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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Jun 29. 2023

전자책이 가끔 좋다.

그래도 종이책이 좋지

오랜만에 스마트폰으로 책을 보고 있다. 필요한 책은 많이 있고, 모두 사기는 부담스럽고, 빌려서 보기는 편치가 않았다.


대부분의 책은 전자책으로 볼 수 있어 참 좋다. 아이들을  발레클래스에 보내고, 기다리면서 나는 스마트폰으로 책을 봤다. 원래는 종이책을 보지만 준비하지 못했다. 전자책 읽기는 생각보다 빠르게 시간이 흘러가버렸다.


내 손안에 수많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건 디지털시대에 걸맞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공지능 목소리지만 듣기도 가능해서 집안일을 할 때나 걷기를 할 때 들을 수가 있다. 하지만 억양이 낯설게 느껴져 생각하며 듣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도 이렇게 시간을 활용하며 책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후한점수를 주고 싶다.  

종이책을 읽는 것이 나는 편하다. 가끔 참고도서가 몇 권씩이나 들고, 노트북, 텀블러까지 준비하면 어깨가 아프도록 무겁다. 그래서 발췌독을 할 때 전자책은 가장 유용하게 쓰인다.


어제는 아이가 그림을 그리면서 책을 읽어달라고 했다. 어릴 때는 책을 참 많이도 읽어주었는데, 어느새 아이들은 자라 스스로 책을 읽는 책벌레가 되어 있었다.

어제는 갑자기 재미있는 책을 읽어달라고 해서 요즘 재미있다고 소문이난 불편한 편의점을 읽어주었다.  읽으면서 욕이 나오는 부분은 내가 순화해서 읽어주었다. 독고씨가 편의점에 적응하는 에피소드에는 딸과 배꼽이 빠지게 웃었다.


딸은 엄마가 읽어주는 책이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사실 나는 드라마도 소설도 빠지면 끝까지 잡고 보는 스타일이다.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는 되도록이면 넷플릭스도 소설도 경계하고 자기 계발서나 내게 필요한 책만 읽는 편이다.


하지만 어제 둘째에게 폰으로 책을 읽어주다가 소설의 스토리에 빠져들었다.  세 시간을 읽어 준 후 그다음 이야기는 훗날을 약속했다. 혼자 읽으면 안 된다고 아이가 말했지만  아이가 잘 때 몰래 읽어버렸다.


다음 날 아이에게는 다시 읽어주었다. 다시 읽으면서도 재미있는 스토리에 나도 독고씨의 다음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졌다.


매일매일 한 챕터씩 아이가 자기 전에 읽어주기로 했다. 친구들은 혼자 읽었다고 하지만 혹시 모를 어른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대한 노출이 걱정도 되고, 같이 읽으며 함께 감정을 공유하고 웃고 즐기는 기분이 오랜만에 나도 좋았다.


전자책의 장점이라면 어두운 밤에 진가를 발휘한다. 스탠드 불빛이 아닌 스마트폰의 밝기로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는 눈을 감고 듣기만 하면 된다. 물론 나의 시신경과 뇌는 각성이 되며 피곤하겠지만 아이를 위하고 나를 위한 선택이라 감수하기로 했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해서 걱정을 하기도 하지만 그 덕분에 우리는 더 빠르게 적응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코로나를 겪으며 어쩔 수 없는 디지털화가 빠르게 왔지만 우리는 역시 적응의 동물이라는 것임을 모두 인정할 정도로 변화를 했다.


종이책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은 아무리 전자책이 많아도 따라잡을 수없는 장점이다.


요즘 매일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책을 읽고 한 문장이나 문단에 머무를 때가 있다. 이해가 되지 않거나, 혹은 너무 좋아서 기억하고 싶을 때이다. 이해가 되지 않을 때는 읽고 또 읽다 보면 생각이 여러 가지 경험들을 데리고 온다. 내가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았다. 어렵다고 느꼈는데 이젠 익숙하지 않았음을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2주 동안 내가 읽은 책...

전자책보다 종이책이 그래도 더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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