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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찐두빵 Oct 05. 2022

생각보다 어렵네

서포트하기 힘들군

남자 친구가 이직 준비를 하게 되면서 나는 남자 친구에게 이직 준비를 하는 동안 서포트를 하겠다고 큰소리를 빵빵 쳤다. 이직 준비에 좀 더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컸다. 


그렇지만 그 이면에는 그동안 떨어져 있으면서 평일에 집안일을 도맡아 했던 남자 친구에 대한 고마움도 있었다. 내가 주말에만 집에 오는 동안에 남자 친구가 분리수거, 집안일, 각종 집안의 대소사를 혼자 해줬기 때문이다. 주말에만 함께 하는 시간 동안 평일에 남자 친구가 해온 일들에 대한 부채감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내가 생각하는 서포트는 집안일을 다 하고 식사를 잘 챙겨주는 것이었다. 

아침은 둘 다 식사를 하지 않고 점심은 각자 회사에서 먹으니 저녁을 건강하게 차려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변수가 있었으니 남자 친구의 식사량이 어느 정도인지 매일매일 가늠이 안된다. 어느 날은 허기짐이 평소보다 더해 밥을 더 먹는 날이 있고, 어느 날은 팀 점심을 먹고 와서 깨작거리는 날도 있다. 저녁 준비를 하면서 어떤 메뉴를 할지 고민하고 카톡으로 공유를 하면 그때는 좋다고 하지만 막상 저녁이 되면 다른 이야기를 한다.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식사 준비란 어려운 것이었다. 그때그때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나는 내가 생각한 것 이외에도 다른 변수들을 고민해봐야 했다. 이 변수들이란 남자 친구의 그날 입맛, 날씨, 등등 여러 가지가 있더라.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서포트의 또 다른 지점은 바로 집안일이다. 

내가 주로 해왔던 것은 빨래, 식사 준비였는데 이것 이외에 설거지, 청소, 분리수거까지 내가 하겠다고 했다. 집안일은 사실하면 티가 잘 나지도 않고 안 하면 티가 나는 것이긴 하다. 그렇지만 내가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어서 말한 것도 있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웬걸, 생각 이상으로 집안일은 방대하다. 퇴근 후에 식사 준비, 설거지를 하고 나서 집안일이 끝나면 다행이지만 그 이후에 빨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아득하다. 둘이 사는데도 빨래는 이틀만 안 돌리면 가득 쌓인다. 매일 입는 옷, 수건, 그리고 운동복 등 여러 가지 빨래들이 쌓이기 때문에 자주 돌리지 않으면 금방 쌓이는 게 빨래다. 

거기다가 화장실 청소는 자주 해주지 않으면 금방 더러워짐이 느껴진다. 청소기도 자주 돌리지 않으면 머리카락이 금방 보이고 싱크대는 닦아주지 않으면 먼지가 쌓이는 느낌이다. 

일을 하면서 집안일을 함께 한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것이었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결국 내가 말한 그대로의 서포트는 채 한 달을 가지 못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설거지까지 한 다음에 빨래를 개고 있으면 어느 순간 남자 친구가 와서 같이 개주고 있다. 청소도 주말을 넘기려고 하면 남자 친구가 청소를 하고 있다. 내가 서포트하겠다고 말한 게 좀 부끄러울 정도이지만 어쩌겠는가... 생각보다 집안일은 힘들다. 


벌써부터 서포트를 잊어버린 것 같은 나에게 남자 친구는 좋아하는 걸 해주는 것보다 자신이 싫어하는걸 안 하는 게 더 좋다고 한다. 집안일을 도맡아 해주는 것도 좋긴 하지만 남자 친구는 그것보다는 술을 적게 마시고 잔소리를 덜 하는 내 모습이 더 좋은가보다. 남자 친구는 나의 잔소리를 듣지 않는 게 제일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부터라도 남자 친구가 원하는 서포트를 해보자!

이전 17화 그가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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