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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xou Mar 28. 2017

'너 자신을 알라'는 아폴론의 무서운 경고

끄적끄적 그리스 - 델피 Prologue

너 자신을 알라(Γνώθι Σ'εαυτον, Know yourself)
γιγνώσκω (알다) + σε (너) + εαυτός (스스로)

현대 그리스어인 γνωρίζω(gnorizo), '알다'의 어원이 되는 단어이기 때문에 고대 그리스어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  영어로도 know, knowledge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그리스어(γνω-)에서 파생된 말이기 때문이지. 이때쯤 떠오르는 빠떼 교수님의 명언 '크리스 탄어에요!!' 그리스어에서 온 영어 단어들을 정리하는 글을 한번 쓰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자꾸 안 하게 된다. 나중에 꼭...


아무튼 아직도 이 말은 소크라테스의 명언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요즘은 정정이 되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대답은 No!!! 소크라테스의 철학이 자기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깨닫는다는 것에서 보면 그럴 듯 한 설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누가 처음 말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문구는 델피의 신전 입구에 쓰여있던 문구라고 한다. 델피는 예언의 신 아폴론의 신전이 있는 곳으로, 신탁을 들으러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던 핫플레이스이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이 왜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나도 어려운 신화나 역사는 모르고, 오이디푸스 설화를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듯하다. 테베의 왕 라이오스는 아들이 장차 자신을 죽이고 아내와 결혼을 할 것이라는 신탁을 받게 된다. 이에 라이오스는 부하를 시켜 아이를 산속에 버리라고 명령한다. 하지만 마음이 약해진 신하는 아기의 발을 나무에 묶어놓았고, 이를 발견한 코린토스의 목동이 그를 데리고 가 코린토스의 왕에게 바친다. 발이 나무에 묶여있던 탓에 퉁퉁 부어있던 발 때문에 '오이디푸스'라는 이름을 얻는다. 다 자란 오이디푸스도 라이오스 왕과 같은 신탁을 듣게 되는데, 당연히 코린토스 왕과 왕비를 생부모라고 여겼던 그는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코린토스를 떠난다. 테베를 여행하던 중, 우연히 길에서 오이디푸스와 라이오스 왕이 시비가 붙었고 싸움 끝에 라이오스 왕이 오이디푸스의 손에 죽게 된다. 신탁 1 completed.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한편 테베에서는 스핑크스가 등장한다. 스핑크스가 테베로 오는 길목을 지키고 수수께끼를 맞히지 못하는 사람을 죽여버리는 바람에 테베가 혼란스러웠고, 남편도 잃었던 찰나에 테베의 왕비 이오카스테는 스핑크스를 무찌르는 사람과 결혼할 것이라는 공약?을 내세운다. 하필 우연히 오이디푸스가 스핑크스의 난제를 맞추어 이오카스테와 결혼을 하게 된다.

신탁 2 completed.

아무튼 오이디푸스는 두 딸을 낳고 잘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테베에서 역병이 돌게 된다. 원인을 찾기 위해 다시 델피에서 신탁을 받고, 선왕 라이오스를 죽인 자를 찾아 복수를 하면 역병이 물러간다는 말을 듣게 된다. 자신이 죽인 자가 라이오스 인지도 모른 채, 사건 수사에 전력을 다한다. 그러다 유명한 예언자 테이레시아스, 아기였던 자신을 숲 속에 버린 신하, 그 버려진 아이를 거둔 목동 등 증인이 하나 둘 등장한다. 이오카스테 또한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고 아내와 결혼할 것이라는 신탁을 알고 있는 바,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살한다. 오이디푸스 또한 자신의 무시무시한 신탁이 그대로 이루어진 것을 알게 됨과 동시에 자책하며 자신의 두 눈을 찌르고 소경이 된다. 그는 딸 안티고네와 함께 바로 테베를 떠났고 그리스 지역을 떠돌다가 죽는다.


오이디푸스가 진짜 본인 자신이 누군지 알았다면, 이런 비극이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낱 인간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신탁을 잘못 해석하지 않도록 경고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사실 델피에 '너 자신을 알라'는 문구만 쓰여있던 것은 아니다. Δελφικά παραγγέλματα(Delphika paranggelmata)라고, 델피의 지시? 격언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과함이 없게 하라, 신을 따르라, 가정을 수호하라, 친구를 사랑하라, 법을 따르라, 친절해라, 친구들에게 감사하라, 미래를 생각하라, 가진 것을 베풀어라 등 147개의 격언이 기록되어있다고 한다. 사실 다 맞는 말이니 속담 정도로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다. 모르는 단어 찾아가며 일일이 번역해보다가 위키백과에 영어로 나와있더라. 나중에 한국어로 번역해서 나도 위키백과에 등록이나 해볼까 희희


갑자기 서론이 왜 이렇게 길어졌는지 모르겠다. 그냥 델피 놀러 갔던 후기를 가볍게 쓰고 싶었는데... 설명충의 기질이 다분히 드러나는 글인 것 같다. 파르나소스 산에 대해서도 왕창 써놨는데.. 그나저나 아크로폴리스는 언제 쓰지... 계속 놀러는 가서 사진과 소재는 쌓이는데 글을 쓰는 건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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