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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캣 Jul 03. 2024

[오늘뭐볼까] 블랙 팬서당과 한국 젊은 세대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는 제목에서부터 드러내놓고 있듯이 배신과 협잡의 이야기이며 흑백 갈등에 관한 영화다. 한국에서는 흑백 갈등에 대한 영화를 봐도 큰 감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그린 북>은 흑인 피아니스트와 백인 운전기사 사이의 우정을 그린 영화인데, 물론 미국에서도 낡았다는 평가이긴 했지만, 한국에서는 역사적 중요성이 없어서 한참 우선순위가 아래로 내려간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흑백 갈등은 아직도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이며, 재미 한국인들도 여기에 끼어들어가 있다. 흑인 소녀를 총으로 쏴 죽여 흑인 사회의 큰 분노를 일으킨 한인 여성인 ‘두순자’는 LA 폭동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고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이 사건을 다룬 소설이 한국계 미국인 여성의 저술로 출간되어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의외로 흑백 갈등은 흑인-한인 갈등이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1960년대 블랙 팬서당이란 흑인들의 정당의 지부장이었던 프레드 햄프턴과 FBI의 끄나풀로 행세하며 블랙 팬서당에 깊숙이 침투했던 윌리엄 오닐 사이의 이야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여기서 메시아는 프레드 햄프턴을 가리키고, 유다는 영화속에서 ‘쥐새끼’라고 불리는 FBI 정보원 윌리엄 오닐이다. 윌리엄 오닐은 가짜 FBI 행세를 하며 차를 훔치다가 진짜 FBI 요원에게 포섭된다. 그는 흑인 아이들을 위한 무료 급식소, 병원을 건립하려는 사회주의자 조직인 블랙 팬서당에 잠입해 FBI에 정보를 팔아넘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장관인 장면은 단연 연설가로 유명했던 프레드 햄프턴이 사람들 앞에서 연설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모습이다. 


“나는 혁명가다. 혁명가는 죽일 수 있지만 혁명은 죽일 수 없다”라고 외치는 프레드 햄프턴의 모습에서 마틴 루터 킹이나 말콤 X와 같은 흑인 지도자들의 모습이 겹쳐보인다. 이들은 모두 흑인의 인권을 위해서 싸웠고 결국 암살되고 만다. 이 부분은 프레드 햄프턴의 예정된 결말을 암시하고 있다. 


프레드 햄프턴 역할을 맡은 배우 대니얼 칼루야는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다. 그만큼 그의 연기는 현실적이고 선동적이다. 어쩌면 실존인물인 프레드 햄프턴보다도 더 그런 것처럼 보인다.


영화는 어떻게 해서 프레드 햄프턴이 도시를 장악하고 있는 레드넥(저소득층 백인) 갱단과 다른 흑인 갱단으로부터 지지를 받게 되는지 긴장감 넘치게 묘사하고 있다. 그는 윌리엄 오닐이 FBI 요원에게 말하듯이 “쥐에게 쥐약을 팔 수 있는” 사람이다. 


처음에는 프레드 햄프턴을 경계했던 다른 갱단들도 블랙 팬서당 지부 건물이 불에 타게 되자 너나없이 달려와 복구를 돕는다. 저소득층 백인, 푸에르토르코인까지 포섭한 프레드 햄프턴은 이른바 무지개 정당으로서 활동을 해나간다. 그것은 흑인 아이들에게 무료로 아침 식사를 제공하고 교육을 받게 하며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일이었다. 


그는 친구들을 동무라고 부르며 자신들의 정당이 인민(People)을 자유케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마치 군대처럼 제복을 입고 똑같은 베레모를 쓴 블랙 팬서 당원들은 마오쩌둥의 정치 이론을 배우며 인민의 군대로서 복무할 날을 기다린다. 이들은 비무장을 한 채 무기를 든 흑인 갱단 사이를 헤치고 나아가 상대를 감화시키려고 노력한다. 


그런 범상치 않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프레드 햄프턴의 개인적인 카리스마가 대단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그의 나이는 20세 정도로 한국으로 치면 대학교 1, 2학년에 불과한 어린 나이였다는 점이다. 그토록 어린 나이임에도 누구보다 앞장서 대열의 앞으로 나가 ‘돼지’라고 부르는 백인 경찰들과 맞선다. 


‘돼지’, 백인 공무원은 흑인들의 세금을 받음에도 흑인의 머리에 총을 쏘고 무죄로 풀려나기 일쑤다. 프레드 햄프턴은 돼지들을 조금 죽일 수 있으면 조금 만족할 것이고, 전부 없앨 수 있으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라고 연설한다. 그의 적은 경찰 일을 하고 있는 백인 개개인이 아니라 당시 미국 사회를 운영하고 있던 인종차별의 구조였다. 


1960년대는 에드가 후버가 FBI 국장으로 재직하며 블랙 팬서당의 흑인 지도자들을 하나씩 처리하던 시기다. 프레드 햄프턴도 결국 자신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겁을 내지 않는다. 자신을 해외로 도피시키려는 동료들에게 블랙 팬서 당이 자신을 위한 당인지 아니면 인민을 위한 당인지 확실히 하라고 호통을 치기도 한다.


배신자 윌리엄 오닐은 이중적인 인물이다. 그는 같은 흑인에게 사기를 쳐서 차나 훔치는 조잡한 범죄자다. 하지만 프레드 햄프턴에게 점점 가까이 접근하면서 그의 카리스마에 감화되어 누구보다 더 열성적인 블랙 팬서 당원이 된다.


모든 흑인이 프레드 햄프턴처럼 용감할 수야 없는 일이다. 어떤 흑인은 윌리엄 오닐처럼 FBI로부터 돈을 받아가며 동료들을 배신한다. 윌리엄 오닐의 실제 모습은 영화 처음에 다큐멘터리의 일부로 등장한다. 그는 자신이 블랙 팬서당에 잠입한 FBI 스파이였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뒷부분에 첨부된 다큐멘터리에서는 조금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


자신은 말만 앞세우는 혁명가가 아니라 행동을 하는 혁명가였다고 말한다. 실제로는 FBI의 첩자였으면서도 자신이 정보를 팔아넘기기 위해 했던 블랙 팬서 당원으로서의 활동을 미화시키는 것이다. 유다가 예수를 팔아넘기면서 금전을 받게 되면서도 예수에게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라고 반문했던 장면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윌리엄 오닐의 행동이 어디까지 진실되었고 어디까지가 연기였는지는 외부자의 관점에서는 판단하기가 어렵다. 영화에서는 FBI 요원의 입을 빌어 “아카데미상을 받을만한 연기”를 했다고 묘사된다. 어쩌면 윌리엄 오닐 자신은 블랙 팬서당원으로서의 정체성과 FBI 정보원으로서의 정체성을 둘 다 긍정했는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윌리엄 오닐은 수없이 번민하지만 행동으로 보이는 것은 동료들을 팔아넘기는 것이었다.


과연 그에게도 구원은 있을까? 영화는 그가 유다처럼 지옥에 떨어졌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단지 프레드 햄프턴에게 가장 가까이 있었던 인물 중 하나가 실은 그의 가장 큰 적이었다는 아이러니를 부각시킬 뿐이다.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는 현대 한국의 흑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영화다. 블랙 팬서당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의 젊은 세대들도 자신들만의 정당을 갖출 필요가 있다. 햄프턴이 말했듯이 인민이 곧 힘이며, 인민이 있는 곳에 힘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비록 약하지만 뭉치면 강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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