 발견과 백신의 발명의 기반이 되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차후에 ‘백신의 역사’ 편에서 자세히 다루어 볼 예정이다. 가까운 예로, 지금은 의무화되었지만 홍역 (Measles)에 대한 백신은 국내에 1980년대까지는 대중화되지 않았는데 이때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애 한 번쯤 (주로 어렸을 적에) 홍역을 직접 앓았고, 이렇게 홍역에 한번 걸려서 이겨내고 나면 이후 거의 다시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은 경험적으로 알게 된 흔한 상식이었다. 이는 우리 몸의 면역계가 한번 겪은 병원균을 기억하여 재침입시 빠르게 제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홍역 환자의 피부


    백신은 우리 몸의 이러한 ‘기억력’을 가진 면역계의 특징을 활용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백신은 ‘질병을 야기하는 병원성 및 독성을 제거한 병원균 혹은 그 일부’를 우리 몸에 접종해줌으로 면역계를 그 병원균에 대해 미리 ‘훈련’ 시켜 ‘기억’해 놓는 것이다. 이렇게 면역계에 기억을 심어 놓으면 실제 해당 병원균이 들어왔을 때 기억을 갖고 있는 면역 세포들이 빠르게 대처하여 병원균을 제거하여, 우리 몸이 감염되지 않고 앓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한번 걸린 독감은 또 걸릴 수 있고, 예방 접종은 왜 매년 맞아야 할까?  짧게 설명하자면 병원균과 면역계는 살아남기 위해 서로 엄청난 경쟁을 하고 있다. 그중 특별히도 독감 (flu)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Influenza virus) 끊임없는 돌연변이를 통해 스스로를 변화시켜, 숙주의 면역계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기억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다시 숙주를 감염시키고 살아남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특별한 변형 능력 때문에 매년 우리는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것이다. 인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변형과 유행을 계속 추적하여 그 해 가장 유행할 것으로 보이는 인플루엔자 3~4 종을(각 3, 4 가 독감 예방 접종 (flu vaccine))  WHO (World Health Organization)가 조사를 통해 정하고 이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접종을 이들이 가장 잘 퍼지는 계절인 겨울철 이전에 예방 접종하여 대유행에 대비하는 것이다 (참고 1).   

    백신은 훈련을 통해 실제 전투에 대비하는 군대와 비교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군사 체계와 비교해 백신의 다른 점이라면 한 종류의 백신은 특정 병원균에 대한 훈련만 시킨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군대는 북한군을 가상으로 한 훈련이 차후 발생하는 일본군, 중국군 등과 의 전투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면역계는 홍역에 대한 백신 접종이 독감이나 풍진의 감염을 막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백신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각각의 균에 맞서기 위해서는 각 균별 백신들의 각개 접종은 불가피하다.


    이 같은 지식들이 왜 우리 아이들이 그것도 가장 연역한 시기에 그렇게 많은 백신을 맞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다음의 대답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왜 우리 아이들이 생애 첫 두 해 안에 왜 약 14종의 위험한 병원균에 대해 30여 번에 달하는 예방접종을 맞아야 할까? 


    아이들은 특별히 면역계가 아직 완벽히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감염이 더욱 치명적이다. 불과 500년 전만 해도 약 3분의 1의 생명이 5세 이전에 감염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좀 전에 언급하였듯이 홍역에 대한 예방접종도 불과 50여 년 전에는 지구 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때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홍역을 앓는 수밖에 없었고 심한 경우 그로 인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소아마비 백신 (Poliovirus vaccine) 역시 60여 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고 그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한해 약 만 명이 소아마비에 걸리고 그중 약 천여 명은 목숨을 잃어야 했다. 하지만 소아마비 백신의 개발로 현재 소아마비에 걸릴 확률은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 되었지만, 백신이 개발되기 전에는 이 병은 아이들이 걸리는 가장 공포스러운 질병 중 하나로 인식되었다. 각종 감염에 가장 많이 노출되고 취약한 유아 시기를 잘 넘길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최선이기에, 감염과 질병에 취약한 아이들에게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백신 접종을 의무화 혹은 권장하는 것이다.


    감염과 질병을 야기하는 병원균의 종류는 너무나 다양하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한 백신은 하나의 균에 대해서만 면역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모든 균에 대한 백신을 접종하지는 못하더라도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위험한 병원균들에 대한 각개의 접종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백신 개발자들 역시 접종의 수를 줄이고자 하는 대중의 욕구를 잘 알기 때문에 한 번의 접종 안에 다양한  백신 효과를 누리기 위해 한번에 다양한 균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백신을 만들어내고 있다. MMR (Measles, Mumps, Rubella; 홍역, 이하선염, 풍진) 백신이나 DTaP (Diphtheria, Tetanus, and Pertussis;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백신 등이 그렇다. 이들은 실험 검증을 통해 한번에 접종되어도 각균에 대한 면역력이 동시에 생겨남이 증명되었고, 접종 횟수를 줄이기 위해 한번에 접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참고 1. https://www.cdc.gov/flu/about/season/vaccine-selection.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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