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의 감옥에서 로이어가 있다는 건 특이한 일이었다. 죄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죄인들은 애초에 로이어란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다. 중국에 로이어란 개념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그저 무식하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들은 설령 로이어의 개념을 안다고 쳐도 로이어를 선임할 돈이 없었다. 그럼 재판정에 가서 무료 변론을 해주는 국선 변호사를 선임하면 되지 않느냐고. 한국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국선 변호사들은 대개 개새끼들이고, 물론 변호사란 새끼들은 거의 다 개새끼들이지만, 모국에서는 특히 학교를 다니고 있는, 로스쿨 재학생들이 선임되는 경우가 흔해서 거의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A도 부모가 사선 변호사를 선임하기 전에는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국선 변호사를 선임해봤지만 그들은 재판의 실무에 대해 완전히 무지해서 A가 당연히 가져야 할 법적 권리조차도 지켜주지를 못했다. A는 정신이상을 주장했기 때문에 14일간 정신 감정을 받을 권리가 있었지만 국선 변호사들은 그런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A는 아무런 약도 먹지 못한채 이 교도소에서 저 교도소로 이감될 뿐이었다.
A의 사선 변호사는 주니어는 여자고 시니어는 남자였다. 주니어 변호사는 노트북도 없이 수첩에 면담 내용을 적었고 시니어 변호사는 A의 부모에게 보석 신청을 하면 인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구라치고 한국에서 모국까지 보석 인용될 거라고 믿고 바리바리 A의 옷을 전부 싸서 오게 만드는 만행을 저질렀다. A는 첫번째 재판 때 국선 변호사가 보석이 인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하는 바람에, 사실 이 말은 변호사가 아니라 통역사가 해줬는데, 보석에 대한 아무런 미련이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A의 부모들은 이런 사정을 몰랐고 시니어 사선 변호사의 말만 믿고 보석 절차를 진행했다.
외국인이 모국에서 보석을 받으려면 일단 주거지가 일정해야 했는데, 당연히 여행을 온 A는 주거지가 없었고 주거지가 없는 외국인한테는 보석을 내주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걸 알았는지 몰랐는지 시니어 변호사는 보석 신청을 해버렸고 판사는 당연히 인용을 거부했다.
A는 나중에야 이 사실을 알고 정말 개새끼들이라고 내 돈 2500만원을 가져간 모국 변호사 새끼들은 동포를 등처먹는 개새끼들이라고 욕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나중에 A가 풀려날 때도 변호사들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 A는 구속될 당시 정신이 나간 상태였으므로 자신이 가지게 될 물품 중 카드가 있는지 현금은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A가 변호사에게 듣기로는 일단 재판정에서 이미 구속돼 형을 살았던 걸로 징역을 대신하게 되면 바로 풀려나는데 바로 풀려나서 아무런 돈도 없이 모국의 거리를 떠돌게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주니어 변호사는 A가 이 문제에 대해 말했지만 자신의 명함을 건네줄 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 A는 도대체 핸드폰이 없는데 어떻게 명함의 연락처에 전화를 거느냐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모국에서도 핸드폰을 모르는 사람에게 빌려주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게 뻔했다. 실제로 핸드폰을 잃어버린 상태였던 A는 공항에 가서 한국 사람들에게 핸드폰 대여를 요청해봤지만 우리 정이 많고 배려심이 깊은 한국 사람들은 절대로 핸드폰을 빌려주지 않았다. 한국 사람들만큼 정이 많은 사람들이 세계적으로 봐도 드물다는데 다른 국가의 개새끼들은 잽이라도 날리는 건가 하고 A는 생각했다.
결국 A는 현금이 없는 상태로 택시에 탔다가 다시 한번 감옥에 갈뻔 했다가 겨우겨우 한국까지 비행기를 잡아타고 집에 올 수 있었다. A가 상당히 미친 상태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또다시 투옥되지 않았다는 것은 기적적인 일이었다고 내게 말했다. 나는 A에게 지금 A의 상태는 아무런 의학적 지식이 없는 내가 봐도 정신이 충분히 나가 있으니 그 부분에 있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대답해줬다.
A는 집에 온 이후에도 오랜기간 제대로 된 약을 먹지 못하고, 종합병원 정신과는 초진 예약을 잡는 데 5개월 이상이 걸렸으므로, 약간의 망상 관련 약을 더 추가적으로 먹은 것 말고는 치료에 있어서 변화가 없었다. A는 자신이 정상이 아닌 게 분명한데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어 크게 화가 났는데 화가 난 자신의 정신이 얼마나 제정신인지에 대해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나는 A의 말을 듣고 미친 사람이 더 미칠 수도 있느냐고 물어봤지만 A는 화가 난 얼굴로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