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다슬기를 무척 좋아하셨다.
아버지를 닮은 우리도 다슬기를 좋아했다. 우리 동네에는 시골 아주머니들이 다슬기를 잡아 고무 대야에 이고 집마다 돌아다니며 팔았는데, 아버지는 다슬기 장사들을 한 번도 그냥 돌려보낸 적이 없었다. 그것도 고무 대야 전체를 다 사실 때도 많았다. 그래서 다슬기를 잡으면 우리 집으로 먼저 팔러 오시는 아주머니들도 있었다.
엄마는 까만 무쇠 솥에 된장을 풀고 다슬기를 삶아 큰 양푼에 퍼왔다. 다슬기 양푼을 본 우리는 모두 탱자나무 울타리를 향해 달렸고 튼실한 탱자나무 가시를 따 왔다. 다슬기 먹을 때 가장 인기 좋은 것은 바늘이었으나, 바늘은 우리 여섯 형제 숫자만큼 많지 않았다. 할머니와 엄마는 천천히 바늘로 까서 동생들을 먹이고 우리는 탱자나무 가시로 까먹었다.
아홉 명이 둘러앉아 정신없이 다슬기를 까먹을 때 아버지는 묘기를 부리셨다.
“자, 아빠 봐라. 아빠는 세계에서 제일 빨리 다슬기를 먹을 수 있어.”
우리는 모두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오른손과 왼손에 다슬기 하나씩을 들고 한 손으로 다슬기 꽁지를 이로 깨물어서 쪽쪽 빨았다. 번갈아 입에 집어넣는 두 손이 어찌나 빠르던지 우리는 넋을 놓고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우리도 따라 해 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다슬기는 우리가 실컷 까먹고도 남았다. 남은 다슬기를 엄마는 학독에 살짝 갈아 껍질은 버리고 알맹이는 솔(부추)을 듬뿍 넣어 맛있는 다슬기탕을 끓여주셨다.
한여름 더울 때면 온 가족이 피서 겸 다슬기를 잡으러 냇가에 갔다. 엄마는 집에서 먹던 밥과는 달리 솜씨를 내 찬합 도시락을 쌌다. 자가용도 없던 그 시절이어서 아홉 명의 대가족이 그야말로 대행진을 해야 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들떠서 까만 고무신을 신고 모자와 바가지 등 준비물을 챙겼다.
냇가에 도착하면 엄마 아빠는 다슬기를 잡을 수 있는 장소를 정해 주고 단단히 이르셨다.
“너희들은 여기에서만 잡아. 다른 곳에는 절대 들어가면 안 돼. 물속에는 물귀신이 있어서 발을 쭉 잡아당겨 깊은 물속으로 데리고 가버린단다.”
아무리 다슬기가 많아 보여도 우리는 물귀신이 무서워 절대 깊은 곳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아이들이 우물과 냇가, 저수지 등 깊은 물에 빠져 잘못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옆집 아이도 마을 공동 우물에 빠져 잘못된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다.
다슬기 잡기에 지쳐 심심해질 때쯤 아버지는 우리에게 오셨다. 아버지는 물고기를 잡아주겠다며 손수건을 꺼내 두 번 접고 가운데를 돌로 찧어 아주 조그맣게 도려냈다. 잡은 다슬기를 갈아 그릇 속에 넣은 다음 손수건으로 그릇 둘레를 꼭꼭 묶어 물속에 넣어 두었다. 한참 뒤 아버지가 그릇을 꺼내와 손수건을 벗기니 그 속에는 정말 물고기가 들어있었다. 우리는 모두 놀란 눈으로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가 아주 멋져 보였고 신기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멀쩡한 손수건을 구멍 내 버려 엄마에게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늘을 찾아 맛있는 도시락을 먹고 나서도 엄마와 할머니는 계속 다슬기를 잡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엄마에게 우리 목욕을 시키겠다 하고 목욕 대신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셨다. 돌을 살짝 들춰 우렁이나 새우, 가재를 잡기도 했다. 커다란 바윗돌 밑에 살짝 손을 넣고 계시던 아버지는 메기도 잡았다. 나도 아빠를 따라 해 봤는데 미끄덩한 무언가가 손에 잡혀 깜짝 놀랐다. 물고기 잡기에도 심드렁해지면 아버지는 또 다른 놀이를 알려주셨다.
아버지는 물수제비 뜨기 선수이기도 했다. 아버지가 던진 돌은 열 번도 더 넘게 물 위에서 춤을 추었다. 아버지는 어떤 돌로 어떻게 던져야 많이 뜰 수 있는지 우리에게 시범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모두 작고 납작한 돌을 찾아 몸을 비스듬히 옆으로 하고 물속에 던졌다. 아버지랑 똑같이 흉내 내며 던졌지만, 돌들은 모두 퐁당퐁당 물속에 빠져버렸다. 그래도 우리는 깔깔거리며 퐁당퐁당 돌을 날렸다.
요즈음은 다슬기 잡기가 쉽지 않다. 이제는 다슬기를 잡는 대신 다슬기탕을 사 먹는다. 하지만 맑고 잔잔한 시냇물을 보면 다슬기가 있나 한 번씩 물속을 들여다보곤 한다. 얼마 전, 추석날 아버지 산소에 다녀오다가 우리 형제들은 아버지 이야기를 하며 시냇가에서 다슬기를 잡았다. 우리는 납작한 돌멩이를 주워 냇가에 퐁당퐁당 던졌다. 지금은 나도 아버지만큼 물수제비를 잘 뜬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버지가 멀리 하늘나라에서 지켜보시면 흐뭇하게 미소 지으실 것 같아 나도 손을 흔들었다.
*부추를 전라도에서는 솔, 경상도에서는 정구지, 충청도에서는 졸이라 부른답니다.
*다슬기를 전라도에서는 대사리, 고동, 경상도에서는 고디, 충청도에서는 올갱이라 부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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