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캉가루 Dec 05. 2022

첫 회사를 떠나며

그래도 마케팅은 재밌어서 다행이다



지난 주를 마지막으로 첫 회사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내 안의 완벽주의는 잠시 내려두고 마음껏 다치고 구를 각오를 하고 들어온 회사였건만 원래 정규직 처음 하면 이렇게 힘든 것이었나.. 입사 3개월 차부터 유튜브에 퇴사 관련 영상을 찾아봤지만 쉽사리 퇴사를 하기 어려웠던 지난 날들이 쌓여 1년 8개월이 흘렀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2년차 주니어 마케터지만 첫 회사에서 그동안 쌓아올린 나의 커리어적 성장에 대해 말해보겠다.


1. 다양한 마케팅을 고루 경험해본 것

내가 다녔던 회사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스타트업이었는데, 이 회사 마케팅팀의 장점 중 하나는 의지만 있다면 하고 싶은 마케팅 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퍼포먼스, 콘텐츠, 서포터즈, 인플루언서, 프로모션 마케팅 등 무궁무진한 마케팅을 조금씩이나마 모두 경험해보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나는 퍼포먼스가 기반이 되는 마케팅을 가장 재밌어 하는 인간이라는 것. 정확히는 기획 > 집행 > 분석(해석) > 개선 사이클을 통해 얻는 인사이트 뿐만 아니라 넓게는 광고 하나를 집행하기 위해 타겟, 산업 구조까지 직접 공부해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2. 타 팀과의 협업 (+디자이너와의 협업)

다른 팀에 부탁하고 또 부탁하는 건 마케터의 숙명 중 하나다. 개발팀, 디자인팀, 고객경험팀, 사업개발팀 등 끊임없이 부탁하고 또 끊임없이 불려다니다보면 일주일이 다 가버린다.


특히 나는 디자인팀에 업무 요청을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사실 나 스스로도 나름 대학교 때 디자인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디자인에 대한 감이 없진 않다고 생각했지만 디자인팀에 직접 작업 디렉션을 전달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처음에는 내 머릿속에 결과물을 정해두고 최대한 에셋별 레퍼런스를 많이 찾아서 디테일한 요소 하나까지 빠짐없이 전달했지만 막상 받은 결과물이 내 예상과 다를 때 실망이 클 뿐더러, 이는 디자이너의 자율성을 해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디자이너와의 협업 시에는 기본적인 이미지의 톤앤매너, 결과물의 목적, 지향하는 톤앤매너가 담긴 레퍼런스 1,2개 정도와 디자이너가 꼭 알아두어야 할 디렉션 2~3줄 정도로 문서화하여 전달하는 것이 경험상 마케터와 디자이너 모두 윈윈할 수 있었던 방법이 아니었나 싶다.



3. 팀 운영 업무

1번의 연장선으로, 모든 마케팅 분야를 경험해볼 수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턴가 팀 운영과 관련된 업무들(팀 HR, 마케팅 비용 정산 등)도 도맡아 하게 되었다. 경력 10년 이상인 팀장급 지원자의 면접을 직접 보기도 하고, 엑셀과 씨름하며 정산 처리하고 마케팅팀 인턴의 급여 관련 사항도 직접 개입이 필요했을 때도 있었다.


솔직한 마음으로 당시에는 “나 여기 마케팅 하러 와서 뭐 하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경험들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분명 도움이 될 경험들이었다. 언젠가 나도 관리자급이 되면 대면해야할 일들이기 때문. 특히 팀장급 지원자들의 면접을 봤던 경험은 지쳐있을 때마다 신선한 자극이 되기도 했다.





내일부터 나는 운좋게도 이직에 성공해 새로운 회사의 마케터로 출근을 한다. 첫 회사에서의 우여곡절을 겪고도 여전히 마케팅이 재밌어서 다행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