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과 생각을 담았으며, 영화 <아가씨>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감독 - 박찬욱
각본 - 정서경, 박찬욱
원작 - 세라 워터스 <핑거스미스>
출연 -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외 다수
음악 - 조영욱
배급 - CJ ENT
제작 - 모호필름, 용필름
장르 - 스릴러, 드라마
시놉시스 -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후견인 이모부(조진웅)의 엄격한 보호 아래 살아가는 귀족 아가씨(김민희). 그녀에게 백작이 추천한 새로운 하녀가 찾아온다. 매일 이모부의 서재에서 책을 읽는 것이 일상의 전부인 외로운 아가씨는 순박해 보이는 하녀에게 조금씩 의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하녀의 정체는 유명한 여도둑의 딸로, 장물아비 손에서 자란 소매치기 고아 소녀 숙희(김태리).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될 아가씨를 유혹하여 돈을 가로채겠다는 사기꾼 백작(하정우)의 제안을 받고 아가씨가 백작을 사랑하게 만들기 위해 하녀가 된 것. 드디어 백작이 등장하고, 백작과 숙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가씨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하는데…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매혹적인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히데코’는 이모부 ‘코우즈키’가 뱀처럼 옭아매도 자유를 향해 발버둥 친다. 드디어 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언제나 참고 참았다. 이모가 처참히 죽은 모습을 보고도 제대로 소리 한번 내지 못했다. 지하실에서 어린 히데코에게 코우즈키는 말대답을 한다고 구슬로 손등을 때린다. 유모 ‘사사키’는 비천한 계집애라 말하며 기름 아끼라고 불도 못 키게 한다. 그리고 불을 켜거나 소리를 내면 ‘야차 같이 큰 남자가 나와서 아무 소리를 낼 수 없게 덮쳐 눌러버릴 거다’하며 겁을 준다. 실제로 저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다.
그렇게 등장한 이모는 히데코에게 ‘불’을 옮겨준다. 아무도 불을 주지 않을 때, 히데코에게 손을 내민다. 그리고 '내가 곱냐'고 물어본다. 하지만 그녀들은 '언니보다 못하다는', '엄마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기억나는 건 단지 그뿐이다.
작은 유대감의 씨앗은 결국 억눌려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히데코는 발버둥 치며 소리를 낸다. 숙희는 그 소리를 듣고 히데코의 손을 잡는다. 그렇게 심어진 씨앗은 함께 꽃을 피운다.
사회는 내게 겁을 준다. ‘여자답게 해야지. 이렇게 행동하면 나중에 너에게 좋지 않을꺼야’ 하면서. 하지만 그 너머에 야차같이 큰 괴물은 없다. 그 안에서 난 ‘우리는 사람답게, 또 나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씨앗을 심는다. 하지만 씨앗은 나 혼자 심을 수 있을지 몰라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은 홀로 할 수 없다. 누군가의 분노, 이야기, 진심, 공감 그리고 연대가 함께 해야 한다.
영화 속에서 히데코를 성적 대상으로 묘사한 글과 그림을 보고 숙희는 칼로 찢는다. 던지고, 부수고 물에 담가버린다. 이내 뱀의 머리를 부순다. 그리고 그들은 떠난다. "여자 두 명 이선 절대 고베를 떠날 수 없다"라는 코우즈키의 관념, 무지를 깨버린다. 마음속에 작게 품고 있던 씨앗을 숙희와 함께 믿고 가꾸며 그들은 스스로 자유를 얻는다. 이제는 유희의 존재가 아닌 오롯이 자신 스스로가 된다. 그리고 그를 인정해주는 서로가 있다.
한국에서 우리가 ‘여성’이기에 겪었던 영화와 사회 속 차별과 폭력은 박힌 굳은살이 되었다. 우리는 씨앗을 심고 있다. 존재하지 않는 적을 만들어 무너뜨리려 하지만 결국 담론은 재전유되고 있다. 이를 위해 함께 연대할 때 반드시 우리는 꽃과 열매를 보게 될 것이다.
69기 이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