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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승광 Mar 24. 2024

엄마 되기 여정의 실체

엄마는 매우 고됩니다. 아만다 루제리의 말처럼 엄마가 된다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노동 집약적이며, 감정적인 일이기 때문입니다(아만다 루제리, 2022). 이 말은 우리로 하여금 엄마 하기가 왜 어려운지를 천천히 들여다보게 합니다.


아이는 한순간에 태어나지만 엄마의 능력은 그렇지 못합니다. 엄마라는 역할에 있어 인턴기간이란 없습니다. 임신기간 동안 아무리 육아 책을 많이 읽고 세미나를 자주 참석했다고 해도 그건 업무 현장에서 받는 OJT(On-the-Job-Training)가 아닙니다. 굳이 따지자면 입사하기 전 취업을 위한 공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엄마가 회사의 직원과 다른 점은 OJT가 없어서 뿐만이 아닙니다. 회사는 신입사원에게 처음부터 힘들고 어려운 업무를 맡기지 않습니다. 그저 복사를 시키는 등 선배 사원들의 업무를 옆에서 돕도록 합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일을 익히게 만들고 능력을 키웁니다. 일터에서의 업무는 쉬운 것부터 시작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난이도가 올라갑니다.


그에 반해 엄마라는 역할은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경험해보지 못한 일, 난도가 높은 일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아기에게 젖을 물려야 하고 똥기저귀를 갈아야 합니다. 울음소리 하나만으로 아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채고 움직여야 합니다. 아주 오래전 광고 카피로 유행했던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말은 이제 저 세상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늦잠은커녕 네 시간을 깨지 않고 잠드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백일의 기적'이라는 말이 있지만 백일이 지난다고 해서 엄마의 일이 편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 집안 바닥의 모든 장애물을 치워 놓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심이 되지 않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울기 시작합니다. 용변을 볼 때도 화장실 문을 닫아놓지 못합니다. 엄마는 언제나 아이의 눈에 보여야 하니까요, 엄마의 일들은 아이가 커가면서 계속 바뀝니다. 아이가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처럼 엄마도 처음의 경험을 계속해나가야 합니다. 오죽하면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야'라는 제목의 책이 세 권이나 있을까요. 달랑 세 권이 아닙니다. 유사한 제목까지 포함하자면 매우 많은 책이 검색됩니다.

모네풍의 '멀고 험한 여정' by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엄마가 하는 일은 실로 노동집약적일 뿐 아니라 교육적이며 감정적이기도 합니다. 수유 혹은 분유 먹이는 일이 마무리될 때면 이유식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이유식을 가리지 않고 다 잘 먹는 것이 아닙니다. 엄마는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아이가 좋아하는 이유식을 만나게  됩니다. 아이가 손에 잡고 먹을 수 있도록 스틱 형태로 만들기도 합니다. 엄마는 이 시기에 세계 최고의 요리 연구가로 변합니다.


어디 요리뿐인가요. 엄마는 선생님이기도 합니다. 아이가 누워있을 때부터 천장에 모빌을 달아주고, 대답도 못 하는 아이에게 말을 건네고 책을 읽어줍니다. 아이의 몸이 자유로워지면 화장실 훈련도 시킵니다. 방안에 놓인 변기에 아이가 똥을 누면 엄마는 호들갑을 떨며 축하를 건넵니다. 물론 똥이 투하된 변기도 불빛을 반짝이며 경쾌한 멜로디를 뿜어냅니다. 아이가 조금 더 크면 학습도 책임져야 합니다. 숫자와 기본적인 연산, 글자를 익히도록 하는 것은 대개 엄마 몫입니다. 학습적인 것뿐만이 아닙니다. 어른께 인사하기, 차례 지키기,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모든 일에 정직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기. 이렇게 아이가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거의 모든 것들을 엄마에게서 배웁니다.  


지금은 선거철입니다. 많은 정치인들이 정치를 종합예술이라고 말합니다. 투표권자의 마음을 얻어 선거에서 이겨야 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개인적 승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공동체의 선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투표권자들이 그에 동의하도록 설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함으로써 사회의 진보를 만들어내는 것이 정치라고 합니다.


이 표현을 빌어 이야기하자면 엄마에게 있어 육아는 종합노동입니다. 아이를 잘 키워야 하지만 그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엄마의 체력은 조금씩 고갈됩니다. 아이의 정서가 풍요로워지는 동안 엄마의 외로움은 깊어갑니다.    



* 참고자료 

아만다 루제리. '모성의 양가성'… 엄마라는 역할에 대한 복잡한 감정. BBC뉴스코리아(2022.11.24.자)

https://www.bbc.com/korean/features-6372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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