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비누 공유 연맹 32

by 인디캣

정신병원의 소지가 된다는 건 어떤 걸까. 도대체 빅뱅을 좋아하는 저 순수한 청년은 어떤 죄를 저질렀을까. 그는 기결수다. 모국의 사법체계가 이상하다는 걸, 냉혹하고 얄짤이 없다는 것을 감안해도 빅뱅 쳐돌이의 죄를 추측하는 건 섣부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죄를 지었으니 붙잡혀왔겠지. 감옥에서 죄인들은 저마다 자신들은 결백하다고 하는 부류가 있고 대놓고 자신의 죄를 자랑스럽게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마약중독자나 절도범 이런 종류의 범죄자들은 딱히 자신의 죄를 어떻게 포장할지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없는 듯하다. 그들의 죄는 너무나 명확해서, 마약을 피웠는가? 유죄. 땅땅땅. 이전에도 같은 죄로 감옥에 온 적이 많기 때문인지 익숙한 감옥생활에 행복해 보이기까지 했다.


한 예로 이빨은 마약중독자이며 심각한 수준의 죄를 저질러 감옥에 여러번 와본 적이 있는 베테랑이어서 시우람 병원을 일종의 리조트라고 생각하라고 A에게 말했다. A도 마음을 잘 다스려서 지금 나는 리조트에 와 있다, 휴가 중이다라고 생각해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시우람은 굉장히 폐쇄적인 곳이었고 잘못 하면 독방에 갇혀서 하루 종일 이상한 새소리나 듣고 있어야 하는 황당한 곳이었다. 그리고 앞에서 말했듯이 코디처럼 깽판을 칠 경우 뭔가 이상한 약물을 인젝션 당할 수 있는 무서운 곳이었다. 코디는 로이어를 불러대며 난동을 피웠고 결국 인젝션 당한 후에도 화를 제대로 참지 못했다. 간수-오피서는 코디에게 한번만 더 행패를 부리면 독방행이라고 위협하길 좋아했다. 그 말은 또 한번 인젝션을 당할 수 있다는 뜻이고 인젝션을 당하면 미치광이들의 휴가처인 시우람에서도 굉장히 안 좋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뜻이었다.


A는 정말로 뭔가 인젝션 당하는 건 피하고 싶었다. 한번 인젝션 당하면 원상태로 돌아올 수 없다. 약물의 반감기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뭔가 인젝션 한다는 건 그게 효과가 있다는 것이고 그 효과는 자칫 잘못하면 영구적인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코디 같은 자유로운 아메리칸 스피릿은 여러번 인젝션 당해도 괜찮겠지만 A같은 소심한 동아시아인은 한번의 인젝션으로도 치명적인 상태에 처할 수 있다. A는 몸이 덜덜 떨렸다. 이곳에 와서 약을 먹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피서가 언제 인젝션을 할지, 나를 언제 또 독방에 처넣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모국의 감옥은 심리상담사로부터 상담을 받는 환경으로서는 아주 적절할 곳이었다. 너무 지나치게 그 권리가 주어져 있어서 사실, 심리상담은 울고 짜는 계집애들에게나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A와 같은 남자는 정신과 의사가 주는 몇알의 약물이 더 중요했지만, 어쨌든 여자랑 대화를 한다는 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랑 한달 넘게 대화를 못하게 되면 정신이 이상해진다. A는 아직 40이 안된 남자였고 그런 남자에게는 주기적으로 여자 영양소가 주입되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고 A가 업소를 다닌다는 얘기는 아니었다. 예의 이빨은 모국에서 여러번 업소를 가봤고 한국 여자들과도 프렌드십으로 퍽을 해봤다고 하지만 2살이나 어린 그의 이야기에도 A의 호기심이 일지는 않았다.


A는 물론 과거에 유흥업소를 가본 적이 있지만 버릇이 될 정도로 돈이 많았던 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유흥업소에 가는 걸 심각한 돈 낭비라고 생각했다. 그 돈이 있으면 차라리 인터넷 게임 현질을 해서 글로벌 순위를 한참 더 올릴 수 있었다. 그것도 아니면 인터넷 방송을 보면서 돈을 기부해서 불쌍한 BJ의 일상생활을 업그레이드시켜줄 수 있다. 두가지 방법 모두 어리석다고 표현되지만 아무튼, 돈을 쓰는 데에도 왕도는 있는 법이다. A가 생각하기에 가장 효능감 있는 지출방법은 페스티벌이나 공연, 해외여행에 돈을 쓰는 것이다. A는 안타깝게도 해외여행 중에 감옥에 가게 되었으므로 앞으로는 한국을 떠날 생각이 없었다. 감옥에 가더라도 말이 통하는 감옥에 가는 것과 외국인들로 가득한 감옥에 가는 것은 천지차이였다.


한국은 계엄령이 선포되고 대통령 탄핵이 밥먹듯이 일어나는 나라지만 아직까지는 민주주의 국가고 그런 나라의 사법체계는 다소 나이브한 면이 있다. 미국처럼 유사 민주주의 국가는 트럼프 같은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고, 그가 사실상의 내란을 조장했음에도 아무런 처벌도 하지 못한다.


물론 미국보다 한국이 더 표현의 자유를 인정받는다는 건 아니지만, 위대한 예술은 항상 표현의 자유를 폭넓기 인정하는 나라에서 나온다,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건 대체로 지역 감정 조장, 광주 민주화 운동 모독 등에 대해서만 한정적으로 사용되는 것 같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강의 작품을 대놓고 정치적인 산물로 공격하는 등 기본적인 예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예술에 대한 이해 수준을 운운하는 것과 소설을 쓰는 것은 사실상 아무런 상관이 없다. A는 자신이 평소에 취미 삼아 소설을 쓰지만 너무 그 수준이 낮아서 고통을 받는다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내게 묻곤 했다. 나는 그렇게 괴로우면 공모전에 소설을 보내보라고, 자신이 그냥 '가능성 있는 상태'에 중독된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판단할 수 있다고 답해줬다. A는 당일에는 내 말을 귀담아 듣는 것 같았지만 곧 내가 한 말을 모두 잊어버렸고 우리는 젤렌스키의 드론 공격이 과연 전황을 바꿀만한 것인가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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