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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선규 Apr 17. 2019

글쓰기 인문학 10강

기본편, 목차, 저자 서문

글쓰기 인문학 10

기본편     

목차

1. 꿩 잡는 게 매다설명의 방법

2. 절절해야 우러나온다묘사의 조건

3. 사건에 감동을 입힌다서사의 효과

4. 첫 줄이 중요하다논증의 기세

5. 명장 밑에 약졸 없다글쓰기 병법론            

<저자의 말>

이 책은 대학에서 ‘독서와 작문’을 공부할 때 사용되기를 희망하면서 지어진 것이지만 그 목적이 아니더라도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도전하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실용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구안(具案) 되었다. 효과적인 자기표현의 필요를 절실하게 느끼는 취업 준비생이나 전문적인 글쓰기를 통해 자기실현과 삶의 여유를 구현하기를 원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자습서가 될 것으로 자부한다. 40년 동안 소설, 수필, 평론, 논문, 칼럼 등을 쉬지 않고 써오면서 체득하고 깨친 것들 중심으로 글쓰기의 핵심 요령을 추려 실었고 자작(自作) 예시문들을 제시하여 그 요령들이 구현되는 실제를 확인할 수 있게 하였다. 이 책에서는 복잡한 글쓰기 이론은 일절 다루지 않는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런 것들은 오히려 글쓰기에 방해가 되는 무용지식(無用知識)일 뿐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이 가지고 있는 기본 생각 세 가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글쓰기에는 이론이 없다글쓰기에는 이론이 없다. 글쓰기는 온전히 실기(實技) 영역에 속한다. 글쓰기가 이론에 좌우된다는 생각을 표방하는 것들이 있다면 그것들은 무용지식일 공산이 크다. 특히, 생각하기(아이디어 생성 및 목표 설정), 글감 찾기(제재 선택 및 전략 수립), 글쓰기(목표의 구체화 및 조직), 글다듬기(정교화 및 수정) 등으로 선형적인 글쓰기 과정을 상정하는 것들은 거의 다 설명을 위한 설명일 때가 많다. 독자를 위한 책이 아니라 저자를 위한 책이라 할 만하다. 경험보다 생각이 많이 들어가 있는 글쓰기 책은 글쓰기 공부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글쓰기 공부에서는 그런 책들을 가급적 피해야 한다. 이론의 유혹에서 벗어나 실행의 장으로 용기 있게 나서는 게 중요하다. 이론을 강조하는 책들의 저자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자기 글은 잘 쓰지 못한다. 이론에 치중하는 사람들 중에는 지식(이론)이 실천의 의무를 면제한다는 잘못된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흔히 있다. 거듭 말하지만, 글쓰기 기술을 배우려면 이론을 내세우는 책이나 선생을 피해야 한다.     

글은 손으로 쓴다글은 손으로 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글 쓰는 자는 손으로 생각한다. 미식가는 혀와 입천장으로 생각하고 격투기 선수는 주먹질과 발길질로 생각하고 검객은 칼로 생각하고 요리사는 손, 코, 입으로 생각하고 목수나 미용사는 눈과 손으로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숙련된 작가는 오직 손만으로 생각한다. 글을 머리로만 쓰면 글쓰기의 진정한 경지에 들 수 없다. 가용할 수 있는 의식과 무의식을 충분하게 써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글은 손으로 쓴다.”라는 말은 글쓰기가 자신의 삶 전부를 반영하는 실천의 장이라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인간의 손은 거짓말을 모른다. 손은 자신이 살아온 것을 그대로 반영한다. “내가 모르는 나를 내 손은 알고 있다.”      

설명묘사서사논증글쓰기 기술은 설명, 묘사, 서사, 논증이라는 네 가지 의도(意圖)의 차원을 가진다. 보통 기술(記述)의 네 가지 방법으로 이것들을 설명할 때가 많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의도의 네 가지 차원이라고 말하는 게 옳다. 글쓰기 의도에 따라서 이 네 가지 차원은 서로 돕고 서로 배제하며 글쓰기 세계를 구축한다. 설명에 묘사와 서사가 이용되기도 하고 서사의 편의를 위해 설명이나 묘사가 이용되기도 한다. 감동을 주는, 바닥을 치는 묘사가 필요할 때는 정서 감응에 불필요한 설명이나 서사는 가급적 절제되고 반박을 불허하는 일격필살의 논증이 요구될 때는 주장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설명이나 서사를 적극 활용된다. 유명한 소설의 명 묘사장면이나 논어, 장자, 다산이나 연암의 글 등에서 그런 합종연횡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설명, 묘사, 서사, 논증은 글쓰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나누어지는 게 좋다. 그 분별 자체가 글쓰기의 힘을 덜어내기 때문이다. 글쓰기의 삶에 자신 있게 들어서려면 이 네 가지 기술부터 차근차근 익혀야 한다.     

이 책이 ‘글쓰기 인문학 10강’이라는 제목을 가지게 된 것은 두 가지 까닭에서다. 첫째, ‘글쓰기 인문학’이라고 명명한 것은 글쓰기야말로 인문학의 알파요 오메가라는 것이다. 글쓰기 없는 인문학은 속 빈 강정 신세에 불과한 것이고, 역으로 인문학적 가치를 지니지 못한 글쓰기는 아무리 보기 좋은 글이라 하더라도 결국은 빈껍데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10강’을 부기(附記)한 것은 열 번의 강의 정도면 글쓰기에 대한 지식 차원의 공부는 모두 마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 책은 이 두 가지 집필 의도에 충실히 따르려고 노력하고 있다.

글쓰기 기술을 익히면서 자연스럽게 인문학적 교양과 마인드가 형성되는 이른바 일거양득, 양수겹장의 목적을 성취하는 좋은 책을 꼭 쓰고 싶었다. 거기에 읽기에 쉬운 책이 되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최대한 이중 목적 지향적으로, 최대한 쉽게 쓰려고 노력은 했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는 내지 못했다. 때로는 기본 이상의 교양을 요구할 때도 종종 있었다는 것을 미리 밝힌다. 다만, 개념어들이 범람하는 딱딱한 책, 이론을 위한 이론이 횡행하는 현학적인 책은 면했다는 자부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사용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 본문 중에 굵은 활자로 인쇄된 것들(선입견의 허를 찌르는 명제)의 의미에 집중하며 책을 읽어 나간다. 

② 각 장에는 글쓰기 핵심 요령, 예시문, 예시문에 대한 해설이 있는데 <요령-예시문-해설-요령> 순서로 피드백 하면서 읽는다. 

③ 마음에 드는 예시문이 있으면 비슷한 주제나 소재로 모작(模作)을 해본다. 

④ 자기가 쓴 글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본다.      

원래 10강 전부를 한 권의 책에 담을 생각이었으나 전달 효과의 측면을 고려하여 <기본편>과 <응용편>으로 나누어 출간하기로 정했다. 글쓰기의 기초를 다지는 데에는 <기본편>만 익혀도 충분할 것이라 생각한다. “아는 것만으로는 항상 불충분하다”라는, 젊은 시절에 들은 한 스승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열 번 정도, 열흘 정도의 공부면 글쓰기에 대해서 ‘아는 것’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많이 아는 것 자체는 좋은 글쓰기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아는 것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는 각자의 몫이다. 이 책은 평생 글을 써 온 내 경험의 소산이다. 좋은 것도 내 것이고 나쁜 것도 내 것이다. 부디 글 쓰는 인생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 책이 작지만 뚜렷한 이정표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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