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생 밀레니얼 세대인 내가 부동산에 빠진 이유 7탄
집을 사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면 어떤 집을 사야할까요? 내 형편에 맞으면서 최대한 좋은 집을 사야겠죠.
그런데 이게 참 애매합니다. “내 형편에 맞는 집” 이라는게 대체 어느 정도인지 말이에요.
어차피 지금 가진 돈으로 집을 살 순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 당시 가진 돈이 약 2억 5천만원이었고 제가 구하려던 동네의 33평 아파트 가격은 3억대부터 8억대까지 있었습니다. 그러면 대체 얼마의 빚을 얻어서 어느 정도의 집을 사야하지?
그때까지 전 빚을 내본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흔한 마이너스통장도 없었어요. 남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빚내면 큰일 나는 줄 알았죠. 빚내서 집을 사는 순간 하우스푸어가 될 제1의 조건을 갖추게 되는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어차피 둘 다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있고 소득도 지출대비 꽤 많은 편이었으니 용기내서 빚을 내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시험 삼아 그동네에 있는 아무 아파트 아무 동호수나 찍어서 등기부등본을 떼봤는데 정말 하나같이 다들 대출이 있더라구요.
그렇다면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빚을 얼마나 얻어도 괜찮을까? 에 대한 답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까지는 그냥 아침에 눈뜨면 나가서 일하고 밤되면 집에와서 자고 때되면 월급받고 이 생활을 반복했기 때문에 우리집 가계의 재무상태를 확인한다거나 현금흐름을 계획한다거나 하는 것들이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진짜 무지했던거에요. 회사가 죽을 때까지 내 인생을 책임져 주는 것도 아닌데 그냥 그렇게 루틴하게 생활하다보면 막연하게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현실은 평범하게 가정 이루며 집 한채 갖는 것도 엄청난 용기와 고뇌가 필요한 일이었는데 말입니다.
대출을 얼마나 받아도될지에 대한 물음에 대해서는 혼자서는 도무지 답이 안나와 인터넷에 검색해보았습니다. 대부분이 "대출 받을 수 있는 최대 한도"에 대한 글이었고 내 수준에 얼마를 대출 받아도 될지에 대한 판단에 대한 글은 없었습니다. 이때도 네이버 카페의 힘을 빌립니다. 여러 투자경험 있는 사람들의 글들이 있다보니 다양한 글들을 접하게 되었는데 대출은 받을 수 있는데까지 받아서 무조건 비싼 집을 사야한다 부터 2008년때 영끌했다가 폭망했다는 후기까지 단계적으로 내려오는 글들을 읽어보면서 한가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가처분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을 여유있게 잡아야겠구나.
가처분 소득이란 말그대로 가계 총소득에서 필수 생활비 지출을 뺀 금액입니다. 일반적으로 이 가처분소득이 저축액이 되지요. 그 당시에 저희집 가처분소득이 약 300만원 정도 되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의 최대 상환기간은 35년, 제가 받을 수 있는 금리는 2%후반대였습니다.(고정금리기준) 대기업 직장인이라 소득 제한에 걸려서 공적자금 대출을 받는건 어려웠어요. (그당시 디딤돌대출 금리는 1후반~2초반 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걸 35년 상환에 금리 2.8%로 계산하여 원리금균등방식으로 상환액 300만원을 맞추면 대출원금이 약 8억 정도 나옵니다. 당장의 소득이 미래의 소득보다 적으니 이자를 좀 더 아낄 수 있는 원금균등방식은 생각도 못하고 무조건 원리금균등방식만 봤습니다. 참 다행인건 이과출신이라 숫자 계산이 빠르게 돌아가서 대충 이름만 들어도 어떤 점이 나한테 유리하겠다 판단할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아무튼 그래서 가진 2억 5천만원에 대출금 8억을 합쳐 10억 5천만원의 집을 살 수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 계산이 끝은 아니고 정부에서 대출 안정성 강화를 위해 담보(집값)에 대한 대출 비율(ltv)과 차주의 상환능력(소득) 대비 대출원리금 비율(dti) 도 규제하고 있었기에 무한정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LTV 70% 와 dti 60% (2015년 기준) 에는 맞춰야 해서 최대 8.5억짜리 집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였습니다.
그래서 8억5천만원짜리 집을 사기로 했냐구요? 아닙니다. 그 정도로 간이 크지 않았어요. 8.5억짜리 집을 자기자본 2.5억으로 사면 LTV가 약 70% 입니다. 1금융권에서 무리없이 대출해주는 금액의 최대치였어요. 원리금 상환액도 가처분소득으로 감당 가능했고 월급은 계속 (조금이라도) 오를테니 이 정도는 대출 받아도 되지 않나? 싶기도 한데요.
문제는 금리는 오를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은행원인 친구에게 물어보니 고정금리로 받아도 고정은 최대 5년까지밖에 안되고 그 이후는 변동금리를 적용 해야 한다네요? 이러다가 2008년 금융위기 직전처럼 금리가 팍 올라가면 어쩌지? 싶었습니다. 그래서 보수적으로 현재 2.8%인 이자율이 2배정도인 6%가 될때를 가정하고 계산을 다시 해봤습니다. 5억을 연6% 금리 35년 상환으로 대출을 받으면 월 원리금 상환액이 300만원 정도가 되더라구요.
그래서 빚은 최대 5억까지만 받기로 결심합니다. 자기자본 2.5억 + 대출금 5억=7.5억이니 7.5억까지는 사도 되겠다!!!
그렇게 "오늘의 나"와 1년뒤, 2년뒤, 3년뒤, 그리고 35년뒤의 나를 합친 "35명의 나"는 최대 7억 5천만원의 예산을 잡고 33평대 아파트를 구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집에서 집을 구매하려고 하는 사람이 저만 있는게 아니었습니다.
네, 남편이 있었습니다. 퇴근한 남편을 붙잡고 하루종일 집값과 금리, 대출에 대해서 알아본 내용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여보, 우리 지금 2억 5천만원 있으니까 5억정도까지 대출 받아서 7억 5천만원정도 하는 집을 살 수 있어."
"뭐?? 대출 5억????"
"지금은 이자율이 2% 후반대니까 한달에 180만원 정도만 내면 되는데 아무래도 지금은 금리 저점인 것 같아. 앞으로 금리가 올라갈걸 예상해서 6% 이자율이 된다고 치면 한달에 300만원 정도만 내면 돼."
"뭐???? 한달에 300만원???????"
"이자만 300만원은 아니고 원금까지 합쳐서 300만원이야. 35년간 평균적으로 이자율 4.5%라고 했을 때 35년 상환을 돌리면 총 이자는 4억 9천만원 정도 돼."
"원금이 5억인데 이자가 4억 9천만원이라고?????????"
"35년동안 이자가 4억 9천만원인거야. 현재가치로 5억을 빌리는데 그에 대한 이자 4억 9천만원은 35년 동안 내는 거라구. 화폐가치는 무조건 떨어지게 되어있어. 당신 35년 전 자장면 값이 얼마였는지 알아? 35년 뒤에 자장면 값이 얼마일 것 같아?"
당황한 남편을 설득하면서도 솔직히 저도 좀 겁이 났습니다. 대출 한번 받아본 적 없는 20대가 갑자기 5억 대출이라니. 35년전에 태어나지도 않았던 남편에게 35년 전 자장면 값 운운하며 설득하는데 힘이 실릴 리가 없었죠. 그리고 남편도 공대출신인데다가 심지어 직업도 과학자같은 사람이었던지라 경제, 부동산 같은것엔 아예 관심이 없었던 상황입니다. 대화가 점점 설득이 아니라 변명이 되어가는걸 느끼면서, "아 역시 이건 좀 무리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회사를 다니면서 부채비율에 대한 이야기를 가끔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부채비율이 400%가 넘어가면 위험기업으로 분류가 되어 기존 채권자(은행 등)들이 차입 연장이나 신규 차입 때 까다롭게 본다고 했습니다. 근데 개인 주택담보대출로 따져봤을 때 LTV 70%면 부채비율이 233%밖에 안되는데, 심지어 2.5억에 5억 대출이면 부채비율 200%밖에 안되는데 왜이렇게 두려운걸까.
왜 기업은 당연히 영업활동을 지속해서 현금흐름이 꾸준할거라 생각하지만 개인은 위험이 항상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걸까. 왜 개인은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 테이킹을 하기가 더 어려운걸까. 그래서 개인은 노동자로 남고 기업은 자본가가 되는것일까?
하 모르겠어......
하루종일 연구하고 도출해낸 결과가 이렇게 아무런 논리없이 두려움에 쉽게 무너지다니.........
모든게 다 엉망진창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