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동화_연

첫 번째 이야기: 연과 구슬, 돌담 위 작은 신

by 현용찬

내가 살던 제주도의 한 마을은 짠 내 섞인 바람이 늘 불어왔습니다. 집집마다 돌담이 켜켜이 쌓여 있었고, 그 너머로는 끝없이 푸른 바다가 꿈처럼 펼쳐졌습니다. 다자녀 중 막내였던 나의 어린 시절은, 아침부터 해 질 녘까지 오징어 게임, 구슬치기, 연을 만들고 날리는 일로 가득했습니다.

특히 연을 만들 때만큼은 나만의 세상에 온전히 빠져들었습니다. 아버지는 깎아둔 대나무 살을 내게 건네주셨고, 나는 그 살들을 실로 엮어 연의 뼈대를 세웠습니다. 방패연의 단단한 뼈대가 내 손끝에서 팽팽해지는 기운을 느낄 때마다 왠지 모를 벅찬 설렘이 차올랐습니다. 완성된 연을 들고 너분못으로 달려가면, 연못 위로 불어오는 바람은 연을 단숨에 하늘로 밀어 올렸습니다. 하늘 높은 곳, 점처럼 보이는 연을 올려다보며 나는 드넓은 연못을 가진 작은 신이라도 된 듯했습니다.

돌담을 넘나들며 뛰놀던 내게, 이웃집 아이들과의 놀이는 하루의 전부였습니다. 손바닥 안에 든 매끄러운 구슬을 튕겨 친구의 구슬을 맞히고, 땅 위에 그려진 오징어판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웃음꽃을 피웠습니다. 내가 만든 연은 동네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높이, 가장 멀리 나는 연으로 통했습니다. 한두 푼씩 받고 팔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내 어깨는 구름 위에 올라앉은 것처럼 가벼워졌습니다. 나의 어린 시절은 그렇게, 온전히 나의 놀이와 나의 재능으로 채워진 평화로운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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