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보다 더 중요한 것
휴직을 하자마자 시작한 사업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해외구매대행. 하루에 2시간씩 시간을 할애하면 월 100만 원을 벌 수 있다기에 시작한 스몰 비즈니스다.
나의 수익창출 수단은 거의 회사 급여와 부동산 투자수익에 몰빵 되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사실 급여는 생활비와 대출이자 정도만 감당 가능한 수준이었고 대부분의 자산 축적은 부동산 투자로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회사를 쉬는 결정을 하게 되면서 현금흐름을 창출할 다른 파이프라인의 필요성을 느꼈는데 기왕 새롭게 시작하는 거 부동산과 다른 업종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사실 회사에서도 부동산개발업을 하고 있어서 업황이 안 좋아질 때 자산은 물론 급여(현금흐름)에도 타격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또 부동산 투자수익이란 건 돈을 벌 땐 그 어떤 업종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지만 하락기를 맞이하면 생활도 곤란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멘탈에 큰 타격이 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는 매년 수익을 내고 있지만 항상 당장 내년에 하락 구간을 맞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수익 구간이 있으면 버티기 구간도 있게 마련인데 부동산 시장과 상관없는 수익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 때문에 시도하게 되었다.
2시간씩 일해서 월 100만 원 버느니 그냥 회사를 계속 다니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정 업종을 분산해야겠으면 이직을 하거나 계열사 전출을 나가면 되지 않냐 싶기도 하지만, 하루에 8시간(준비 시간까지 포함하면 11시간) 씩이나 현금흐름 창출에 할애하면서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내 가용 시간의 대부분을 돈 버는 데 쓰고 싶지 않았다.
아무튼 이런 생각으로 뭐 할 거 없나 찾다가 접하게 된 것이 해외구매대행이었다. 7월 이후 정말로 나는 하루에 2시간 정도 이 일에 몰두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정말로 월 100만 원을 벌고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아니다.
놀랍게도 지난달까지의 나의 수익은 몇십만 원 수준에서 놀고 있다.
첫 달 5만 원
둘째 달 11만 원
셋째 달 25만 원
넷째 달 45만 원
정말 이렇게 작고 귀여울 수가 없다. 심지어 둘째 달부터 들어간 고정비 월 28만 원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마이너스 구간이다. (수익 87만 원 - 고정비 84만 원 = -3만 원)
휴직하자마자 바로 시작한 첫 지방 부동산 투자에서 잔금도 치르기 전에 수 천만 원의 자산가치 상승이 있었던 것에 비하면 정말 이 사업을 계속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내가 부동산 투자에 탁월한 재능이 있는 건지, 아니면 구매대행 사업에 현저하게 재능이 없는 건지...... 하루에 2시간씩 투자하면 무조건 월 100은 벌어야 그나마 수지타산에 맞는 수준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에 한참 못 미치니 이걸 계속해야 되나 하는 생각도 들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개월 차, 아직까지 신나게 하고 있다. 어쨌든 간에 매달 수익이 전 달에 비해 약 2배씩 늘어나고 있는 중이고, 이번 달에는 정말로 월 순수익 100만 원을 달성할 것 같다. 드디어 안정화가 된 것이다. 비록 구매대행 강사는 두 달이면 안정화돼서 월 100 수익 가능할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그 수업을 들은 사람 중에 월 100을 달성한 사람은 없었다. 애초에 이런 방식으로 두 달만에 월 100은 무리였던 게 아닌가 싶다.
수익이 예상만큼 안 나자 여러 구매대행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유튜브를 찾아보았는데 대부분 하루에 열 시간 넘게 갈아 넣어서 물량공세를 펼쳤다고 한다. 그러다가 안정화 구간을 맞으면 직원을 쓰거나 조금 시간을 줄이거나 했었다. 많이 넣으면 많이 나오고, 적게 넣으면 적게 나오는 장사는 맞는 것이었다.
비록 월 100 수익을 만들어내는 데까지 예상했던 것보단 오래 걸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부업 수준으로 하기에는 이 사업이 꽤 괜찮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이유는 시간과 장소 활용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스트레스받을 일이 별로 없다는 점
세 번째는 사업의 규모를 늘리고자 할 때 늘리고 줄이고자 할 때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일단, 시간과 장소 활용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장점이다.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니고 비교적 자유롭다. 쇼핑몰 사업을 시작하면 평일에는 하루에 한 번, 적어도 이틀에 한 번 정도는 접속해 관리를 해줘야 한다는 점에서 시간 활용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그리고 통관 부호를 확인하거나 고객 문의에 응답하는 등의 직접적인 고객 연락은 사회 관념상 그래도 오전 7시~밤 8시 사이에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완벽한 올빼미 족이라면 좀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 11시에 판매자인 나한테 문자 보내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장소 측면에서는 사실 완벽하게 자유롭다고 생각했는데 만에 하나 내가 해외로 이주하게 된다면 조금 불편한 상황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그래도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니 이만하면 첫 번째 장점으로 꼽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두 번째로, 스트레스가 적다는 점이다. 사실 이런 말 하기가 무색하게 나는 구매대행 초기에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다. 구매대행 사업의 치명적인 단점 중의 하나는 문제 상황을 내가 컨트롤할 수 없다는 점인데, 그럴 때마다 스트레스가 엄청나게 쌓였다. 예를 들면, 중국 사이트에 주문을 했는데 품절된 상품임에도 판매자가 이를 감추고 빈 송장을 발행한 뒤 택배가 분실됐다 자기 잘못 아니다 쇼를 하느라 일주일 씩 까먹는 상황. 정말 기가 차지 않을 수가 없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볼까. 중국인 판매자가 오배송을 했는데 배송대행지에서 검수를 제대로 안 하고 발송해서 한국에서 컴플레인이 발생한다든지, 아니면 진짜로 택배가 분실된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모두 내가 잘못한 건 아닌데 어쨌든 내가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 처음 직면했을 때는 눈앞이 캄캄했다. 그런데 이것도 한 번 두 번씩 겪다 보니 이제 '에효 또 문제가 터졌구먼 ㅉㅉ' 하고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어차피 나의 귀책이 아닌 사유로 주문이 잘못됐을 때 나에게 손실이 발생할 일은 거의 없다. 품절이면 중국인 판매자가 환불해주니 나는 손해가 없고, 배송 실수는 배송대행지나 택배사에서 원가를 배상해주니 또 나는 손해가 없다. 나는 그냥 기대하던 수익을 놓칠 뿐이다. 그 수익도 건당 몇 십만 원씩의 고액이 아니라 몇천 원 정도 수준이기 때문에 이제는 그냥 마음 편히 먹고 놓아주기로 했다. 그리고 주문 건수가 쌓이기 시작하니 로스율이 생각보다 적어서 이제는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회사 다닐 때 사사건건 고객과, 업무 관계자와, 당사 동료들과 부딪히며 스트레스받았던 것에 비하면 진짜 엄청 평화로운 상태가 되었다.
세 번째, 사업의 규모를 내가 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건 내가 해보지 않은 영역이라 말하기가 조심스럽긴 한데, 여러 구매대행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 사업은 정말로 시간을 많이 들이면 많이 벌고, 적게 들이면 적게 버는 것 같더라. 쇼핑몰에 판매하는 상품 수를 늘리면 많이 팔리고 적게 올리면 적게 팔리는 게 당연한 영역이라고 한다. 지금 내 상황에서는 하루에 2~3시간 할애해 부업 수준의 수입을 올리는 게 적당하다고 판단해서 이 정도만 하고 있지만, 나중에 시간적 여유가 좀 더 생기고 욕심이 생기면 그때 가서 조금 늘려볼 생각이 있다. 또 판매를 하다가 이 사업을 접고 싶으면 그냥 쇼핑몰에서 상품을 다 내려버리면 된다. 그러면 그날부로 주문 건수가 0이 되고 신경 쓸 일도 없다.
이렇게 해외구매대행사업이 좋습니다 여러분.
자, 이제 글이 거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해 본다.
사실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내가 정말 이것들을 해외구매대행 사업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면서 이 일을 해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내가 선택한 길이 틀렸을 리가 없다고 최면을 걸어가며 애써 장점을 찾아내 꾸역꾸역 하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 정도로 메리트가 있다면 있기도, 없다면 없기도 한 게 구매대행사업이다.
이제까지 좋다고 하더니 왜 이제 와서 메리트가 없다고 하냐고? 아무리 생각해도 하루에 2시간씩이나 할애해서 월 100만 원(심지어 여태까지는 100만 원도 안 되는) 수익을 내는 건 좀 효율이 떨어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아니 물론 이거 말고 수익 창출 수단이 없으면 모르겠는데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게 일거리이고 돈 벌 거리 들인데 굳이 이걸 내가 왜....? 어쩌면 진짜로 내가 이 일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지난 5개월 동안 이 일이 내 생활 루틴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관성은 정말 너무나도 강력한 것이어서 웬만해서는 끊어낼 수가 없으니까. 내가 직장을 다니면서 건강을 비롯한 생활 전반이 삐걱거리기 시작한 지 2년이 넘어서야 휴직을 결심할 수 있었던 것과 같은 것 아닐까.
그동안 내가 너무 돈을 쉽게 벌었던 걸까?
원래 이렇게 돈 벌기가 힘들었던 걸까?
그냥 여태까지 내가 운이 좋았던 것뿐일까?
구매대행사업에 대해 내가 이걸 왜, 도대체, 뭣 때문에 계속 하지?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다 보면 그냥 어렴풋하게, 아주 희미하게, 저어어쪽편 산너머 찍고 돌아오는 메아리처럼 아주 작은 기운이 느껴진다.
재미다 재미.
사실 그냥 재미가 있어서 매일매일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이 연비 안 좋은 일을 계속하고 있다. 특별한 재능이 필요한 것도,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누가 인정해주는 것도 아닌데 나도 이게 왜 재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치만 일단은 재미 없어질 때까지 한번 해보려고 한다. 당장 급할 것도 없는데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