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에 변화를 일으킨 세 가지 전환점은 무엇인가요?
<우리집은 언제나 통화 중>
뚜뚜뚜...
1999년, 우리집에 전화를 걸면 언제나 통화중이었다. 전화선에 연결된 PC통신 때문이었다. 어릴적부터 게임을 좋아했던 나는 세진컴퓨터가 유행할 무렵 PC를 샀고 PC통신의 세계에 입문했다.
처음엔 그냥 친구랑 게임이 하고 싶었다. 스타크래프트와 오버워치로 유명한 블리자드에서 그 당시 워크래프트 2 를 배틀넷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게 출시했었다. 그렇게 전화선을 통해 매일 친구들과 게임하다가 PC통신 유니텔에 모뎀으로 게임하는 동호회도 가입하고 '넷츠고'라는 국내 최초의 인터넷 브라우저로 인터넷도 접속해보고 PC도 조립해본 덕분에 난 IT분야에 점점 친숙해져갔다. 게다가 중학생때 청소년정보감시단이라는 자원봉사단체 활동을 했다. 각종 PC통신 서비스들을 하면서 불건전 자료나 폭언, 욕설을 하는 사람들을 신고하면 봉사활동 시간을 주는 꿀 활동이었다.(당시 봉사활동이 내신에 반영되는 바람에...) 봉사활동시간도 확보하면서 전국에서 모인 친구들도 사귀고 당시 컴퓨터공학도였던 대학생 자원봉사 선생님들의 IT교육도 받았다. 이때 이후로 새로나온 웹서비스(싸이월드 포함 각종 사라진 서비스들을 기립니다)는 얼리어답터처럼 다 이용해봤던 것 같다. 이때의 경험이 훗날 대학교 전공선택과 첫직장에 영향을 주었다.
<원치않았던 디지털미디어 전공, 결국 디지털마케팅>
난 고등학교때부터 광고를 전공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 수능점수로 갈 수 있는 서울에 있는 학교를 포기하고 춘천에 있는 학교에 지원했다. 그 학교의 언론정보학부가 교수진과 방송시설로 유명했었다. 하지만 1학년때 너무 놀았던 나머지 학사경고를 받았던게 전공선택에 큰 영향을 끼쳤다. 2학년을 마칠무렵 난 광고가 아니라 디지털콘텐츠전공생이 되어있었다.
한동안 침울해있었다. 그동안 광고를 전공하려고 미리 전공수업위주로 수강해왔는데. 허무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게다 내가 공부안한 책임인걸.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대신 전략을 바꿨다. 전공생 졸업이 아닌 다른 경험과 이력으로 광고직을 해보기로. 그 때부터 1년 동안 7번 광고공모전에 도전했다. 그리고 4학년 마지막 학기엔 광고회사의 인턴십 프로그램이나 한국방송광고공사 광고교육원의 취업지원프로그램을 이수했다.
디지털콘텐츠 전공에 광고관련 활동이 어우러져 나는 당시 보기드문 디지털에 특화된 인재가 되어있었다. 그래서인지 3군데에서 입사제안이 들어왔다. A는 국내1위 검색광고대행사로 광고영업직이라 그런지 연봉이 가장 높았다. B는 그때 당시 온라인 광고회사라 불렸던 마케팅캠페인 위주의 광고회사였다. 연봉도 커리어패스도 무난해보였다. 마지막 C는 입사지원하기전까지 몰랐던 회산데 나름 디자인 업계에선 유명한회사였다. 그리고 내가 지원한 부문은 신사업으로 뉴미디어&마케팅 사업부문이었다. 그리고 연봉이 터무니없이 낮았다.
고민끝에 C회사에 입사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광고의 트렌드가 디지털광고, O2O, UX, 모바일, 콘텐츠마케팅 트렌드로 변화할거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C회사는 당시 광화문 KT 올레스퀘어의 내부설계를 맡아 디지털사이니지로 새로운 디지털경험을 만들정도로 디지털 공간경험의 선두 회사였고, 롯데시네마,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의 디지털라이제이션을 이끌고 있는 디지털에이전시 였다. 그렇게 첫직장을 다니며 일반 광고기획자가 경험하기 어려운 웹기획과 게임기획, 프로젝트매니지먼트까지 경험했다. 그리고 이 경험은 지금까지도 큰 자산으로 남았다.
<사직서내러 갔다가 신사업을 맡았다>
첫번째 직장에서 너무 열심히 일한 탓일까. 그 다음 직장에 이직한지 1년만에 슬럼프가 왔다. 매사 의욕이 없고 일이 너무 하기 싫었다. 직장인 누구나 경험하는 번아웃이었다. 어리버리하던 첫번째 직장의 경험으로 이직한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며 성과를 인정받았고 사원으로 입사해 대리, 과장으로 빠르게 진급했다. 첫직장에서부터 이직한 직장에서 1년간 난 회사에 살다시피했다. 3개월 동안 주말출근 했던적도 있었고, 근무기록부를 확인해보니 주말포함해서 주 80시간이 넘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일이 좋아서 한 거였다. 점점 몸이 안좋아졌다.
잠을 푹 자도 늘 피곤했고 비염과 소화불량에 시달렸다. 만성피로가 계속되니 업무효율도 안나고 언제부턴가 일이 싫어졌다. 무엇보다 싫었던 건 무기력해진 나 자신이었다. 건강 문제인가 싶어 한의원도 다니고 헬스장도 기웃거리며 운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반년이 지나고 건강을 어느정도 회복하니 활력은 되살아났다. 하지만 일하기 싫은 마음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왜 이렇게 일하기 싫을까?'
심각하게 고민해봐도 답이 도저히 안나왔다. 그러다 질문을 바꿔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왜 일해야 할까?'
밤을 새서 일하든, 1만시간을 노력해서 아웃라이어가 되든 뭐든 노력해서 얼마든지 성공할 자신은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까지 노력해서 얻고 싶은게 무엇인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도대체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거지?'
'수백억대 부자가 된다면 나는 이 일을 하고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이 내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 나는 내 삶의 방향에 대한 답을 찾고 있었다.
이 상태론 도저히 쏟아지는 일을 처리해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퇴사를 결심하고 대표님과 면담 예약을 했다. 그동안 나를 믿고 전적으로 지원해주시던 두 대표님께 모든걸 솔직히 말하고 그만두고싶다고 말했다. 대표님이 그만두고 뭐할거냐 물어보시길래 솔직히 잘 모르겠고 이제부터 찾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나에게 제안을 하셨다.
"솔직히 내가 현우같이 그만두는 친구들 많이 봤는데 다들 시간만 보내다가 다시 업계로 돌아오는게 대부분이었어. 너 이렇게 계획없이 그만두면 너도 그럴지도 몰라. 그러지말고 이번에 신사업팀 새로 만드는데 팀을 옮겨볼래? 예전부터 사업하고 싶어했잖아. 삶의 방향은 일하면서 찾아봐"
계획없이 막연했던 나에게 일하면서 방향을 찾아보라는 제안에 귀가 팔랑거렸고 못이기는 척 순순히 팀을 옮겼다. 그렇게 난 3년 동안 신사업팀에서 각종 사업(이라고 쓰고 실험이라 부른다)과 잡다한 업무를 도맡아했다. 신사업팀이지만 솔직히 대표직속 실험실이었다. (대표들은 누구나 해보고싶은게 많다) 그리고 그 실험들 중 한가지 사업만 살아남았는데 캐릭터 라이선싱 비즈니스였던 '바보요정 웽'이다.
<내 삶을 찾기위해 노력했던 시간들>
'바보요정 웽'이 우연찮게 페이스북에서 빵 터지는 바람에 얼떨결에 4년이나 맡아서 캐릭터를 키웠다. 없는 예산에 해볼 수 있는 마케팅은 다 해본 듯하다. 덕분에 많이 배우고 많이 성장했다. 그러나 원래 내 계획은 '일하면서 삶의 방향을 찾아보기'였기 때문에 신사업을 했던 4년은 자기계발의 시간이기도 했다. 수많은 책을 읽었고, 운동 습관을 만들고, 매주 강연 들으러 다니고 항상 배우러 다녔다. 그리고 그동안 못했던 문화생활도 이 시기에 많이 했다.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월드 DJ 페스티벌, 그랜드민트페스티벌, 레인보우 아일랜드, 서울재즈페스티벌, 자라섬재즈페스티벌 .. 각종 뮤직페스티벌을 찾아 다녔다. (생각해보니 정말 많이 다녔네) 전시도 많이 다니고, 뮤지컬과 영화도 많이 봤다. 처음엔 캐릭터로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니까 일 핑계삼아 다녔는데 나중엔 좋아서 다녔다. 그렇게 자기계발과 문화예술, 여가시간을 보내고 나니 스멀스멀 내 삶의 방향에 대한 질문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당시 슬럼프였던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더 많은 월급도 아니었고 더 나은 업무환경도 아니었다.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내가 왜 일을 하는지. Why, 질문이었다. 처음 나에게 '왜 일하는지' 질문을 한 이후로 인생을 돌아보며 하나씩 질문을 던졌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언제 성취감을 느끼는지, 내가 가장 강하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지, 가장 힘들고 좌절감을 느낄 때는 언제였는지, 어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힘이 나는지 등 내 인생의 고객인 나에게 Why를 묻고 내가 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찾아내었다.
나는 나처럼 ‘열정적으로 살고자 변화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게 돕고, 그 일로 돈을 벌 수 있도록 비즈니스와 브랜딩을 돕고 싶다’라고 인생 미션을 세웠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표류했던것 처럼 똑같이 표류하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경험한 삶의 방향을 발견하는 방법과 사업을 구상하는 방법, 브랜딩과 마케팅을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2018년 여름부터 라이프코칭과 비즈니스코칭을 하고 있다. 사람들이 자기가 하는 일에 만족감을 느끼며 열정적으로 살 때 좀 더 나은 세상이 된다고 믿는다. 내가 일하기 싫었던 것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에 출근하기 싫어한다. 내가 꿈꾸는 세상은 월요일 아침 출근하는 사람들의 표정에 미소가 가득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