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비누 공유 연맹 31

by 인디캣

모국의 감옥에는 형편없는 범죄자들도 많았다. 한 예로 인도네시아인이 있었는데 그는 어린 남자아이와 성매매를 하다가 붙잡혔다. 남자아이의 엄마가 처음에는 오케이 했다가 직접 경찰에 신고했다는데 정확히 그의 범죄가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미성년자 성매매는 감옥에 가야 할 나쁜 섹슈얼 오펜스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 혐의는 섹슈얼 오펜스가 아니라 인시던트 어설트였다.


인도네시아인은 영어를 거의 할 수 없었다. A는 한동안 라이칫콕에서 인도네시아인과 방을 같이 썼다. 당시 모국은 겨울에 해당하는 계절이었기 때문에 아마도 1년 내내 따뜻한 나라인 인도네시아인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는 있는대로 옷을 껴입고 담요를 머리 끝까지 돌돌 말아서 어떻게든 추위를 피하려고 노력했다. 그와 같은 방을 쓰는 첫째 날 우리에게는 베개도 담요도 없어서 정말 추워 죽을 지경이었다.


2시간 정도 모국의 겨울과 사투를 끝내자 간수가 와서 담요 3더미, 베개 한개를 건네줬다. 우리는 서로 쳐다보기라도 한 것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일제히 담요를 침대에 깔고 나머지 담요를 펴 이불로 삼았다. 나중에 듣기로는 모국은 겨울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난방장치가 되어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했다. 앞으로 기후 위기가 계속 될 텐데 모국도 난방장치를 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A는 아직까지도 모국의 겨울이 언제쯤 끝나는지, 갑작스럽게 찾아온 대 한파는 정말 사라지긴 하는 건지 궁금해졌다. A는 모국이 너무 많은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라이칫콕에 들어가기 전에 A는 사람들을 보자마자 내 머릿속에 문제가 있고 나는 미쳤다고 외치는 바람에 사람들로부터 이상한 시선을 받게 됐다. 아무도 A에게 말을 걸지 않았고 제대로 된 대우를 하지 않았다. 그나마 같은 테이블을 쓰는 사람들이 위로해주는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A에게 말을 걸었던 사람들이나 말을 걸지 않았던 사람들이나 똑같은 성범죄자들인데 무슨 상관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A는 정말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심각한 것인가 싶어서 퍼플렉시티로 여러번 자신의 범죄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다.


퍼플렉시티에 검색해본 결과 경미한 성추행은 몇개월의 징역형이 내려지고 만약 심각한 경우라면 최대 10년형이 내려질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미성년자 성매매범, 인도네시아인은 어떨까. 징역 18개월에서 45개월 사이라고 한다. A의 형량이 1개월 반이 나왔으니 미성년자 성매매로는 1년 6개월이 최소인 셈이다.

병원-교도소에는 불법 몰카를 제작해 판매한 녀석도 잡혀왔다. 그의 형량은? 최대 5년 징역이다.


아무튼 변호사나 콘설레이트 피플이 말한 말도 안되는 형량은 정말 말도 안되는 것이었다. 단순 성추행으로 무기징역이 떨어질 일이 있겠는가. 그렇다면 도대체 모국의 사법 체계는 어떻게 구성돼 있는 것인가. A는 병원-교도소, 수용소에서 걷지 못하는 사람, 움직이기 힘든 사람, 정신병자, 70세 이상 노인이어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사람, 선천적인 심장 질병으로 인해 걷기도 힘들어보이는 사람 등 아무리 생각해도 장애인의 범주에 해당하는 범죄자들을 많이 보게 됐다.


모국의 교도소는 죄를 지은 사람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아무런 쓸모가 없는 사람들, 장애인들, 정신병자들을 수용하는 거대한 병원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 인간들 중에는 타인을 죽인 사람도 있지만 제정신이면서 타인을 죽인 사람은 극히 드물어서 미친 사람 중에서 극단적인 폭력성을 가진 사람들이 살인을 저지른다고 보면 된다.


A는 사실상 범죄라는 것이 일종의 질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도 감옥에 들어올만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술을 먹어서 정신이 나갔든 약을 먹지 않아서 정신이 나갔든 제대로 된 사리 분별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감옥에 들어오는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미치광이 메튜, 뚱보 펫가이 등이 이에 속했다.


물론 개중에는 정신이 올바른 사람도 있었는데 정신이 올바르면 걷지 못하는 선천적인 장애인이거나 판단력은 있어도 하루 종일 5시간 이상씩 씻는 데 시간을 보내는 결벽증 환자인 경우가 있었다. 도대체 여기가 병원인지 교도소인지 알 수 없었는데 그나마 제정신에 속하고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교도소 소지들 - 기결수들도 맛이 한참 간 것은 마찬가지였다.


나를 보자마자 빅뱅의 팬이라며 노래를 불러달라고 했던 소지, 남아메리카 출신으로 영어가 능통하나 아무튼 어떤 범죄를 저지른 소지, 같은 정신병원에 속해 있었지만 코카인 수백킬로그램을 밀수하는 거대한 범죄를 저질러버린 20세 이하 청년 같은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그 속에서 마약을 너무 많이 해서 이빨이 빠졌다거나 여자의 목소리를 환청으로 듣는다거나 하는 경우는 그나마 양호한 경우였다. 대부분의 미치광이들은 모국 TV를 멍하니 쳐다보거나 그 TV 속에 나오는 길거리, 시장 음식이 정말로 맛있는지에 대해서 토론하는 걸로 하루를 다 보냈다.


A도 점차 모국의 재미없는 TV 프로그램에 빠져들었는데 그가 좋아할 법한 음악 프로그램은 2인실로 돌아가야 하는 10시 이후에 방송돼서 제대로 음악 프로그램을 본건 단 한번에 불과했다. 나머지 시간 동안에는 학교에서의 사소한 불만사항, 걱정거리를 MC에게 보내는 유사 라디오 방송 같은 재미없는 프로그램을 보는 데 시간을 다 바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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