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리티 성장투자의 기준이 되는 10가지 황금법칙 중 세 번째로 들고 있는 것은 ‘지속적인 산업 주도력’이다. 만약 어떤 기업이 속해 있는 산업이 우수한 성장을 하고 있다면 그 기업 또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장기적으로 이룰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성장성이 우수한 산업에 단순히 속해 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기업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피터 세일런은 세 번째 기준으로 해당 기업이 그 산업에서 주도적 지위를 갖추고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많은 산업이 스포츠처럼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독식의 시장이다. 이런 시장에서는 성과의 대부분이 산업의 1위나 2위 기업에 돌아간다.
지속적인 산업 주도력과 지배적인 시장지위를 갖고 있는 대표적인 예로는 미국의 글로벌 기업 액센츄어를 들 수 있다. 액센츄어는 아웃소싱 및 경영컨설틴 산업에 속해있다. 또 다른 미국 기업인 오토매틱 데이터 프로세싱도 데이터 프로세싱 분야에서 최고의 현금 창출 능력과 재무상태를 갖춘 기업이다. 앞에서 말한 다쏘시스템도 3D 소프트웨어의 산업 주도자다.
일단 한 기업이 산업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갖게 되면 그 지위를 잃는 일은 쉽게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코카콜라나 구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해당 산업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을 압도하는 경쟁자가 발생하는 일은 매우 드물게 일어난다.
주도적인 시장 지위를 가지면 해당 기업은 자신만의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지난 세월 동안 가격결정력은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빠르게 넘어왔다. 그러나 에르메스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대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 평균 4%씩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시장 지배적 기업이 존재한다.
헬스케어 산업은 치솟는 약값에서 소비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을 받는 경우가 흔하다. 그럼에도 덴마크의 인슐린 제조사 노보 노디스크는 에르메스와 비슷한 비율로 당뇨병 치료제 가격을 인상했다. 보석회사인 티파니와 화장품 회사인 에스티로더도 유사한 수준의 가격 결정력을 갖추고 있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폭넓은 인지도를 가진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강력한 가격결정력을 갖춘 사례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