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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xou Feb 16. 2017

그리스에서 공식적으로 고기 먹는 날, 치크노뺌띠

끄적끄적 그리스 - Τσικνοπέμπτη

지난달 1월 27일. 달력은 빨갛게 설날이 왔음을 알렸지만 나에게는 어느 평일과 다름이 없었다. 시골에 내려간다는 부모님의 카톡이 오고 나서야 아 설이구나, 실감을 했던 것 같다. 한국의 가장 큰 명절 중 하나를 쇠지 못하는 마음에 일주일 전부터 부랴부랴 만두를 빚고 떡국을 끓여먹기는 했지만.


구정과 추석이 한국에서 가장 큰 명절이라고 하면 그리스에는 바로 부활절이 있다. 2월 즈음부터 슬금슬금 대화 소재로 부활절 계획이 등장할 만큼, 부활절은 크리스마스와 더불어 가장 상징적인 명절이다. 부활절 기간에는 관공서, 학교, 가게가 모두 문을 닫고 학교는 길게 2주까지 방학을 보낸다. 올해 부활절은 4월 17일. 하지만 부활절 준비는 벌써 시작되었다.


그리스 정교회에서는 부활절 전 49일 동안 금식 기간을 지낸다. 예수가 광야에서 시험을 받았던 기간이라고 하는데, 성경을 읽은 지 오래되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무튼 독실한 정교회 신자들은 이 사순절 기간 동안 아직까지도 금식을 지킨다고 한다. 엄격하게 요구되는 것은 아니며 고기, 유제품, 치즈 오일 등 금식하는 음식이 몇 개 정해져 있다. 아무튼 금식기간 전, 즉 부활절 10주 전부터 7주 전까지 3주의 기간을 Απόκριες(apokries, 아포크리에스)라고 부르며 사육제를 즐긴다. 이제 못 먹게 될 고기와 술을 다 먹어버리겠다는 의미인가.

아프크리에스의 첫 주는 Προφωνή(Profoni, Prelude), 둘째 주는 고기를 즐기는 Κρεατινή(Kreatini, κρέας: 고기), 셋째 주는 치즈를 먹는 Τυροφάγου(Tirofagou, Τυρί:치즈) 주이다.


* Carnival = carne (고기) + vale (levare:제거하다)
* Αποκρίες = από (apo, from) + κρέας (kreas, meat)
= απέχω από το κρέας (apeho apo to kreas, be far away from meat)

 


Τσικνίζω(tsiknizo, 태우다)와 Πέμπτη(Pempti, 목요일)

 

Τσικνοπέμπτη(Tsiknopempti)는 바로 Κρεατινή, 고기를 즐기는 주의 목요일에 해당하며 금식을 시작하는 정결 월요일 11일 전에 즐기는 축제이다.  태우는 목요일, 이라고 하며 고기를 구워 먹는 날로, 금식하기 전까지 고기도 소비하고, 미리 먹어두어 영양을 비축하는 것일까? 그리스 정교회에서 수요일과 금요일은 중요한 날로 여겨지기 때문에 목요일에 유흥을 즐긴다고 한다. 이 날은 온 동네에 연기로 가득하다. 길가에서 바비큐 파티가 벌어지고, 가족들끼리 모여 고기뿐만 아니라 술, 디저트를 곁들이며 파티를 한다. 고기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신기한 문화이다. 사무실에서도 역시 오늘 점심에 바비큐 파티를 했다. 'Fifty Shades of Grill'이라며 그레이 씨를 패러디 한 이름까지 붙였나 보다. 술을 같이 먹을 수 없는 것이 제일 안타까웠다. 고기엔 술이지...... 사무실이라니... 그저께 이미 삼겹살과 비빔국수를 먹었는데, 오늘도 한번 더...!

Κορεατική Τσικνοπέμπτη 히히

 아무래도 그리스가 정교회를 국교로 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종교가 그리스인들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전통도 꽤 잘 이어져 내려와 일상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한국에서 설에 떡국을 먹거나 복날에 삼계탕을 먹는 정도? 외국인인 나에게는 신기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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