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그리스 - Βασιλόπιτα
발렌타인데이 글을 쓰면서 축일에 대해 언급했다. 1월 1일은 성 바실라스의 축일이며, 새해에도 복이 많이 들어오라는 의미에서 그리스 사람들은 Βασιλόπιτα (Basilopita, 바실로삐따)를 먹는다. 연말이 다가오면 빵집 창가에는 다양한 종류의 바실로삐따가 잔뜩 진열되어있다. 매일 지나가면서 보다가 '어우 달아서 못 먹겠다' 하는데 작년도 오늘도 잘 챙겨 먹을 수 있었다 흐흐 이미 2월 막바지를 달리고 있지만, 더 지나면 내년 1월 1일이 될 때까지 글을 못쓰게 될 것 같아 이제야 부랴부랴 쓴다.
Καλή χρόνια (kali hronia) = happy new year!!
바실로삐따의 핵심은 바로 φλούρι(flouri, 플루리). Καλή χρόνια와 성 바실라스가 그려진 조그만 동전이 들어있는데 플루리가 들은 조각을 받은 사람은 그 해의 운이 좋다는 것이다. 당연히 쓸 수 있는 돈은 아니다.
2016년 1월에는 어학당에서 바실로삐따를 잘랐었다. 지각을 하는 바람에 제일 마지막 조각을 받았는데...!
φλουρι가 뙇!!!!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희희희희
2016년의 반은 그리스에 있었는데 과연... 플루리의 효과가 있었는지...! 는 아직도 모르겠다ㅎㅎㅎ
2017년에는 두 번 바실로삐따를 잘랐다! 일반 케이크 같은 바실로삐따도 있고, 'Τσουρέκι(tsoureki, 츄레끼)'라고 해서 발효된 모닝빵...? 같은 질감의 바실로삐따도 있다. 회사에서는 직원이 많아 대표로 부법인장님이 자르셨다가 제비뽑기로 플루리를 뽑으셨는데 세 명? 중 내가 마지막으로!!!! 당첨이 되었다! 상품은 역시 삼숭...!! 핸드폰을 받았다!!!! 사실 당연히 S7을 받겠거니 했지만 A5여서 사실 조금 아쉬웠다. 내 핸드폰이 S6인 덕분에 박스를 개봉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팔았다. 히히히. 12월 31일에 집에서 친구들이랑 연말과 새해 파티를 겸하며 자른 바실로삐따에서는 내 룸메이트가 플루리를 뽑았다. 엇 그러면 올해는 우리 집에 행운이 온다는 뜻으로 생각해야겠다.
바실로삐따에 동전이 들어가기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썰이 있다. 1) 성 바실라스가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 때 그들이 돈을 받는 것을 부끄러워할까 봐 케이크 안에 구워서 줬다.. 는 얘기도 있고 2) 바실라스가 다스리던 도시가 다른 도시의 지배 하에 들어가 사람들이 강제로 금을 바치는 등 착취를 당했다. 그런데 어느 병사들이 나타나 쳐들어왔던 도시의 군단들을 해치워주었고 (읭 스럽다) 바실라스의 도시가 독립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시민들에게 다시 금을 돌려주어야 하지만 누가 얼마만큼의 금을 냈는지 알 수가 없어 빵에 넣어서 돌려주었고, 기적적으로 정확하게 사람들이 낸 만큼 돌려받았다고.... 좀 억지성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난 첫 번째 썰이 더 그럴듯한걸...
플루리가 진짜 한 해의 행운을 가져다 줄지 말지는 미지수이지만 플루리 덕분에 즐거운 새해의 만남을 더 재밌고 유쾌하게 보낼 수 있는 것 같다. 설은 이미 지났고, 추석에 송편을 따로 빚지는 않지만 백설기라도 주문해서 그 안에 플루리 한번 넣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