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by 송성근

너는 지금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낮부터 밤까지 그러고 있다. 저녁을 먹고, 물을 마시고,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잠깐씩 방을 나오는 것을 빼면, 너는 줄곧 스마트폰을 끼고 산다. 저것에 어떤 악령이 붙어 너를 사로잡고 있는 것인가?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원래 내가 알던 너는 여럿이었다. 너는 작은 방에서 튀어 나와 거실을 가로질러 큰 방으로 달려 들었고, 옷장과 다락방에 몸을 웅크리고 숨었고, 욕실에서 개헤엄을 치며 물장구 치는 너였고, 거리를 나가면 말도 안 되게 위험한 속도로 달렸고, 아빠에게 등산을 가자고 졸라 기어이 통방산 칠백이십 미터 고지에서 우리는 사진을 찍었고, 나비를 쫓아 다녔고, 잠자리채로 메뚜기를 잡았고, 참나무 속에 숨은 사슴벌레를 잡겠다고 집에 있는 손도끼를 들고 나가 산으로 들로 쏘다녔고,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달렸고, 놀이동산에서 1시간 40분을 기다려 롤러코스터를 탔고, 바다에서 파도를 타며 자맥질을 해 바다 조개를 주웠고, 얼음낚시를 하다가 심한 감기에 걸렸고, 쇼핑몰에 가서 점원에게 주의를 들을 만큼 큰 소리로 떠들며 뛰어 다녔고, 학교 체육관에서 누구보다 피구를 잘 했고, 절도 있는 태권도 품새 동작은 무용수 같았고,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곱빼기로 먹었고, 큰 소리로 윤도현의 <흰수염 고래처럼>을 불렀고, 꽈배기 튀김을 좋아했고, 생일에는 항상 큰 걸 불러서 나는 큰 돈을 써야 했고, 우리는 양떼목장과 스위스 마을에 가서 함께 언덕을 즐겁게 달렸고, 너는 활기차게 웃고 미소가 늘 입가에 머무르는 아이였다. 그런데 지금은 침대에 누워만 있다. 지금은 네 작은 방에서 스마트폰을 하는 너밖에 없다.


나는 어떤 불가해하고 악의적인 힘이 비밀리에 너를 조종하고 있다고 밖에 상상할 수 없다. 상황은 그 보다 더 나쁘다. 왜냐하면 너를 일종의 노예 상태로 만드는 외부의 압제자를 확인하거나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너는 스스로가 만든 감옥 속에 있는 것 같다. 나는 스마트폰에 사용 제한을 걸기도 했지만 너는 누워서 잠만 자는 괴물로 변해 갔다. 나는 네가 저렇게 누워만 있다가 분자 수준으로 해체되지 않을까 염려 되어 결국 제한을 풀었다. 그러자 너는 깨어났고 귀신에 씌인 듯 말없이 스마트폰만 들여다 보았다.


네가 말하고 주장하는 것들 대부분이 유튜브에 올라 온 영상들과 일치한다는 사실에 나는 끔찍하게 놀랐다. 너는 세계를 관통하여 이해하는 자처럼 말했다. 근현대 정치사에서부터 <진격의 거인>이 담고 있는 실존주의 철학에 이르기까지 너의 담론은 세계를 총망라했다. 너는 모든 곳에 접근할 수 있는 신 같았다. 삼성전자 주식이 크게 오를 것이라며 지금 빨리, 빚을 내서라도 사두라는 이야기를 할 때가 6만전자였을 때다. 그 때 네 말을 들었더라면 우리집은 빚을 다 갚고도 남았을 게다. 누워서 스마트폰만 들여다 보는 네가 어떻게 그렇게 세상을 끈덕지게 탐색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내가 들여다보는 스마트폰과 네가 들여다보는 스마트폰은 기종도 같고 업데이트 버전도 같다. 그런데 우리가 보는 세계는 전혀 다르다. 오히려 이 세계에 대해 나는 너에게 자주 묻곤 한다. 그럴 때마다 너는 2분 안에 내가 가진 근본적 질문을 이해하고 대답해 준다.


나는 언젠가 한번은 네가 스스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모두 거짓이라고 말할 뻔 했다. 네가 발견한 것을 신뢰하지 말라고, 그것들은 얄팍한 정보를 주긴 하지만 통찰력을 줄 수는 없다고, 관점을 형성하는 방법은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그것을 통해 너는 너의 진정한 자아정체성을 탐색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나는 소리칠 뻔 했었다. 그러다가 그만 두었다. 내가 하려던 말은 내 아버지가 내게 했던 말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너만 했을 때 내 아버지는 내가 이해하는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셨다. 그 때 세계는 보다 큰 자유를 향해 가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피땀 흘리며 일하지 않아도 되는 세계가 오고 있음이 분명했다. 적들은 사라지고 모두가 하나가 되는 세상이 오고 있었다. 아버지, 그렇게 뼈가 빠지게 성실히 산다고 해서 뭐가 남는 게 있겠어요, 즐기면서 일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모두 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해도 되는 세상이에요, 지금은, 가수도 하고 연예인도 되고, 그쪽이 전망이 밝아요, 텔레비전 좀 보세요, 맨날 뉴스 같은 것만 보시지 말고, 오락 프로도 좀 보시라고요, 한 방에 떠서 떼부자 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에요, 그게 아니잖아요, 지금 제가 드리는 말씀은, 제가 그런 딴따라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지금은 뭐든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최고다, 그 말이에요. 하고 싶은 건 지금은 딱히 없지만, 지금은 그런 세상이에요. 이것저것 다양하게 하다 보면은 되는 세상이요.


이건 내가 아버지께 드린 말씀이고 다음은 아버지가 하신 말씀 중 기억 나는 부분이다. 그래. 네 말대로 세상이 많이도 변했다. 팔도 사방에 고속도로가 깔리고 전화기, 텔레비전 없는 집이 없고 가만히 앉아 리모콘만 누르면 되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이 돼도, 텔레비전으로 다 볼 수 있는 세상이 됐다 해서, 텔레비전이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밤낮 전화통만 붙들고 살면, 네 친구들이 세상 사는 이치를 깨우쳐 줄 것 같으냐? 이번 달 전화요금이 얼마 나왔는지 알기나 하니? 밤새 농담 따먹기나 하면서 뭘 배울래? 책을 보고 공부를 해야 할 거 아이가? 밤낮 없이 전화통만 붙들고 살면서 무슨 좋은 세상이 온다는 거고? 니 이대로 커서 나중에 어쩌려고 그러노?


어떻니? 내가 네게 하려던 말과 네 할아버지가 내게 하셨던 말씀은 거의 같지 않니? ‘밤낮 붙들고 살던 전화통’이 ‘스마트폰’으로 바뀌었을 뿐 달라진 게 하나도 없구나. 그래서 나는 스마트폰과 가상 세계, 스마트폰과 자아정체성, 스마트폰과 디지털 디톡스에 대해 말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이 말은 꼭 해야겠다. 운동은 좀 해라. 나가서 햇빛도 보고 맑은 공기도 쐬고 맛있는 것도 사먹고 그래라. 너무 집에만 붙어 있지 말고 나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그래라. 스마트폰? 아빠는 걱정 안 한다. 내가 붙들고 살던 전화통 만 하겠니! 다만, 네가 네 몸을 잊어버릴까 봐 그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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