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야 대학병원으로 다니던 정신과를 옮기면서 A는 이전의 정신과에 거의 10년 가까이 다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정말 오랜시간 동안 약을 먹어왔지만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의사가 멍청해서이기 때문도 하지만 A에게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점이 문제의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밤에 잠을 자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를 걱정하다 보면 갑자기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이 불안감은 의사의 약 처방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됐다.
홍콩에서 약을 먹지 못하는 기간 동안 상당히 심각한 망상이 하루에도 몇번 씩 A를 찾아왔다. 모두 소름이 끼치는 것들이었고 지금 생각하면 A의 정신상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에 대해 알게 되는 계기였다. 약은 필요하다. 하지만 A는 의사가 아니니까 어떤 약이 필요한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약에 대해서는 의사에게 맡기는 게 좋고 그런 수준의 투약 방법만으로도 A에게는 충분한 효과가 있다.
한로로와 관련된 이야기를 AI를 통해 검색해보니 한로로가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가는 3.0 무슨 선구자라고 한다. 한로로가 소프트웨어도 아닌데 3.0, 4.0으로 계속 버전업되는 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다. 맨처음 웹 2.0 프레임이 나온 건 1.0을 보통 소프트웨어 공식 출시 버전으로 삼고 그것을 뒤흔들만한 변화가 있었을 때 2.0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상황이 왔기 때문에 웹 2.0이라는 문구가 의미 있었다. 근데 그걸 3.0으로 숫자만 올려놓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모종의 의미를 추구하는 일이다.
이런 얘기를 왜 쓰고 있지. 모든 것이 파편화되고 있고 한국에서는 전례가 없을 정도의 대규모 마약 밀반입 사건이 터지곤 한다. A가 모국 감옥에서 만난 마약중독자는 허구헌날 여자가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 정신병자였지만 그는 자신이 듣는 그 여자 목소리가 실은 자신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영리한 사람이었다.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마약상을 주업 삼아 하고 있는 젊은이였다. 그는 한주에 한번은 교회에 가서 자신이 코카인에 중독됐을 때 얼마나 말랐었는지를 알려주었다.
지금도 감옥에 갇혀 있을 우크라이나 마약상 디마는 헬스짐에 트레이너로 뽑힐 정도로 몸이 좋았고 영어를 배울 때 친구를 사귀면서 배울 정도로 머리도 영리했다. 문제는 그가 지독한 마약 중독자이며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범죄자라는 사실이다. 그는 전업 범죄자다. 우리 외국인 테이블에서 디마는 항상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말하길 좋아했고 미치광이들만 있는 병원-교도소에서 그나마 제정신인 사람 같았다. 이 말은 디마가 항상 기분이 좋아보이며(조증), 감옥에서도 운동을 열심히 하며(중독자), 영어를 어렸을 때부터 배워 감옥에서 쓰는 특수한 용어에 대해서는 가장 잘아는 사람(어렸을 때부터 범죄자)이라는 점 때문에 그가 특이해 보였다는 뜻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소년 교도소를 들락거리며 범죄를 저질렀고 사실상 그가 우크라이나로 추방되면 곧바로 전투에 투입돼 죽을 거라는 게 명확한데, 마침 그의 여권은 갱신해야 될 시점이 도래했고 그동안 모국에서 한참을 범죄만 저질렀던 디마가 죽음이라는 자신의 운명을 피할 방법은 거의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병원-교도소에서 항상 웃고 있는 디마는 자신이 저지른 섹스, 범죄, 마약 등을 운운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요즘 20대들은 너무 보수화돼서 이재명을 죽이고 싶어한다던데, 그런 새끼들을 비난하고 있자니 40대에 접어든 나는 둘도 없는 꼰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20대가 보수화됐다고 하더라도 그들에게는 각자 한 명 분의 투표권만 존재할 뿐이고 다른 해결방안은 전혀 가지고 있지 못하다. 한마디로 병신들이라는 것. A는 그들 각자가 모국의 병원-교도소에 딱 한달만 갖다 오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일단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불편해도 쓰셔야 해요.
A는 아이 노우 올 밀리터리 띵이라고 중얼거리며 버텨갈 뿐이었다. 그 말을 들은 중국인 포춘텔러는 너가 정말로 군인이었다면 맡은 일을 잘 하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일이란 거실에 있는 50명의 식사를 나르는 일이었다. 식사는 식판에 담겨왔는데 다 모아놓으니 상당히 무거웠다. A는 식판을 옮기다가 너무 화가 나서 프리 티벳! 프리 텐안먼! 아이러브 달라이라마!라고 외쳤다. 그러자 TV를 보고 있던 중국인 하나가 퍽유라고 나직히 말할 뿐이었다. 아무 반응이 없자 시무룩해진 A는 다시 식판을 옮기는데 집중했다.
A는 군대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교도소의 비열한 일이라는 걸 경험하고 나서야 최근의 20대들이 왜 김문수를 지지하는지 알게 됐다고 말한다. 그들은 어떤 세대보다도 더 얌전하고 예의가 바른데 아주대 이재명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의 아이피를 그대로 경찰 수사기관에 넘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해 모의를 할 정도로 아이큐가 심각하게 저하된 상태이다. 그런 아이큐 저하 상태는 아마도 마약을 너무 많이 해서 생겨난 것일 게다.
핸드폰 마약, 여자친구 마약, 음악 마약, 일본 콘텐츠 마약. 한국에는 이미 너무나 많은 마약들이 넘쳐난다.
A는 왜 미쳤는가. 단순히 홍콩에서의 사건만 보면 그가 왜 뜬금없이 광기를 드러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홍콩에 가기 전 몇년동안 그에게 일어난 일들, 나아가 수십년동안 그를 괴롭힌 일들을 떠올리면 그가 미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함을 알 수 있다. A는 홍콩에 가기전에 세곳의 직장으로부터 연달아 해고를 당했다.
그는 쓰레기 같은 직장만 왔다갔다 했을뿐 도대체 제대로 된 직장이라고는 다녀본 적이 없었다. 회사를 다니다 동료가 자살하는 일을 겪고 몇달 후 수습기간만 채우고 해고되는등 삶의 굴곡이 많았다. 그는 이삼십대 여성이 아니었고 세상은 이삼십대 여성의 산출물을 선호했다. 그 감성이 팔리는 것이다. A는 이삼십대 여성이 아닌데 어떻게 그 감성을 흉내내겠는가. 방법이 없었다. 과거에 당한 일을 떠올리면 어이가 없고 화만 치밀어 올랐다.
나는 A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한국이란 사회가 거대한 정신병원이고 감옥이며 교도소-병원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제대로 버텨낸다는 것은 정말 못쓸 정도로 개새끼이거나 바보라는 뜻일 뿐이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다. A는 감옥에서 삶의 비의들을 전부 다 배워왔다.
하지만 감옥을 나와서 더 큰 감옥으로 옮겨온 A에게 그런 비의들이, 깨우침의 비결들이 있을 거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A에게 그것이야말로 과대망상의 증상이므로 대학병원 의사에게 꼭 얘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