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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작인 Sep 02. 2024

숨만 쉬어도 10만 원씩 나간다고


어느 평화로운 일요일이었다. 다 같이 모여 앉아 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첫째 아이가 질문을 했다.


우리 집은 하루에 세금 얼마나 내?


이게 뭔 말이야. 세금을 매일 내는 것도 아니고 때 되면 내라는 대로 낼뿐인데 하루에 얼마냐 내냐니? 그치만 유독 세금에 민감한 편이고 평소에 또 세금 내야 되네 같은 말을 자주 내뱉어온 나였기에 이 아이의 궁금증을 유발한 건 결국 나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내가 이 궁금증을 해결해 줘야겠군.


글쎄~ 일단 아빠가 근로소득세로 내는 게 얼마쯤 될까? 한 천오백만 원쯤 되나?


대충 때려잡았는데 남편이 그쯤 되는 것 같다고 맞장구를 친다. 진짜 맞아??? 사실 우리 남편은 잘 모른다. 어차피 회사에서 제반 비용을 다 제하고 통장으로 넣어주기 때문에. 그치만 뭐 정확한 계산이 필요한 건 아니니까 대충 넘어가기로 한다.


그리고 제일 큰 건 부동산 관련 세금일 텐데…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야 나가는 취득세나 양도세 같은 건 제외한다 치고 대략 천오백에서 이천쯤?


세상에나 두 개 항목만 합쳤는데 벌써 삼천만 원이 넘었다.


거기다가 8월에는 소소하게 주민세도 내야 하고 1월에는 각종 면허에 대한 등록면허세, 그리고 1월 7월에는 사업자 부가세도 내야 되지.

 

주민세나 등록면허세 다 합쳐도 50만 원을 넘지 않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퇴사 후 이것저것 벌려놨던 내 사업들을 잠시 정리하고 쉬고 있는 상태라 올해 상반기에는 부가세를 크게 내지 않았다. 그러고선 내가 요새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어서 원천세 3.3%만 떼고 받으니 내가 낸 세금은 무척 적었다. 물론 내년 종소세 신고 때 다 토해내야 할 테지만.


이렇게만 대충 꼽아봐도 3,650만 원이 넘는다. 하루에 십만 원이 넘는다. 젠장 아침에 눈 떠서 숨만 쉬어도 십만 원을 내는 꼴이라니.





2년 전 퇴사 후 소소하게 사업을 벌이다가 요새는 좀 정리하고 한 두 가지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 하루 평균 1시간 정도씩 일해서 주휴수당이나 유급휴가도 없고 어디 매인게 아니다 보니 퇴직금도 없이 그냥 쌩으로 내가 번 돈 내가 가져가는 구조로 대략 하루

평균 4만 원꼴로 번다. 근데 막상 세금만 십만 원씩 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역시 일을 늘려야 하나 싶다. 일하는 시간은 1시간이지만 준비 시간이나 이동 시간 등을 합치면 3시간은 잡아야 되는데.


퇴사 후 소소한 규모로 이런저런 사업을 벌였었는데 효율은 괜찮았지만 정리한 이유는 생활이 너무 난잡하게 돌아가서였다.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을 명확하게 나누지 못하고 가끔 극에 달하는 진상 고객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 일들이 생겼다. 그래서 잠시 쉰다 생각하고 접었었는데 아 갑자기 현타 오네 또… 먹고살 걱정이 없어지려면 대체 언제쯤 돼야 하는 걸까?



아 근데 갑자기 또 생각났는데 자동차세 빼먹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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