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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들셋아빠 Sep 06. 2022

갓생을 살고 있었네요

얼마 전 인터넷 뉴스를 통해 갓생이란 단어를 처음 들었다. 이미 유행한 지 한참 지난 유행어 같은데 유행에 엄청 뒤처진 나는 이제야 그 단어를 알게 되었고, 뒤늦게나마 갓생이란 단어의 뜻을 알게 되고 나서는 나름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꾸준하고 성실한 삶을 멋있게 생각하는 젊은 세대가 생겼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꾸준히 노력하고, 성실한 삶을 살고, 하루하루 작은 목표들을 달성하는 삶을 갓생이라고 한다면, 나도 나름 갓생을 살고 있었다. 매일 실행해야 하는 작은 루틴들을 정해놓고 여행을 간다던가 하는 큰 이벤트가 없는 한 루틴을 완수하는 방식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처음 이런 루틴을 시작하게 된 건, 2019년 10월부터였다. 우연히 갤럭시 핏이라는 스마트 워치가 생겼고, 하루에 물을 몇 잔을 마시는지 기록하는 기능이 있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 기능을 이용해서 매일 아침에 챙겨 먹어야 하는 약을 잘 챙겨 먹었는지 여부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스마트워치의 터치 몇 번으로 기록이 가능해서 번거롭다고 느낄만한 것도 없이 편리했다.


그러다 문득 아침마다 명상을 한번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명상이 여러 가지로 좋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많이 보아 왔던 터라 언젠가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짧게 명상을 하고 스마트워치의 카운트를 하나 더 추가했다. 그래서 내 스마트워치에는 매일 물을 두 잔씩 마셨다는 기록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루틴에 요가, 턱걸이, 맨몸 운동, 영어퀴즈 풀기, 일기 쓰기, 글쓰기, 피아노 연습 등 습관으로 가져가고 싶은 매일 하면 좋을만한 것들을 하나씩 붙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나씩 루틴을 늘리다 보니 만 3년이 다 돼가는 지금은 하루에 달성해야 하는 루틴이 25개가 되었다. 스마트워치로 기록을 하다 보니까 삼성 헬스 앱에서 내가 루틴을 얼마나 잘 지켰는지 아닌지 하루하루 적나라하게 확인이 가능했다. 그래서인지 어떤 이유에서건 루틴을 지키지 못한 날은 찜찜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3년, 천일이 넘는 기간을 이렇게 살아왔다. 이런 루틴을 시작했을 때와 지금, 무엇이 바뀌었을까?


우선 몸무게가 5kg 정도 빠졌다. 루틴 중에 10가지 정도가 신체 활동에 관련된 거라서 다이어트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나이가 40이 넘어가면서 더 이상 몸무게가 늘어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줄어들었으니 기대 이상의 효과라고 생각된다. 명상도 꾸준히 했더니, 고요함을 즐길 줄 알게 되었다. 하루 중 나만의 시간이 생기게 되면 예전에는 티브이나 핸드폰을 했겠지만, 지금은 창문 앞에 앉아서 조용히 경치를 감상하면서 휴식을 취한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 채 경치를 감상하는 게 즐거운 일이 되었다. 그리고 다양한 루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좀 더 자신감이 생기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태도도 많이 변한 것 같다.


갓생을 살면서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뀐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많은걸 얻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삶의 만족도가 굉장히 올라갔다는 것이다. 지금도 루틴으로 추가할만한 좋은 습관을 찾고 있고, 계속 늘려나갈 생각이다. 100개 정도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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