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직장인의 잃어버린 주말 찾는 법
모 핀테크회사의 유전자 검사에서 머리만 닿으면 잠이 오는 체질의 쇼트 슬리퍼(Short sleeper)라는 결과가 나왔다.
*쇼트 슬리퍼: 6시간 미만으로 자도 신체리듬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
회사를 다니고나서부터 토요일 오전은 내게 없는 시간이었다. 중요한 약속이 있는 날이 아닌 이상, 토요일은 밀린 잠을 충전 하는 날이다. 빠르면 11시 30분, 늦으면 3시에 일어나는게 내 토요일 루틴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꽉꽉 채워 일하고, 토요일 아침부터 일어나 아침을 먹고 일찍이 어딘가로 놀러나가거나 운동을 가는 사람이 신기하고 부러웠다. 나도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기만 하면 누구보다 잘 놀긴 한다. 다만 항상 일어나야하는 순간에 잠에게 끌려갈 뿐이지,,
이렇게 날아가는 나의 0.5일이 아까웠다. 평일 오전은 분단위로 꾸역꾸역 치열하게 살면서, 주말은 그렇게 늘어질 수 밖에 없을까?
원인은 평일의 수면시간에 있었다. 2주일간 수면 시간을 매일매일 기록해보니, 평일에는 6시간 이상 자는 날이 2일 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다. 난 쇼트 슬리퍼가 맞았다.
평일에 수면시간이 급격히 짧아지는 이유는 워라밸을 지키고 싶은 보상심리에 있었다. 8시간+a를 회사에 갖다바쳤으니, 내 시간을 확보하려고 꾸역꾸역 졸린 눈을 비비며 무언가를 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회사 일이 유난히 고됐던 날이나 억울하게 야근을 하는 날에 내 시간에 대한 강박이 더해졌다.
내가 평일 밤에 주로 하는 것들
저녁 식사
유튜브 시청
책 읽기
넷플릭스 시청 (몰아보고 싶은 시리즈 나왔을 때)
일기쓰기
운동 (주 2회)
하루에 저걸 다 하려고 하니 당연히 하루가 짧을 수 밖에 없지!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내가 설정한 할당량을 끝내지 못하면 어떻게든 다 끝내야 온전히 내 생활을 지켰다고 생각하는 습관이 박혀있던지라, 이 틀을 깰 필요가 있었다.
불안은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 발생합니다. 숨을 쉬세요. 나는 강합니다. 할 수 있어요. 하루에 하나씩 하면 됩니다.
-카렌 살만손
잃어버린 주말 찾기 1단계
나의 잃어버린 주말을 찾기 위한 첫번째 단계는 평일에 12시에 잠들기였다. 평일에 일찍 잠듦으로써 평일 사이클을 빠르게 만들면, 비교적 주말도 빠르게 오고 더 풍요롭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해야할 일이 남았는데 잘 시간이 되었을 때는 다음 날 출근시간을 사용했다. 나같은 마케터에게 출근시간을 쪼개서 하는 책읽기, 글쓰기 등의 활동은 업무적 뇌로의 전환을 쉽게 만들어준다.
잃어버린 주말 찾기 2단계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토요일 아침에 할 일을 설정했다. 이때 중요한 건 자기계발과 관련 없는 일이어야 하는 것이다. 5일 내내 굴러다녀서 찌그러지고 터진 나 자신에게 일과 관련되거나 챌린저블한 과제를 주는 것보다는 강박없이, 킬링타임 용으로 좋은 여가생활을 계획하는 걸 추천한다. 생각만 해도 눈이 번쩍 떠질 그런 루틴을 의식적으로 찾아보자!
나의 토요일 오전 계획 예시
어제 산 소설책 읽기
더글로리 시즌2 몰아보기
헬스장 가서 가벼운 스트레칭 하고 오기
강아지 배 쓰다듬어주기
커피 사러 근처 카페 나가기
잃어버린 주말 찾기 3단계
위의 두 단계를 지키는게 생각보다 힘들다면, 영양제를 꾸준히 챙겨먹자. 특히나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사람들은 높은 확률로 간이 피로할 확률이 높으니 밀크씨슬을 꼭 챙겨 먹을 것. 플라시보 효과인지 모르겠지만 나도 평일마다 밀크씨슬을 챙겨먹은 이후로 아침에 일어나는 게 조금 더 쉬워졌다.
위 세 단계를 어언 3개월 가량 실천해본 결과, 조금 더 일상이 풍요로워졌다. 평일엔 시간을 빨리 흐르게 하기 위해 더 주도적으로 일을 할 수 있었고, 잃어버렸던 토요일 아침 시간도 가뿐한 마음으로 되찾았다. 다만, 금요일에 술을 마시면 공들여 쌓아온 루틴이 붕괴될 확률이 경험상 아주 높으니 음주는 주의 또 주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