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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캉가루 Jan 26. 2023

운명론은 안 믿어도 사주는 믿는 이유

미래는 정해져 있으니 열심히 살기나 하자.



“과거는 자신이 이미 겪은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데, 미래는 가능성으로만 존재할 뿐이라 조금도 상상할 수 없다는 것. 그런 생각에 인간의 비극이 깃들지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오히려 미래입니다.”


“내가 잘 될 거라는 걸 믿으려고 억지로 애쓰는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될 것 같은 앎이란 느낌이 있었어요.”


공교롭게도 최근 연속으로 본 두 개의 콘텐츠가 공통으로 던지는 메시지이다. 첫 번째 콘텐츠는 김연수 작가의 책 <이토록 평범한 미래>이고, 다른 하나는 생각날 때마다 찾아보는 유튜브 ‘TV러셀’의 병원장 인터뷰 시리즈이다. (개인적으로 병원장 인터뷰는 4부​를 가장 추천한다!)


설날 연휴 마지막 이틀 동안 소비한 콘텐츠의 메시지가 같은 것은 우연이었을까? 근 1년 동안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보내고 맞는 리프레쉬 기간에 접한 메시지인만큼, 이 시기에 하필 이 메시지를 연속으로 얻어맞은 것은 보이지 않는 뜻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천천히 뜯어보기로 했다.


근 2년 간의 나는 ‘무기대주의자’였다.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쓰디쓴 교훈을 얻고 모든 일에는 현실적이고 냉정하게 대처해야 나를 지킬 수 있다는 직장인의 냉혹한 진리를 막 알게 된 참이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맹목적으로 믿고 있는 내 미래가 있었는데, 바로 ‘사주풀이 속 나’이다. 몇몇 사람들은 이런 미신을 믿느냐며 비웃을 수도 있지만 사주는 생각보다 내가 미래를 긍정하는 데에 큰 영향을 주었다. (물론 안 좋은 점은 흘려들어야 한다.)


운 좋게도 나는 내가 지향하는 삶이 내 사주 속 나와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 어쩌다 보니 내 전공과 직업이 사주상 나에게 아주 잘 맞는 직업이라는 해석을 들은 이후로는 더 자신감이 돋았고, 내 미래가 자연스레 그려지다 보니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힘든 시기에도 그냥 지나가는 과정이겠거니~ 생각하게 되었다.


생년월일시에 매칭되는 8글자의 조합을 통해 해석이 나온다. (위 캡쳐는 연월일시를 랜덤하게 설정해서 나온 사주팔자)


물론 여기에는 부단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나라는 사람 자체를 컴퓨터의 하드웨어, 미래에 대한 태도를 운영체제, 나의 생각/일 등 나를 이루는 요소를 소프트웨어라고 해보자. 운영체제를 아무리 업데이트하더라도 하드웨어의 성능이 따라주지 않으면 하드웨어와 운영체제는 서로에게 맞지 않는 옷처럼 남는다. 또한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하기만 했는데, 소프트웨어가 알아서 더 편하게 바뀌어있기도 한다.


따라서 나라는 사람을 바꾸든 뒤엎든 저장공간을 추가하든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받아들일 수 있는 몸을 만들어두어야 한다.


문득 낙관주의자들을 ‘뜬구름 잡는 바보’ 정도로 생각했던 과거의 나가 조금 많이 부끄러워졌다. 내가 짧은 인생 경험한 바로도 일이건 사람이건 단점보다는 장점에 포커싱을 하는 경우에 평균적으로 얻게 되는 베네핏이 더 컸기 때문이다.


어차피 내 미래는 찬란하기로 정해져 있고,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힘든 시기들을 보낼 때는 찬란한 미래를 기억해 보자.


하지만 이제는 안다. 우리가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건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것을.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미래가 다가올 확률은 100퍼센트에 수렴한다는 것을.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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