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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뮨 Aug 31. 2019

백신의 역사 (History of Vaccine)

백신의 시작-천연두의 박멸

이번 글에서는 백신 (Vaccine)은 어떤 과정을 통해 발명되었는지 백신의 역사를 살펴보고, 백신이 인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려 한다.  


지난 글을 복습하면, 백신이란 우리 몸을 약화된 병원균에 미리 노출시켜 경험시킴으로써 실제 병원균이 침입했을 때 이를 기억하고 있는 우리 면역 체계가 빠르게 반응하여 병원균을 제거하는 예방법이다.  


백신의 역사에 대한 파편적인 지식들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엮어 보았다. 우리가 배우는 ‘면역학 (Immunology)’이 서양에서 시작된 학문이고 백신의 역사가 그 서양 면역학이 서술하는 역사이다 보니 백신의 역사를 면역학 책에서 배우는 순서대로 나열하면 우리에게 깊게 와 닿지 않는 면이 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이를 우리와 가까운 역사부터 거슬러 올라가 보며, 서양과 한국 역사 간에 백신의 용어를 통일하며 설명하고자 한다.      

 

한국 백신의 역사: 인두법 (Variolation)을 대체한 종두법 (우두법, Vaccination) 


1855년에 태어난 지석영 선생은 아버지의 친구이자 한의사인 박영선 선생으로부터 종두법 (Vaccination)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박영선 선생은 1876년 일본 수신사 수행 중 서양의학 가운데 소천연두(cowpox)를 이용하여 천연두를 예방하는 종두법(우두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종두 귀감>이라는 책을 들여와 제자들에게 소개하였는데 그 제자 중 한 명이 지석영 선생이었다. 지석영 선생은 이후 일본 사람들을 통해 종두법과 우두 제조법을 배워 서울에 종두장을 설립하고 종두 접종을 당시 조선에 보급하기 위해 힘쓴다. 종두법을 일반인들에게 적용하기 전, 두 살짜리 처남에게 종두법을 시험하기도 하여 생명 연구 윤리적 논란이 될만한 소지를 남기기도 하였지만 이러한 연구와 준비를 통해 천연두가 유행할 때마다 종두법을 통해 질병의 확산을 막았다.


지석영 선생 이전에도 정약용 등 실학파 학자들이 중국 (당시 청나라)에서 들여온 인두법(Variolation)을 전파하기도 했지만, 인두법은 천연두에 걸린 환자의 고름이나 딱지를 흡입하는 방식으로써, 시행 자체로 인한 치사율이 높았기 때문에 아주 안전한 예방법은 아니었다. 시간 차는 있지만 정약용 선생의 인두법, 지석영 선생의 종두법 보급의 노력을 통해 조선도 서양에서 널리 인정받기 시작했던 백신을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러한 시간 차는 당시 조선까지 서양 문물이 전파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던 측면도 있지만, 조선 후기에서야 천연두가 대유행하였던 면도 있다.

서울대학교 후문에 위치한 국제 백신 연구소의 전경

백신의 도입은 다소 늦었지만, 오늘날 한국은 백신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나라 중의 하나가 되었다. 한국 전쟁 이후 인구 증가 과정에서 백신의 큰 혜택을 받은 나라이며 정부가 백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의무화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이다. 국내의 백신 생산력이나 기술력, 백신 연구의 수준으로  볼 때 아직은 세계적 수준과는 거리가 있지만,  저 개발 국가의 백신 보급을 주목적으로 하는 국제 백신 연구소 (International Vaccine Institute, IVI)도 유치하는 등 저개발 국가의 백신 보급과 교육에 앞장서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인두법 (Variolation) 종두법 (Vaccination)의 차이점

인두법 (Variolation)은 현재는 시행되지 않는 과거의 치료법으로 천연두 (smallpox)에 걸린 환자의 고름이나 딱지 등을 코로 흡입하는 방식 (고대 중국식) 과 피부에 작은 상처를 내어 묻히는 방식 (고대 인도식)이 있다. 고름이나 딱지에는 활동성을 가진 천연두 바이러스 (smallpox virus)가 잔존할 수 있는데, 이를 다른 사람에게 노출시켜 천연두 감염을 예방하는 방식이다 보니 이 자체로 치사율이 0.5~10%에 이르고, 또 다른 사람에게도 전염시키는 위험도 있어서 치명적인 위험성을 내포한 예방법이다. 매우 위험한 방식이지만 천연두가 창궐할 때에는 많이 시행됐다고 전해진다. 고대 인도와 중국 등지에서 이런 예방법에 대한 기록이 발견되며, 이 ‘면역 훈련’의 원리는 이후 소개될 종두법으로 이어지며 면역학이 시작되는 토대가 되는 고대 인류의 중요한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식 인두법 (이미지 출처: https://www.labroots.com/trending/microbiology/4928/variolation-vaccination)
종두법 (Vaccination)은 우두법이라고도 불리는데 소천연두(cowpox) 의 고름이나 딱지를 사람에게 주입하여 천연두 (smallpox)를 예방하는 방식이다. 소(cow)에도 사람의 천연두와 비슷한 질병인 소천연두 (cowpox)가 존재하는데, 이를 일으키는 소천연두 바이러스 (cowpox virus)는 천연두 바이러스 (바리올라 바이러스, Variola virus)와 같은 과에 속하는 두바이러스 (pox virus)의 일종으로, 소천연두 바이러스는 천연두 바이러스와 구조가 비슷하여 소천연두 바이러스의 노출이 사람에서 천연두에 대항할 수 있는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반면, 소천연두 바이러스는 소에서 와는 달리 인간에서는 질병을 일으키지 않을뿐더러 인간 간에 전염되지 않으며 동시에 강력한 예방의 효과가 있어서 종두법은 오늘날 우리가 다른 질병의 예방에도 사용하는 ‘예방 접종’의 기원이자 원형이 된다. 종두법은 영어로 Vaccination이라고 명명되었는데 이는 Vacca가 라틴어로 암소라는 뜻을 차용한 것이다.


인두법 (Variolation), 서양에 전파되다.


1710년경 영국 대사의 아내였던 메리 몬태규(Mary Montangue)가 오토만 제국 (현 터키)에 머무는 동안 그 지역에서 천연두에 걸린 환자에게 인두법 (variolation)을 행하는 것을 보게 된다. 메리 몬태규는 어린 시절 천연두로 인해 죽을 뻔한 경험이 있었고 이로 인한 흉터도 있었기 때문에 인두법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인두법을 영국에 전파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인두법은 1760여 년경 미국, 영국 등지에서 허가되었지만, 이 예방법의 시도 자체가 2% 정도의 사상자를 발생시켰기 때문에 몇십 년 후에 닥친 천연두가 대유행하는 시기가 되어서야 논란 가운데 널리 시행되기 시작하였다.


백신의 발견 (에드워드 제너, 종두법을 증명하다) 


Edward Jenner 초상화 from Wellcome library

1796년 에드워드 제너 (Edward Jenner)는 감염과 질병 유발의 위험이 큰 인두법 대신 현대 백신의 최초 모습이라 할 수 있는 할 수 있는 종두법 (백신, Vaccine)의 원리를 발견(증명)하게 된다. 에드워드 제너는 소 젖을 짜는 사람들이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관찰하였는데, 이것이 소천연두(cowpox)가 걸린 소의 수포에 있는 고름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소 젖을 짜는 사람들이 천연두 (smallpox)에 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다. 에드워드 제너는 1796년에 그의 가설을 토대로 제임스 핍스(James Phipps)라는 8살 소년에게 종두법을 시험하게 된다. 사라 넬메스 (Sarah Nelmes)라는 소 젖 짜는 사람의 소천연두 수포에서 고름을 긁어서 제임스 핍스의 팔에 접종하게 된다. 소년은 미열과 피로감 외에 큰 감염 증상을 보이진 않았다. 나아가 제너는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2개월 후에 이 소년에게 천연두 바이러스(smallpox virus)를 직접 찔러 넣게 된다. 천연두 바이러스가 몸에 주입됐음에도 불구하고, 핍스는 천연두 감염 증상을 보이지 않았는데 이를 통해 제너는 본인의 가설을 증명하게 된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비윤리적 연구이지만 이를 통해 소천연두 부산물의 접종이 천연두를 예방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증명한 것이다. 제너는 이후에 11개월 된 그의 아들을 포함한 다른 이들에게 접종하여 그의 가설을 확신하게 된다.

Jenner inoculant la vaccine by Gaston Melingue

그는 1798년 이를 논문으로 발표하여 엄청난 반향과 논란을 일으켰다. 동물에서 나온 물질을 인간에게 주입한다는 거부감에 따른 갖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 논문은 1801년 6개 국어로 번역되었고 십만여명이 이 백신의 혜택을 받았다. 1840년에 이르러서는 영국 정부가 인두법을 금하고 종두법의 무료 접종을 제공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소식들은 책 등으로 일본에 알려졌고, 앞에서 설명했듯이 박영선 선생과 지석영 선생에게도 전해져 한국에도 전파되었다.


에드워드 제너는 ‘면역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며, 그의 발견은 역사상 그 어떤 인간의 행위보다 많은 삶을 구해냈다고 평가받는다. 제너의 시대에 영국 인구의 60%가 천연두에 걸렸고, 10%가 천연두로 사망하였다. 전염되기 쉬운 도시 지역에서는 치사율이 20%에 달했다. 제너 이전에도 인두법을 통한 천연두 예방법이 있긴 했지만 심각한 위험을 동반했다. 접종받은 사람이 죽는 경우도 있었고 전염될 수 있기 때문에 병을 더 전파할 수도 있었다. 이에 비해 제너가 증명한 종두법은 치사율이 거의 0%에 가깝고 전염되지 않는 혁신적인 예방법이었다. 오늘날 백신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제너 이전에도 소 젖을 짜는 사람들이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관찰되어 왔었고 제너처럼 소천연두에 걸린 소의 수포에 있는 고름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소 젖 짜는 사람이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과 제너의 차이는 제너는 본인이 가설을 세운 후 실험으로 직접 증명했다는 점이다. 동일한 가설을 가지고 소천연두를 접종한 사람은 있었지만, 이들에게 다시 천연두 바이러스를 주입했을 때 천연두에 걸리지 않음을 ‘증명’한 사람 제너가 처음이었다. 매우 비윤리적인 실험이었지만 이러한 ‘증명’은 그 어떤 ‘가설’이나 ‘테스트’보다 강력하게 ‘사실’로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고 수많은 논란을 뚫고 인류의 역사를 다음 단계로 이끌게 된다. “증명의 힘, 과학의 힘”



왜 예방 접종은 천연두(smallpox)에서 가장 먼저 발견(발명) 되었을까?

천연두는 감염성 질환으로 바리올라 바이러스(Variola virus)에 의해 야기된다. 질병 감염 시 치사율이 30%에 이르고, 특히 아이들에게는 더 높은 치사율을 보인다. 일부 생존자들은 피부에 상처가 남거나 안타깝게도 실명하기도 한다. 언제부터 천연두가 인류를 괴롭혔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천연두에 대한 흔적은 기원전 10세기 이집트 람세스 5세의 미라에서도 발견된다. 천연두는 16세기 유럽에서 대유행하였고 이는 제국주의 시대 유럽의 시민지 건설 시기와 겹쳐 전 세계로 퍼져나가 전 세계 곳곳에서 당시 가장 큰 사망 요인이 된다. 외부 세계와 단절된 호주 등 일부 작은 섬을 제외하면 18세기 중반까지도 여전히 천연두는 세계 곳곳에서 가장 큰 사망 요인이 된다. 당시 연간 약 사십만 명이 이 질병으로 사망하였다고 보고 된다. 20세기에만도 약 3억 명이 천연두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깝게는 1967년에도 천오백만 건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히 당시 인류의 최대 적이라고 할만했다. 이러한 천연두는 에드워드 제너의 발견으로 시작된 효과적인 백신의 개발과 세계 곳곳에서 시행된 정부 차원의 의무적 도입으로 인해 서서히 지구 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노력의 성과로 1977년 이후 천연두에 감염된 경우가 보고되지 않고 있으며, 1980년 세계 보건 기구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천연두가 박멸되었다고 선포하였다. 덕분에 우리들은 천연두에 걸릴 위험으로부터 해방되었고 또한 현재는 천연두에 대한 예방접종도 하지 않고 있다. 천연두가 당시 얼마나 무서운 질환인지를 기억하고 이러한 극적인 변화를 살펴보면 에드워드 제너의 백신 발견이 인류 역사에 얼마나 중요했는지, 왜 에드워드 제너의 백신의 발견을 역사상 그 어떤 인간의 행위보다 많은 삶을 구해냈다고 하는지, 더 나아가 에드워드 제너가 왜 그렇게 무모해 보인 실험을 진행했는지를 조금은 이해하게 해 준다.




참고 문헌:

Vaccine: The controversal Story of the Medicines' Greatest Lifesaver by Allen, Arthur

Vaccines:calling the shot

https://en.wikipedia.org/wiki/Smallpox

https://en.wikipedia.org/wiki/Vac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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