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주식투자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사실 불필요한 것이다. 투자를 하려고 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또한 필요성도 천차만별이다. 어떤 이는 노후자금이 필요하고 어떤 이는 교육 자금이 절실하다. 분명한 건 앞으로도 자본이 자본을 벌어들이는 추세가 근로소득 증가율보다 훨씬 더 강력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현실에서 주식투자를 시작하는 사람은 강호에 녹슨 철검을 차고 출도하는 무사의 심정이다. 언제 암기가 날아올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그에게 믿을 만한 건 아무 것도 없다. 도와주는 이도 없이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투자의 가치는 16년간 폐관수련을 거친 초절정고수의 비급 같은 책이다. 투자에 대해 문외한이더라도 이 비급만 익히면 얼마든지 시장을 보는 눈을 키울 수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고수들끼리의 비무가 아니라 실제로 칼이 오가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특히 ‘고수의 다이어리’는 깔끔한 단칼 공격을 연상시킨다. 현장에서 기업을 발굴해낸 경험을 말한다. 첫 번째 ‘고수의 다이어리’는 증권사 지점을 찾은 80대 노신사로부터 시작한다. 사람의 나이 80이면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천명을 알게 된 시점이다. 80대 노신사는 증권사 직원에게 장기 투자를 할 만한 종목이 없느냐고 묻는다.
오늘 하루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나이에도 장기 투자를 하려는 노신사의 내공이 엿보이는 순간이다. 장기 투자를 할 경우 단기 수익률도 좋게 나온다. 또 장기적 관점에서만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금언을 기억해야 한다. 아무리 칼을 잘 휘둘러도 수십 년 간의 내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헛일이다. 내공은 오로지 기나긴 수련의 시간을 보낸 후에야 얻게 된다.
투자의 가치가 추천하는 내공 수련법은 가치투자다. 가치투자는 주가는 기업가치에 수렴한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주식이 쌀 때 사서 본래 가치로 가격이 올라가면 판다는 것이 기본 전략이다. 부모가 자녀를 좋은 대학에 진학시키려는 것이 보편적 성공에 대한 기대 때문이듯이 가치투자도 시장을 상회하는 수익을 얻게 되리라고 기대한다. 이런 믿음의 근거에는 그동안 시장에서 전설로 남은 고수 투자자들이 모두 가치투자자들이었다는 점이 있다.
저자는 가치투자의 본질을 설명해주는 개념으로 ‘주가의 볼록성’을 들고 있다. 주가의 볼록성이란 주가는 장기
적으로 기업의 펀더멘털에 수렴하지만 주가와 펀더멘털이 선형관계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곡선의 모습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는 주가가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오를 때는 더 많이 오르고 내릴 때는 더 많이 내린다는 의미다.
이 개념을 알아뒀다면 투자의 첫걸음을 뗀 것이나 마찬가지다. 태권도로 치자면 태극 1장을 배운 것이다. 이제부터는 가치주가 무엇이고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 전략을 익혀야 한다. 저자는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저평가 소외주를 발굴하는 방식을 설명한다. 이어 성장하는 기업을 합리적인 가격에 매수하는 GARP 투자 전략을 제시한다. 배당을 목적으로 투자한 경우에도 기업의 이익 유지 혹은 성장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제언도 빼놓지 않는다.
대개 저평가 받는 경우가 많은 복합기업의 경우에는 알짜 비상장 자회사를 보유했거나 주요 사업이 전반적으로 다 잘되고 있으면 재평가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자산배분을 잘 하는 경우에도 재평가를 기대해 볼 만하다. 경기순환주는 가치투자자가 그다지 선호하지 않지만 적정 시점에 진입한다면 짧은 기간 내에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어떤 이벤트가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생할 경우에 주가가 상승하는 때가 있다. 이런 주식은 시장에 항상 존재하기에 기업의 실적이나 시장 규모가 중장기적으로 하향할 가능성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무사라도 강호의 정세가 변하면 수초처럼 휩쓸린다. 최근 중소형주의 상대적 약세 현상이 심화돼 가치주 펀드의 성과가 부진한 경향이 있다. 이럴 때는 소외주라고 하더라도 이익 증가가 있을 때 투자하고 배당주라도 이익이 정체되어서는 안 된다. 검법이 미숙한 무사가 천하를 호령하는 고수가 될 가능성도 있지만 새싹이 움트는 모양을 잘 봐야 한다는 뜻이다. 싹부터 그른 나무는 곧게 자라기 어렵다.
기본적인 토대를 쌓았다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도 무방하다. 무작정 투자를 시작하기 막막하다면 7가지 투자 아이디어 발굴법을 참조해도 좋다. 다만 테마주, 주기적으로 전환사채 발행하는 회사, 신규 상장 기업 투자는 조심하는 것이 상책이다. 진정한 고수가 되려면 자신만의 원칙이 있어야 한다. 투자의 나침반이 될 수 있는 투자철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항상 귀를 열어두고 편향된 사고를 경계하는 자세도 바람직하다. 투자 아이디어가 생각났다면 글로 써 보는 것이 사고를 명확하게 한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종목을 찾는 일이 어렵다면 ‘Wait & Buy 리스트’를 만들어 투자할 종목을 저장해둬야 한다.
주가는 펀더멘털과 밸류에이션, 이 두 가지로 결정된다. 기업의 주가는 이익이 증가하거나 프리미엄이 오르면 상승한다. 기업의 이익은 펀더멘털을 반영했으며 프리미엄은 밸류에이션으로 바꿔 말할 수 있다. 저자는 펀더멘털을 분석하는 3단계를 드러내며 산업 분석, 기업 분석, 재무재표 분석을 소개한다. 밸류에이션을 산출하기 위한 PER, PBR, EV/EBITDA, DCF, SOTP 같은 척도도 짚고 넘어간다.
여기까지 따라왔다면 저자가 말하는 최적의 포트폴리오 구성법을 읽을 차례다. 분산투자의 이점을 적극 활용하고 매수·매도 기준을 정하는 것이 시작이다. 해외주식은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간접투자는 안목이 중요함을 알아야 한다.
이제 하산할 차례다. 강호에 나가 검을 휘둘러봐도 괜찮은 수준이 된 것이다. 성공한 투자자로의 길은 멀지만 ‘투자의 가치’와 함께라면 외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