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가치』 저자 이건규 인터뷰 ①

by 인디캣

Q. 우리나라 가치투자의 산실로 불리는 ‘VIP자산운용(VIP투자자문)’에서 오랫동안, 투자 인생의 대부분인 무려 16년 동안이나 한 회사에서 펀드매니저로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개 여러 곳을 거치게 마련인 증권업계 프로필과는 상당히 다른 편인데요, 이렇게 오랫동안 한 회사에서 일할 수 있었던 비결이랄까요, 이유가 있을까요?


A. 운이 좋게도 성장하는 회사에 있었기 때문에 이직에 대한 생각은 크지 않았습니다. 한 회사에 있으면서도 운용자산 규모 100억 원에서 2조 원까지 커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다양한 성장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소형 운용사가 대형 운용사로 커가면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이슈에 대해 경험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조용히 자신의 맡은 일에만 충실하면 되는 회사 내부 분위기도 제 스타일에는 잘 맞았습니다. 회사생활이 가장 힘든 시기는 사람들과의 마찰로 일하고 싶은 의욕을 잃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VIP자산운용은 정량적인 평가를 받기 때문에 각자 서로의 영역에서 알아서 일을 하고, 간섭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편하게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무던한 성격도 한몫을 차지한 것 같습니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평가를 받거나 오해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발생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저는 해법을 외부에서 찾기보다는 내부에서 찾으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이런저런 외부의 시각보다는 제 자신의 성장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Q. 증권업계에서 아무튼 17년간이나 왕성하게 활동 중이신데, 이 책이 첫 저술로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책을 통해 풀어놓고 싶은 얘기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책을 펴내게 된 계기랄까, 저술 의도가 어떤지 궁금합니다.


A. 업계 선배님이 ‘책은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것이 있거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쓰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셨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출판 여부는 나중에 결정하더라도 이것저것 정리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일단 시작을 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제 생각을 돌아볼 만한 여유가 많지 않았어요.

그런데 막상 완성된 초고를 보니, 아예 대학교 교재더군요. 아주 딱딱해요. 주위에 조언도 구하고 해서 그나마 손을 좀 본 겁니다. 읽는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예시도 많이 추가하고 말입니다. (웃음)


Q. 상당히 오랜 기간 가치투자 관점에서 주식투자를 해오셨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가치투자에 대한 생각도 긴 시간을 거치면서 변화와 진화를 거듭했을 텐데요. 이 책에서도 언급하셨지만, 과거의 가치투자와 지금의 가치투자는 어떻게 다르고, 또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까요? 평소에 느끼신 가치투자에 대한 생각을 좀 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A. 가치투자 안에서도 자산가치를 중요시하는 ‘그레이엄’ 방식, 비즈니스 모델의 매력도를 살펴보는 ‘워런 버핏’ 방식, 수익가치 대비 저평가를 판단하는 ‘존 네프’ 방식, 시장의 과잉반응을 역발상으로 활용하는 ‘데이비드 드레먼’ 방식 등 다양한 투자 방식이 존재합니다.


2000년부터 2010년 정도까지는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 기업의 재평가가 이루어진 전통적인 의미의 가치투자의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지금은 성장성 대비 저평가 기업이 재평가받는 시기로 바뀌었습니다. 글로벌 경제가 인구성장, 저금리, 부채 증가로 인해 과잉성장시대를 지나 저성장시대로 들어서면서 이익 성장 기업에 대한 희소성이 부각된 결과입니다.


가치투자도 이제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거보다 이익성장에 대한 가중치를 높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제는 ‘가치’와 ‘성장’의 조합을 어떻게 적절히 가져갈 수 있느냐가 가치투자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전통적인 가치투자 방식을 기본으로 가져가되, 성장성을 보강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치주 내에서 성장주로의 전환이 기대되는 기업, 성장주 내에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기업을 찾는 것이 시장을 이길 수 있는 방법입니다.


또한 비상장투자, 해외투자 등을 통해 성장성을 보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Q. 최근 1~2년 사이에 부동산투자에 대한 관심은 급증한 반면, 주식투자자들에겐 어려운 시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역시 부동산이 최고야’라거나 ‘주식은 안 돼’라고 생각하는 투자자가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A. 의외의 답변으로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역시 부동산이 최고야’라거나 ‘주식은 안 돼’라고 생각하고 계신 분이라면, 저는 무리하게 주식을 권유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부동산과 주식은 각각의 투자 매력이 존재하고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부동산에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고 안정적으로 자산을 증가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주식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부동산, 주식을 떠나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 돈을 벌게 하여 자산의 증가 속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제가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고 주식에 투자하는 이유는 저한테는 주식이 부동산보다 더 잘 아는 분야이고, 주식을 통해 장기적으로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서 부동산 투자에 대한 생각이 바뀔 수 있습니다. 또 부동산에 투자하는 분들도 시간이 지나 주식투자에 대한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주식투자에 대한 편견을 조금이나마 줄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Q. 누군가 주식투자로 성공하고 싶다며 직접 찾아와서 어떻게 해야 하냐고 조언을 구한다면 맨 처음 어떤 말을 해주시겠습니까?


A. 우선 투자에 앞서서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기본적인 이론에 해당되는 재무회계와 밸류에이션과 관련된 서적은 꼭 읽었으면 합니다. 대가들의 투자철학이 담긴 책들도 같이 읽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적은 금액으로 직접 투자를 권하겠습니다. 그 다음은 본인이 궁금해서라도 이것저것 찾으러 다닐 것입니다.(웃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분은 투자에 적성이 맞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저는 초기에는 돈을 좀 잃는 것이 오히려 좋다고 봅니다. 길게 보면 처음에는 돈을 버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배우는 부분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초심자의 행운’ 즉, 초반에 운이 좋아서 돈을 벌게 된다면 자신감이 과하게 앞서서 나중에 큰 손실을 보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다양한 투자자들을 만나서 다양한 생각과 투자 스타일을 경험해 봤으면 합니다. (계속)


[크기변환]투자의 가치.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투자의 가치, 17년 내공이 폭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