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지영 Jun 21. 2023

평범한 아침 일상이었다.

머피의 법칙은 끼워 맞추기

머피의 법칙...


만년필을 사고 싶다는 둘째를 위해 새벽 배송으로 도착했다. 잉크를 넣는 과정에 방법을 몰라 허둥대다 손에 잉크가 묻고, 한쪽 손은 손톱 상처로 피까지 났다.


순간 머피의 법칙이 내 무의식에 들어왔다. 쫓아내야 하는데 싸늘한 느낌...

그 순간 갑자기 냥이가 도망가다 공기청정기가 넘어졌다. 옆에 있던 선풍기도 같이 넘어지며 날개 앞 케이스가 빠져버렸다. 이런...

뭐지.. 오늘 아침 비도 오고 기분도 내려가고 밤사이 뒤척뒤척하다 제대로 못 잤는데...

아침부터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그래도 괜찮았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쪼그리고 앉아 선풍기를 이리저리 맞춰보고 끼웠다.

근데 고정하는 플라스틱 부분이 깨진 건지.. 고정이 안 된다..


어쩔 수 없다.

우선 학교 등교 준비가 먼저이다. 아이들을 챙기고 큰아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평온한 등굣길을 보냈다.

내려주고 5분 후 첫째에게 전화가 왔다.


위인전 책을 준비해야 하는데 안 가져갔단다. 이런 무슨.. 비도 오고 차도 막히는데 또다시 왕복을 해야 한다는 건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해도 학생증까지 집에 있어서 도서관에서 대여도 어렵다고 한다.


순간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맞을까? 둘째 등교 준비를 해야 하고, 8시 3ㅇ분에 기획회의가 있었고 내가 간다면 난 늦게 된다.

순간 아이의 마음이 떠올랐다. 자존심이 센 아이는 친구에게 부탁을 잘 못할 것이고, 내가 가져다주지 않는다면 완벽적인 아이는 스스로 자책하며 오늘 하루를 보낼 것만 같았다.


폭풍 잔소리를 하며 다시 집으로 와 책을 챙기고, 학생증을 챙긴다. 근데 책상 위에 있는 필통...

이건 필요 없는 필통인가를 물어보니 첫째는 필통이 가방에 없는지도 몰랐다. 결국은 책 가지러 왔다가 필통까지 챙겨 비 오는 도로를 달렸다.  


학교 앞에 거의 도착했을 때 갑자기 카톡이 계속 오기 시작한다. 아침부터 무슨 일인가 했더니. ,

일이 생겨 하교 시간을 점심시간 전이라는 긴급 문자가 왔다.

반 단톡방에 공지부터 하고 아이에게 전달했다. 결국 난 1시 전에 또 학교를 가야 한다.  웃음이 나왔다. 이 정도면 오늘은 집에서 푹쉬라는 건가?


아이가 미안하다는 장문의 카톡을 보냈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스스로 찾아보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마무리를 했다. 내가 항상 곁에 있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아이 스스로 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도 지고 해야 하는데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 기회에 아이는 충분하게 느낀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침 기획회의는 스마트폰으로 대신 듣기만 한 후 늦었지만 마무리는 할 수 있었다.  완벽한 준비가 된 상태는 아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나는 하기로 했다. 리더로 성장하기 위한 초기 단계 정도 되려나..


오늘 아침 머피의 법칙은 그냥 지나가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비가 오니 시원하고 긍정적인 부분만 내 잠재의식 속에 넣으며 생각하자. 끼워 맞춰서 생각하려면 생각대로 행동하게 된다.  좋은 생각, 긍정적인 생각으로 머피의 법칙은 사라졌다.


마음먹기에 달렸다. 이럴수록 더 마음을 다 잡고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생각하고 사물을 바라보자.

미리 불안함을 당겨 올 필요는 없다. 99프로는 현실로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빗길에 우비를 쓰고 우편물을 배달하시는 분들을 바라보며 안전 운행하시길 마음으로 기도했다.

우리가 편히 받는 우편물에 감사함이 느끼게 되니 기분 나빴던 아침의 일과는 눈이 녹듯이 사라진다.


감사하는 마음은 현재의 나를 잘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준다.


비가 와서 더위를 식힐 수 있고, 시원한 빗소리를 들으며 글을 쓸 수 있는 이 시간이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4월 봄날이 좋아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