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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선규 Feb 27. 2019

글쓰기 인문학 10강

논술의 실제 1


1. 프로슈머 경제     

[제시문]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으며 기업인과 정치가들이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경제 지도는 아주 큰 지도의 단편이자 세부적인 내용을 담은 화폐 경제만을 보여 준다. 그러나 추적되지도 측정되지도 않고, 대가도 없이 대대적으로 경제 활동이 벌어지는 숨은 경제가 있다. 바로 비화폐의 프로슈머 경제(prosumer economy)이다.

제품, 서비스 또는 경험을 화폐 경제 안에서 팔고자 하는 사람들은 ‘생산자(producer)’라고 부르며 그 과정은 ‘생산(production)’이라 칭한다. 그러나 비공식 경제, 즉 비화폐 경제 안에서 벌어지는 활동에 해당하는 단어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제3의 물결 The Third Wave]에서 판매나 교환을 위해서라기보다 자신의 사용이나 만족을 위해 제품, 서비스 또는 경험을 생산하는 이들을 가리켜 ‘프로슈머(prosumer)’라는 신조어로 지칭했다. 개인 또는 집단들이 스스로 생산(PROduce)하면서 동시에 소비(conSUME)하는 행위를 ‘프로슈밍(prosuming)’이라고 한다.

우리가 파이를 구워 그 파이를 먹는다면 우리는 프로슈머이다. 그러나 프로슈밍은 단순히 개인 차원의 행동이 아니다. 돈이나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바라지 않고 가족, 친구, 이웃과 나누고자 파이를 구웠을 수도 있다. 교통수단, 커뮤니케이션, IT의 발달로 세계가 점점 작아지는 오늘날 ①이웃이라는 개념은 세계를 의미할 수도 있다. 이는 심층 기반인 공간에 대한 우리의 관계가 변화된 결과이기도 하다. 프로슈밍에는 세상 반대쪽에 사는 타인과의 공유를 위해 대가를 받지 않고 창조하는 가치도 포함된다.

인생을 살면서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 프로슈머가 된다. 사실 모든 경제에는 프로슈머가 존재한다. 극히 개인적인 필요나 욕구를 시장에서 모두 충족시켜 줄 수 없고, 또 너무 비쌀 수도 있다. 혹은 사람들이 프로슈밍 자체를 사실상 즐기고 있고, 때때로 프로슈밍이 절박하게 필요한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화폐 경제에서 잠시 눈을 떼고 경제에 대한 이런저런 주장들에서 벗어나 보면 몇 가지 놀라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 첫째, 프로슈머 경제가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이고, 둘째 우리가 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것들의 일부가 이미 프로슈머 경제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셋째 대다수 경제학자들이 크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그토록 면밀히 관심을 기울이는 화폐 경제 안의 50조 달러는 프로슈머 경제 없이는 단 10분도 존재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기업인과 경제학자에게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격언보다 가슴에 와 닿는 말도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사를 하는 와중에도 이 말을 아무 생각 없이 뱉어 낸다. 그러나 이 말만큼 혼란을 주는 말도 없다. ②프로슈머의 생산력은 전체 화폐 경제가 의존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생산 활동과 프로슈밍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앨빈 토플러, 『부의 미래』 중에서]    

 

* 밑줄 친 ①에서 저자가 강조하고 싶은 의미가 무엇인지, ‘21세기 4차 산업 사회에서의 공간의 의미가 인간관계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논하시오, 본인의 경험을 중심으로 가능하면 많은 예 들어 구체적으로 기술하시오. (800자 내외)

* 밑줄 친 ②에 나타난 저자의 주장을, ‘인간의 경제 활동과 인간 욕망의 관계’의 측면에서 논하시오. (600자 내외)  

   

[출제 의도 및 논점 분석]     

* 첫째 논제는, 역사적으로 심층 기반인 공간이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쳐 왔다는 것을 전제로 21세기 현재(글로벌 세계)의 공간 인식이 우리의 삶을 djejg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설명해 보라는 출제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동시에 공간과 인간 사이에 설정된 기본적인 관계가 큰 변화를 보이고 있는 현실에서 바람직한 인간의 삶은 어떤 태도와 방향을 보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려해 보라는 요구도 담고 있다. 그런 의도와 요구의 기저에는 기독교적 박애의 세계관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출제자의 생각이다. 그런 생각이 밑줄 친 ①을 주목하게 만든다. 출제자에게는 그 말이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라는 예수의 말을 연상시킨다. 그러므로, 그런 관점을 충분히 반영한 답안을 작성하는 것이 출제자의 출제 의도에 부응하는 것이 된다. 토플러가 설명하고 있는 프로슈밍이라는 것도 “이웃과 나누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공익적 생산 활동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라는 의욕에서 개발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또한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는 명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말이다. 

제시문에서 강조하고 있는 “이웃이 곧 세계이다”라는 명제는 단순히, 시간을 단축하는 교통수단의 발달이나 물리적 공간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사이버 공간이나 의사소통 수단의 발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앞뒤 문맥을 살피면, 보상이나 대가를 바라지 않고 창조하는 가치에 대한 저자의 강조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그 문맥 속에서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기독교적 윤리관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마무리지으면 첫째 논제는 무난하게 해결할 수 있다. 인용문의 필자는 프로슈밍이라는 비화폐경제 행위를 ‘무용(無用)의 유용성(有用性)’이라는 예술론의 전개와 유사한 관점에서 정의내리고 있다. 몸소 겪고 주변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예시하여 [주제와 목적에 맞는 상위화제(논제의 해석)], [참신한 정보로 가득 찬 중심 글감(해석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례)], [적절한 주제의 도출(주장)] 등의 순서로 글을 써 주면 된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브런치 글쓰기 역시 그러한 범주에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을 첨언한다.   

* 두 번째 논제는, 첫째 논제의 해석이 순탄하게 진행되었다면 크게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는 문제다. 실물 경제가 선도하는 화폐 경제는 인간의 비물질적 욕망이 지배하는 비화폐 경제에 의해서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설명하면 된다. 대표적인 것이 글쓰기 욕망이다. 글쓰기 욕망은 그 자체로 어떤 물질적 보상을 전제하지 않지만, 그런 욕망을 공유한 사람들이 모여서 생산과 소비를 서로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화폐 경제로 진입하게 된다. 자신의 글쓰기를 책으로 출간해 베스트셀러를 만들 수도 있고 자신의 글쓰기 컨텐츠를 활용해서 능력 있는 강연자가 될 수도 있다. 그것 이외에도 독서 클럽이나 와인 동호회, 다양한 취미활동 동호회 참여 경험을 토대로 ‘경제 활동에서 비물질적 욕망이 차지하는 비중’을 논해 주면 된다. 하려면, ‘욕망’을 개념화할 수 있는 선행지식(르네 지라르가 말한 ‘삼각형의 욕망’이나, 라깡의 모방이론, 나르시시즘(자기만족 부분) 이론 등)을 알고 있으면 그런 것도 서두에 조금 적어 주면 좋을 것이다. [주제와 목적에 맞는 상위화제(논제의 해석)]는 첫째 논제와 공유해도 좋을 듯하다.   


[시작 명제]  

“공간은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 여러 가지 심층적 기반 중의 하나다.”, “인간의 삶은 욕망에 의해 좌우된다.”, “21세기는 공간 개념의 변화와 함께 시작된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이웃 없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와 같은 ‘논제에 부응하는 시작 명제’로 서두를 삼고 위에서 설명한 출제 의도와 논점 분석을 토대로 차근차근 써 내려 가면 800자는 금방 채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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