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저는 MBTI에 관심이 아주 많습니다. 지금처럼 MBTI가 성행하기 전, 학교 심리상담센터에서 MBTI 검사를 받았었는데, 그때 INFJ가 나왔어요.
흔히 INFJ를 “MBTI가 생기면서 가장 위로받은 유형”이라고들 해요. 저도 이 검사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생각이 많은 저의 성격이 유별나다고 생각했고, 저의 문제인 줄만 알았었죠. 세상에 이렇게 많은 인프제들이 있었다니, 내 성격이 유형화되어있다니! 마음 같아서는 모임이라도 열고 싶었어요. (실제로 인프제 카페에 가입했다는 후문..)
얼마 전, MBTI가 유행의 파도를 타고 오면서 오랜만에 다시 해봤어요. 결과는 ENTJ. 하하,, 그간 사회생활의 풍파를 제대로 맞았나 봅니다. 하지만 저는 인생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인프제로 살아온 만큼 저의 레이어 5겹 중 가장 아래 3겹 정도는 INFJ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어요. 그래서 인프제가 항상 애틋해요. 인프제들이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인프제들이 읽으면 좋을 책 한 권을 소개해드릴게요. 바로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입니다. 얼마 전 동명의 드라마도 나와서 화제가 됐었죠?
저는 이 책을 덮자마자 한동안 무기력한 감정에서 빠져나오질 못했어요. 우린 얼마나 나약하고 오만한 존재인가요. 나도 나를 잘 모르는데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건 쉽죠. 사람을 향한 판단은 완전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알지만 우리는 각자의 판단에 기대어 살아갑니다. 어쩌면 인간관계는 오해의 연속이 아닐까요?
아아, 인간은 서로를 전혀 모릅니다. 완전히 잘못 알고 있으면서도 둘도 없는 친구라고 평생 믿고 지내다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상대방이 죽으면 울면서 조사 따위를 읽는 건 아닐까요.
p.91
이 책을 인프제들에게 추천하는 이유 중 하나는 책 속 주인공 ‘요조’가 인프제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입니다. 단언컨대 저는 요조가 인프제라고 확신해요. 사람들과 관계맺기를 좋아하지만 사람을 잘 믿지 않는 면모, 익살을 가장한 우울 등 참 많은 사회적 가면을 갖고 살아가는 인물이에요. 요조가 100여 년만 늦게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본인이 INFJ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조금이라도 덜 외로운 삶을 살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아무래도 인간을 단념할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p.17
세상이라는 것은 개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저는 예전보다는 다소 제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p.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