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지금 잘 하고 있어요.
어제는 절에 다녀왔다. 아이들과 함께 기도를 하고 돌아오는 길이 감사했다.
수 많은 인파들 사이에서 아이들은 진심으로 기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아프지 않고 아이들 곁에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과 이것저것 하면서 둘째가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사실 엔트로피라는 책은 내가 봐도 책이 어렵게 느껴진다.
아이는 하이라이트를 하면서 읽었다.
궁금해서 어떤 책이니? 어렵지 않아? 라고 물었다.
아이는 엄마에게 엔트로피가 무엇이며, 책 속에서 얻은 아이의 생각을 말로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아이를 바라보며 들으며 공감을 했다.
그 시간이 참 소중했다. 내가 무언가를 해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것도 아닌데, 그냥 들어주고 함께 이야기해주는 것 뿐인데
아이의 눈은 반짝였다.
그런 아이를 보는 순간 내가 아프다는 핑계로 아이들에게 제대로
해 주지 못한 마음이 들었다.
가끔은 몸이 지치고 마음도 따라 무너지는 날이 있다.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도, 뭘 해줘야 할지 막막하고 미안한 마음만 자꾸 커진다.
그럴 때 나는 스스로에게 조용히 묻는다.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있을까?"
"아이의 잠재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학원보다 집에서 아이 스스로 문제해결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등
다양한 질문을 나에게 던진다.
하지만 많이 해주진 못해도, 깊고 따뜻한 사랑은 여전히 줄 수 있다.
지금의 나도, 아이에게 충분히 좋은 엄마일 수 있다.
아래 5가지만 지켜도 나는 지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1. 들어주기 – '말할 수 있는 엄마'가 되어주기
아이가 무심코 던지는 말,
책에서 본 것, 친구와 있었던 일,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그걸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겐 "나는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말하고 있다"는 안전감이 생긴다.
가끔은 “아, 그렇구나”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
2. 감탄해주기 – ‘넌 대단해’라고 말해주는 힘
아이의 말에 “우와, 그런 생각을 했어? 정말 멋지다!”
한마디 감탄이 아이를 웃게 만든다.
감탄은 아이의 자존감을 조용히 키우는 응원이다.
지금 내가 가장 쉽게, 그러나 가장 크게 줄 수 있는 선물.
3. 글로 남기기 – 기억을 선물처럼 포장해주기
아이와 나눈 특별한 대화,
아이의 통찰, 아이의 말투…
그걸 짧게라도 글로 남겨 아이에게 보여준다.
“너와의 대화가 너무 소중해서 기록했어.”
그 순간, 아이는 알게 된다.
“나는 기억될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걸.
4. 작은 질문 던지기 – 생각을 이어주는 연결 고리
긴 대화가 힘들어도 괜찮다.
짧고 가벼운 질문 하나면 충분하다.
“너라면 어떻게 할까?”
“그 장면을 너는 어떻게 느꼈어?”
“이 책을 대통령이 읽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질문은 아이의 생각을 자라게 하는 따뜻한 자극이다.
5. 그저 곁에 있기 – 침묵도 따뜻한 대화가 된다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엄마의 온도는 아이에게 전해진다.
소파에 앉아 눈을 감고 있어도,
아이의 손을 조용히 잡아주는 그 순간,
아이의 마음은 “엄마는 내 곁에 있어줘”라는 확신으로 채워진다.
아이의 차가운 손이 나의 온기로 데워지는 시간이 참 행복하다.
아이들이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행복한 것이 중요하다.
지금의 아이들은 누구보다 행복해보인다. 그럼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나는 조금 느리고, 조금 아프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
많지 않아도 괜찮다.
진심 하나면, 오늘도 충분하다.
기록은 나를 성장시키고, 나의 핑계를 그나마 없애도록 도와준다.
이런 기록들이 쌓여 아이들에게 좀 더 나은 엄마가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매일 할 것이다.
오늘은 아이들과 어떤 것을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새벽부터 고민했다.
이런 고민 참 오랫만이다. 사춘기가 되고 나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이
조금은 변했다. 멀리 가지 않아도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가족은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