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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겸손 Dec 22. 2020

넷플릭스 파티셰를 잡아라 (nailed it!) 리뷰

이런 당당박사들을 봤나~~

우연히 '파티셰를 잡아라'를 봤다. 우연히라고 하기엔 미심쩍은데 '아마도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에 따라 이 베이킹 쇼를 선택하게 된 건 아닐까?'하는...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클릭하게 된 결정적인 동기는 그전에 봤던 '아메리칸 셰프'때문이다. '아메리칸 셰프'의 활달하고 기분 좋은 여운이 떠올라서는 '요리 소재 콘텐츠를 보면 기분이 썩 좋던데, 한 번 더 봐볼까?' 하고 생각하게 된 것. 그렇게 해서 오늘 밤도 클릭! ( 하지만 이 역시 넷플릭스의 설계도 안에 들어가 있는 것... 왜 이렇게 부정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ㅋㅋㅋ)


그리고 별 다른 기대 없이 시즌4 -1화 '죽여주는 고전문학'편을 보던 나는

참여자들이 "네일드 잇~"이라고 하는 순간,

이렇게 많이 웃은 적이 없었다. 올 한 해 역대급으로 웃었다.



사진출처 : 넷플릭스


파티셰를 잡아라(nailed it)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프로그램으로 제한된 시간 안에 참가자들이 베이킹 미션을 수행해야하는 일종의 경연 프로그램이다. 3명의 참가자와 3명의 사회자가 이야기를 이끄는 2각 구조~!  회차 마다 게스트는 바뀌고, 메인 여성 MC인 니콜 바이어와 제과 명장 자크 토레스가 진행을 이끈다.



각자의 역할은 진행과 심사. 경연 참가자들은 홈비디오를 신청을 통해 검증된 미국 전역의 아마추어 제빵사들이다. (*선정 기준이 남다르니 주의할 것) 웃기는 베이킹을 좋아하는 다양한 계층과 직군의 3인이 미화 1만 달러의 상금을 두고 케이크 배틀을 펼친다. 경합은 총 2번 진행된다. 첫 번째 몸풀기(?) 경합에서 우승하는 사람에게는 매회 바뀌는 선물과 블링블링한 시그니처 황금 모자를 주고, 2번째 본선을 통해 최종 우승자를 선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경연 프로그램의 기본 틀을 제외하면, 그것을 다루는 방식은 너무도 남다르다.


우선 그대로 모방해야 할 모형이 주어진다. 그리고 원본 케이크의 레시피와 재료 일체도 제공한다. 심사자인  자크 토레스가 만든 케이크를 제한된 시간 내에 똑같이 모방하는 것이다. 심사기준도 명료하다. 모양의 형태와 완성도와는 크게 상관없이 원본의 구성 요소가 최대한 들어가 있으면 된다.

 




"그레그, 반죽은 잘 펴져요~?"  

"잘해내고 있어요"

", 그레그 잘하고 있군요 :) “


그렇게 엉망진창 경연대회는 시작된다. 베이커리 애호가이지만 전문가는 아닌 3인의 참가자들. 자신 분야에서는 프로겠지만, 베이킹 앞에서는 너무나도 공평하게 한 없이 작아진다. 대체로 중구난방의 연속이다. 어떻게 베이킹을 할지 순서나 우선순위를 제대로 정하지 못한다. 조리도구나 기기를 제대로 쓰지 못한다. 스텝이 꼬인다. 대부분 너무 많이 넣거나, 넣지 않거나이다. 엉망진창 얼렁뚱땅 오물조물 만드는 그들의 케이크가 그들의 멘털을 대변해준다. 참가자들은 혼잣말을 폭주하고, 우리 모두는 웃느라 바쁘다.


멘붕이 오면 맛있게 그리고 멋지게 만드는 것이 둘 다 어려워지는 데, 안 그래도 어려운 베이커리로 거의 인형 수준의 것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다. 보통 사람이 어떤 형상을 만들어 세우는 일은 무척이나 어렵다. 조몰락거리는 엉성한 손길을 보면 베이킹이 아니라 찰흙을 만지는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이랑 봐도 재밌을 거 같다, 아이들 리액션이 너무 궁금쓰~) 그래도 시간은 가만두지 않으니 우선 방황하는 손을 밀어 붙이면서, 손 가는 대로 열심히 만들어야 한다. " 1시간 남았어요~! 30분 남았어요! " 니콜 바이어의 구성진 목소리와 함께.


여성 MC인 니콜 바이어의 발성과 톤, 제스처 등은너무 찰지다. 그녀는 멘붕에 빠진 참가자들의 베이킹 과정을 보면서 재치 있는 입담을 살린다. 정말 딱 기분 나쁘지 않은 정도의 놀리기. 그리고 세계적인 패스트리 셰프인 자크 토레스의 은근한 입담 역시 맛있다. 선을 넘지 않는 두 사람의 입담 케미가 제대로다.





대체로 이런 식이 된다~  (사진 출처 : 넷플릭스)


이런 당당 박사들을 봤나!!

경연 참가자들이 제한 시간에 만든 베이커리를 공개하면서

"Nailed it( 해냈어!)"이라고 외칠 ,  프로그램의 진가가 드러난다.  

팬시하고 멋진 걸작의 모방을 시도했지만, 눈 앞에 펼쳐지는 건 망작의 향연. 그래도 모두들 해냈어!(nailed it!)라고 당당하게 외친다. 참가자들이 "Nailed it"을 당당하게 외칠 때 보는 사람에게도 엄청난 쾌감이 있다, 거기다 폭소는 덤으로 딸려온다.


네일드 잇이 이토록  재밌는 이유는 강하고 선명한 대비가 있기 때문이다.

케이크의 이데아가 있는데, 모방한 것들이 전부 똥망이라니!  

참가자들의 갈 곳을 잃은 손처럼 곤죽이 된 케이크들은 대부분 형태가 없다. 케이크는 잘못된 화학 반응에 중력을 이기지 못해 무너지고, 목이 떨어져 나가기도 일수다. 무형, 비대칭, 부조화가 폭발한다.(ㅋㅋㅋㅋ) 처참한 케이크들, 하지만 뭐 어때? 원본 케이크와 대비가 극명할 수록 내 배꼽은 탈출하는 것을~ 아마추어 베이커리 랩의 결과물은 처참하지만, 엉망진창한 케이크가 형태가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래서 웃기고 재밌다.


과학 법칙을 탈주한 케이크들을 인간미로 달래주는 심사원들은 

먹기 싫은 또는 먹을 수 없는 케이크를 즐거이 먹고 품평도 잃지 않는다. 하지만 보통 요리 경연처럼 절대 혼내거나 악을 쓰지 않는다. 대신 웃으며, 케이크만의 개성과 장점을 찾아서 재미있게 말해준다. 예를 들면 이런 식, ""우와, 게일! 이건 대단해요, 정말 좋아요" , "이건 전구를 두른 버섯같아요". 최대한 보이는 대로 말하되 개성을 치켜세워주는 것.  최종 선택을 하는 자크 토레스도 대부분 미소를 잊지 않는다. 아쉬운 부분은 이렇게 해보라고 알려준다. 


허술한 매력으로 그래도 모두들 해냈어!라고 

당당하게 외칠  있는 곳, 넷플릭스의 'Nailed It'이다

허술한 귀여움은 사람을 무장해제 시킨다. 요리경연대회의 특유의 각과 날세움은 지우고, 엉망진창 베이킹 판을 벌이니 더 없이 유쾌하다. ‘파티셰를 잡아라(nailed it)은 리얼리티 컴퍼티션 프로그램을 가장한 유쾌 발랄한 버라이어티 코미디 쇼다. 이런 콘텐츠도 쇼 프로그램이 될 수 있는 넷플릭스의 유연함이 즐겁다. 이런 엉뚱함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것이 미국 프로그램의 장점이기도 한 것 같다.


참여자들은 파티셰를 영원히 잡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케이크 이데아를 향한 베이커리의 여정은 계속된다

배꼽이 빠지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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