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남자>, 일상 속 여성

by FEELM

* 영화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과 생각을 담았으며, 영화 <거꾸로 가는 남자> 대한 일부 스포일러가 있을 있습니다.




거꾸로 가는 남자 (I am not a easy man, 2018, 프랑스)

감독/각본 - 엘레오노르 푸리아트
각본 - Ariane Fert
출연 - 빈센트 엘바즈 외 다수
제작/배급 - 오토파일럿 엔터테인먼트/넷플릭스
장르 - 코미디

시놉시스 - 남성 우월주의자로 늘 여성을 폄하하며 살아온 남성 다미앵이 어느 날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하고 눈을 뜨자 여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게 되어 혼란을 느낀다는 이야기의 영화



<거꾸로 가는 남자>는 내가 스터디에서 발표했던 영화이고 현재 넷플릭스에서만 상영되고 있는 유명하지 않은 영화다. 네이버에 검색해도 영화 정보가 바로 뜨지 않는다. 영화에 대한 글들도 얼마 뜨지 않는다. 게다가 넷플릭스에도 수많은 작품들이 있는 만큼 이 영화를 우연히 보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 생각한다. 나도 우연히 다른 걸 검색하다 이 영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용도 간단하다. 남자 주인공은 길가는 여자들에게 성희롱적인 추파를 던지는 등 전형적인 ‘남성우월주의자’ 이다. 그러다가 전봇대에 머리를 세게 부딪히며 남자와 여자가 뒤바뀐 세상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에 뒤바뀐 세상에서의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과 싸우다가 크게 부딪히며 원래 세상으로 돌아오고 끝난다. 긴박한 상황도 없고 큰 반전도 없다. 그럼에도 영화가 충격적인건 이 뒤바뀐 세상이 현실을 정말 그대로 뒤바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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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선 여성은 제모를 하지 않고, 전문직이나 높은 자리는 다 여성의 것이다. 남성은 자신의 애가 생기자마자 육아 때문에 강제적으로 일을 그만둬야 하며 길에선 여성들에게 성희롱을 듣는다. 남학생은 자신의 여자친구가 강제로 구강성교를 요구했다며 남자 주인공에게 토로하고, ‘남성주의’ 단체는 남녀차별을 멈추라고 시위하지만 여성들에게, 그리고 같은 남성들에게도 욕을 먹는다. 남자 주인공은 원나잇을 하려다가 제모가 안되어 있어 퇴짜를 맞고, 친구의 아내는 바람을 폈지만 그 아내는 어쩔 수 없는 실수였다, 여자라면 한 번쯤은 바람을 핀다며 익숙한 변명을 한다. 여자와 남자를 바꾼다면 이들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계속 어색하고 불편한 기분이었다. 일부 사람들은 어머니, 할머니 세대도 아닌 현세대 여자들이 무슨 이유로 차별에 대해 논하냐며 성차별이 현재에는 없다고 주장하고 더 나아가 오히려 남성들이 역차별을 당한다며 ‘여성상위시대’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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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 여성들은 투표권을 얻었고, 대학교에 진학하는게 당연하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여성에 대한 차별이 사라진건 아니다. 오히려 이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듯 정말 일상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차별이 존재한다. 영화를 보면 성 고정관념도 여성에 대한 차별임을 알 수 있다. 사회에서 남성스러움은 건강하고,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이고 여성스러움은 연약하고, 갸날프고, 조용한 모습이다. 남성들이 하는 ‘바깥일’들은 대단하고 큰 일이지만 여성들이 하는 ‘안쪽 일’들은 남성들을 지지하고 내조하면서 작은 일로 여겨진다. 이를 바꿨기 때문에 남자들은 현실 세계보다 뭔가 우습게 보이기도 한다.


현재 존재하는 독립국 중에서는 뉴질랜드가 1893년 처음으로 여성에게 선거권을 부여했다. 겨우 백여년 전에 일어난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호주제는 2008년에 최종적으로 폐지되었다. 이것은 겨우 십년전에 일어난 일이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차별은 오래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지금도 많은 부분에서 성차별이 존재하는 건 오히려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를 보고 내 주위의 성차별에 대해 더 인지를 하게 되었지만 변한게 없기 때문에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나 또한 그런 사회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어떤 면에서는 여성 혐오적이거나 성차별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도 페미니즘이 퍼지면서 미투 운동이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고, 영상 매체에서는 남성에게 기대지 않는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가 많아졌으며, 인터넷에서는 페미니즘에 관련해서 여러 토론이 오간다. <거꾸로 가는 남자>같은 영화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물론 이런 현상들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지만 단순히 특정 지역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 그리고 전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성차별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고백하자면 만약 여성영화스터디가 없었다면 나는 이 영화를 보지 않았을 것 같다. 영화기때문에 기본 러닝타임이 90분은 되고, 줄거리를 봐도 별 내용이 없어보였으며 원래 공포나 추리 쪽 영화만 보기 때문이다. 다른 영화들도 스터디 때문이 아니라면 보지 않았을 것 같다. 일주일마다 주말에 왕복 세시간 거리를 가는 일은 힘들었지만 스터디를 하면서 다양한 영화를 접하고, 또한 페미니즘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과 깊은 토론을 한 것 같아서 뿌듯하다. 더불어 여성영화스터디가 계속 유지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69기 최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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