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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들셋아빠 May 03. 2022

싱가폴 여행기 4탄

샹그릴라 호텔에서 하는 호캉스

우리는 남은 2박 3일 동안을 샹그릴라 호텔에서만 지내기로 했다. 평소 우리 성향도 관광보다는 휴양이 맞고, 아이들도 물놀이를 너무 좋아하는 터라 남은 기간 동안 호텔에서만 보내도 좋을 것 같았다. 호텔 룸은 그렇게 넓지는 않았지만 아이 둘과 자기에 충분한 침대와 와이프와 나란히 앉아서 맥주 한잔 할 수 있는 경치 좋은 테라스가 있어서 좋았다.


싱가폴에 와서 좋은 점 중에 하나가 한국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괌 같은 경우는 한국사람이 너무 많아서 여기가 제주도인지 미국인지 알 수가 없는데, 싱가폴에서는 한국사람들을 어쩌다 한 번씩 마주치는 정도였다. 호텔에서도 한국사람들은 한 팀 정도만 만났었던 것 같다.


샹그릴라 호텔의 수영장은 규모가 그렇게 크지는 않고, 아이들과 즐기기에 딱 적당한 크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호텔에 사람이 많지 않아서 모든 곳이 여유로웠다는 것이다. 타월도 무제한으로 빌릴 수 있어서 마음 편히 사용했다. 썬배드도 자유롭게 사용 가능하고 여유가 있어서 편하게 자리를 옮겨 다닐 수 있었다.


산속에 있는 호텔이라 그런지 야생 동물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공작새 어미가 새끼들을 데리고 수영장을 돌아다녔다. 그런데 커다란 도마뱀 같은 것이 새끼 새를 노리니 공작새가 큰 소리로 우는 것이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공작새들이 모이며 새끼 새를 보호해 주었다. 한국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자연학습의 현장이었다.


호텔 바로 앞에 바다도 있었는데, 물이 그렇게 맑지는 않았다. 나중에 싱가폴 바다가 맑고 좋았다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다 간 시기가 안 좋았었던 것 같기도 하다.



호텔 테라스에 보면 원숭이가 있으니 먹을 것을 밖에 두지 말라는 경고가 붙어 있었다. 정말 원숭이가 테라스까지 와서 먹을 것을 훔쳐 먹을까 싶었는데, 아침에 보니 정말로 원숭이들이 테라스를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찾고 있었다.



호텔에는 수영장 말고도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어서 이것저것 하나 보니 2박 3일은 너무 금방 지나가 버렸다. 마지막 날 저녁에는 호텔에 있는 뷔페에서 식사를 했는데, 맛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한국인 스탭이 한분 계셔서 너무 반가웠다. 그분은 우리 가족 근처에서 불편한 게 없는지 계속 친절하게 잘 겨주셨다. 식사를 기분 좋게 마친 우리는 그분에게 팁을 조금 드리면서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팁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는 왠지 돈으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게 어색하기도 하고 혹시 그분이 기분이 나빠하시지는 않을까 하는 괜한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그분에게 너무 고마워서 그런데 팁을 드려도 괜찮은지 물어보았고, 그분은 밝게 웃으며 감사하다고 이야기를 해주셔서 많지는 않지만 팁을 조금 드리고 기분 좋게 룸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날, 창이 공항에 여유롭게 도착해서 밥도 먹고 이곳저곳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아뿔싸! 비행기를 탑승하는 곳이 우리가 기다리고 있던 곳이 아니라 트램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 곳이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우리는 부리나케 트램을 타고 이동해서 겨우겨우 제시간에 비행기를 탑승할 수 있었다.


아이들을 데리로 처음 하게 된 해외여행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큰 사고 없이 즐겁게 놀고, 맛있게 먹고, 잘 쉬고 온 여행이었다. 치안과 인프라가 좋은 싱가폴은 해외여행 초심자가 아이들을 데리고 다녀오기 딱 좋은 여행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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