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올드 보이(Old Boy)>에 대하여
* 영화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과 생각을 담았으며, 영화 <올드보이>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감독 - 박찬욱
출연 - 최민식, 유지태, 강혜정 외 다수
제작 - 임승용, 김동주, 한재덕, 지영준
배급 - ㈜쇼이스트, CJ엔터테인먼트(재개봉)
장르 - 드라마,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
시놉시스 - 술 좋아하고 떠들기 좋아하는 오.대.수. 본인의 이름 풀이를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살자'라고 이죽거리는 이 남자는 아내와 어린 딸아이를 가진 지극히 평범한 샐러리맨이다. 어느 날, 술이 거나하게 취해 집에 돌아가는 길에 존재를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납치, 사설 감금방에 갇히게 되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잘 만든 영화다, 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와 정말 좋았어, 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후자,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은 <올드보이>에서부터 잔뜩 멀어져 있는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인간의 가장 선한 모습을, 가장 사랑할 수 있는 모습을 비추는 영화들을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올드보이>는 어쩌면 내가 싫어하는 영화 부류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올드보이>를 보며 어떤 장면들은 나에겐 너무 잔악해 이 영화를 보기로 마음 먹은 것을 잠시간 후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나 같은 사람조차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올드보이>가 분명 잘 만든 영화라는 점이다. 박찬욱 감독이 전달하고 싶어 했던 복수의 메시지가 훌륭한 연출과 연기로 영화 내내 녹아들어 있었다. 적어도 감독이 이 영화를 구상하며 성취하고자 했던 것들을 완벽히 이뤄냈음은 분명해 보인다. 장면 하나하나가 정교하게 구성되었다는 것이 스크린을 뚫고 느껴졌다.
아주 오래전, 말 한마디를 잘못했기에 처절한 복수의 대상이 되어 무려 15 년 동안 감금된 주인공과 근친상간이라는 금기된 소재에서 비롯되어 그 소재로 마무리되는 복수.
영화의 줄거리를 요약하여 이렇게 활자화하면 아주 큰 무리수처럼 보이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이 영화적 장치들이 감독의 통제 밖을 벗어났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또한 이렇게 '무리수' 같아 보이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배우들의 연기를 과잉되어 보이지 않게, 인간의 가장 저열하고 추악한 면을 정제하고 또 정제해 가장 깊은 아래 가라앉아 있는 그 근원을 낱낱이 스크린에 드러내놓은 그 능력 역시 굉장하게 여겨졌다. 특히 큰 충격을 주는 마지막 결말부는 박찬욱 감독의 연출과 상상력이 아니었더라면 그렇게까지 충격적이지는 않았으리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렇게 내 선호에서 벗어난 영화를 보고 감상평을 남길 때는 어떤 말을 써야 좋을지 모르겠다. 영화의 의도대로, 인간의 추악한 면을 마음껏 비판하고 입 조심을 하자는 교훈으로 끝맺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영화와 곧이곧대로 발맞추어가기에는 영화를 보는 내내 자꾸만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아직 이렇게까지 밑바닥인 인간의 모습을 마주하기에는 내가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됐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품었던 의문들 중 하나인 이 영화의 제목이 <올드보이>가 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 감상평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따로 찾아보진 않아서 감독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부족한 내 추측으로는 소년 시절의 일에 온 정신이 머물러 잔악한 복수를 저지른 이우진과, 마찬가지로 소년 시절의 일 때문에 끔찍한 결말을 맞게 된 오대수를 겨냥한 제목이 아닌가 싶다. 나도 그들 정도 나이가 되어 나 자신에 대해 나이는 먹을 대로 먹었지만 과거에 발목이 잡혀 있군, 싶은 씁쓸한 생각이 들 수도 있을 법한 나이 정도가 되면 이 영화를 조금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까? 그러나 지금의 나는 아직 '올드'가 되지 못했기에 이 영화 또한 내겐 멀다.
73기 조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